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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북 미사일발사] '北韓 주민은 깜깜하고 南韓 주민은 무관심'

잠용(潛蓉) 2016. 2. 6. 23:01

"로켓 발사예고에

북한 사람은 깜깜하고

남한 사람은 무관심"
연합뉴스 | 2016/02/06 18:17페이스북


한반도 사정에 정통한 AP통신 서울·평양 지국장 관찰
(서울 AP=연합뉴스) 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한 핵실험을 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로 간주할 수 있는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로켓 발사가 서울과 평양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AP통신의 북한과 남한 담당 지국장들이 6일 분석했다. 에릭 탈매지는 2013년부터 평양지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아시아의 안보 사안을 취재했다. 2010년부터 서울지국장으로 일하는 포스터 클루그는 서울에 오기 전 5년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아시아 담당기자로 활동하며 북한을 취재했다.



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일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오는 8∼25일에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으며 위성 이름이 '광명성'이라고 통보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인공위성 확보 목적이라고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위반이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2월 12일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 북한의 반응

"잠깐만요. 우리나라가 로켓을 발사한다고요?"
북한이 이달 중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기구에 통보한 다음 날 평양에서 일반인의 반응을 취재하던 AP통신 영상서비스 APTN의 직원이 들은 말이다. 위성 발사 발표는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북한에서만은 예외였다. 발표 후 사흘이 경과한 지난 5일까지도 위성 발사 소식은 북한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하다고 할 국가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때가 되고 특히 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북한은 이를 최대한 이용하겠지만 아직 계획을 자랑스럽게 알리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오는 5월 '김정은 시대'를 본격 선포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과학적 발전을 북한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왔다.


핵실험에 이어 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자랑거리 두 개를 들고 제7차 대회로 향할 수 있다. 설령 발사가 성공하고 북한 매체들이 전면 홍보를 개시한다 하더라도 이 발사가 유엔의 광범위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유엔 결의안에 따라 금지된 것이라는 사실은 북한 내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발사가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더 많은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논의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매체들이 이런 주제를 다루더라도 '북한을 무너뜨리려고 혈안이 된 미제 침략자와 꼭두각시들이 자체적인 우주 계획을 세울 북한의 본질적 권리를 부당하게 부인하는 또 다른 사례'라는 틀에서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북한 사람이 이를 얼마나 믿을지, 일상생활의 곤경 속에 신경이나 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인민이 위성 발사를 북한의 기술적 성취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원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북한이 성공하면 북한과 남한의 점수는 2-0이 된다.



"동창리, 미사일발사 준비 착수…2012년과 흡사"(서울=연합뉴스)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3일(현지시각) 최근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하는 데 사용하는 서해 동창리 로켓발사장이 지난 2012년 12월12일 '은하 3호'를 발사했을 때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발사대 바로 옆 지지탑의 작업 플랫폼은 환경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 활동을 확인할 수 없다고 38노스는 전했다. 2016.2.4 << 38노스 캡쳐 >>


◇ 남한의 반응

북한의 새 소식에 남한 사람들은 또 하품을 한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을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서울의 1천만 인구를 쉽게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북한의 120만 군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인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남한 언론들은 위성 발사 소식을 공격적으로 다뤘다. '신경 쓰기'가 직업인 분석가나 정치인들은 격노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만, 보통의 한국인들이 관심을 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발표 이후 며칠 간 한국 최대 검색 엔진인 네이버의 검색 순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포르투갈 프로축구에서 데뷔골을 넣은 한국 축구선수(석현준)나 가수 싸이가 건물 세입자와 벌이는 분쟁에 더 흥미를 보였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반복된 위협에 익숙해진 데다가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 살다 보니 북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국경을 공유하는 남북한 양측 사람들은 같은 민족성, 음식, 언어도 공유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한이 미국, 북한이 소련 측으로 갈라지기 전에는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을 받은 작지만 자랑스러운 단일 국가로서의 오랜 역사도 공유했다. 따라서 북한이 세계를 도발하면 한국인들은 부끄럽고 쑥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북한을 심하게 몰아붙이지 않으려는 경향과 정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등 초강대국의 관심을 끄는 제3세계 독재국가의 능력을 마지못해 경이로워 하는 풍경도 감지된다.


<<연합뉴스TV 제공>>


한국인들도 북한에 대해 공포를 느낀 적은 있다. 1994년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했을 때는 사재기 파동이 일었다. 지금은 대부분 무관심만 남았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을 향해 강하게 분노하는 사람이 이리도 적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 분노의 부재가 이곳의 대세"라고 전했다. 한국인들은 분명히 집단적 분노를 일으킬 능력이 있다. 과거 반미 시위가 열리면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는 대중 가수들이 공연을 취소하는가 하면 안전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우파들만 시위에 나설 뿐 한국인 대다수는 세계의 이목을 끈 북한 소식을 무시하고 있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