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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149

[중편] "순이 삼촌" - 현기영 작

"순이 삼촌" / 현기영 작 내가 그 얻기 어려운 이틀간의 휴가를 간신히 따내가지고 고향을 찾아간 것은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 제삿날에 때를 맞춘 것이었다. 할머니 탈상(脫喪) 때 내려가보고 지금까지이니 그동안 8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었다. 바쁜 직장 핑계 대고 조부모 제사에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으니 큰아버지나 사촌 길수형은 편지 글발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무던히도 욕을 하고 있을 터였다. 물론 일본에 있는 아버지가 제사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제숫감 마련에 쓰고도 남아 얼마간 가용에 보탬이 될 만큼 넉넉하게 큰집으로 송금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산을 못 돌아보고 기제사에 참례 못하는 죄스러움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전에 큰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만 것이었다...

시·문학·설화 2018.04.04

[명시감상] "산" (山 1923) - 김소월 작

山" / 金素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히네 오늘도 하룻길 七八十里 돌아서서 六十里는 가기도 했소. 不歸, 不歸, 다시 不歸 山水甲山에 다시 不歸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十五年 情分을 못잊겠네 山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山水甲山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 1923. 10 - -------------------------------------------------------------------------------------------- [해 설] 山水甲山은 한번 갇히면 다시는 못 나오는 폐쇄적 공간으로써, 이별과 죽음같은 일상적 삶이 지니는 고통의 절정이나 의식 속에서 설정된 공간이다...

시·문학·설화 2018.03.20

[고전산책] "인생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생이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 긍선(亘璇, 1767∼1852) 작, 『작법귀감(作法龜鑑)』 권하(卷下) [해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생사에 대한 성찰은 삶의 태도, 지향과 직결된다. 그러니 이는 이른바 인문학의 핵심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 불교 의례의 절차를 정리한 『작법귀감』에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후술하였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불교적 답변, 그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원문] 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스러짐이니 ..

시·문학·설화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