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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잠용(潛蓉) 2024. 6. 28. 12:43

박수홍·박세리 울린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이젠 처벌 받는다
데일리안ㅣ박상우기자 2024. 6. 28. 04:30

헌법재판소, 27일 친족상도례 전일치 헌법불합치 결정… 도입 71년 만에 효력 상실
"친족사회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 용인하는 결과 초래"
박수홍 父 사례 재조명 됐지만 처벌은 불가…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처벌 조항 적용

 

▲ 지난해 3월 형의 횡령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송인 박수홍.ⓒ연합뉴스


방송인 박수홍씨 가족의 횡령 사건으로 주목받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27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71년 만에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처벌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횡령을 자백한 박씨 부친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불가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벌어진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친족상도례 규정이 주목받은 건 박씨의 친형 부부가 박씨 출연료 60억여원을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앞서 박씨의 부친은 검찰 조사에서 박씨 자금을 실제로는 자신이 관리했다며 횡령의 주체도 자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씨 부친이 친족상도례 규정의 이점을 악용해 친형을 구제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도 부친의 사문서위조 혐의 및 채무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박 이사장은 부친이 자신이 운영하는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몰래 만들어 사용했다며 재단 명의로 아버지를 고소했다. 친족상도례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단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헌재는 이날 친족상도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가족 간 착취' 문제를 지적했다. 헌재는 결정문에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박씨의 사례처럼 피해액이 큰 경우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법성을 감내하거나 피해를 복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헌재는 꼬집었다.

헌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일률적으로 피해 회복이나 관계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렇듯 헌재가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주장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헌재의 이번 결정은 박수홍 부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형법 1조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을 따르기 때문이다. 박씨의 친형 부부가 출연료를 빼돌리고 부친이 자신의 행위라고 주장한 횡령 범행의 시점에는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되므로, 박씨 부친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는 처벌이 면제된다.

▲ 헌법재판소 ⓒ데일리안DB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돼 지금까지 일부 문구 수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친족상도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아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 도입됐다.

이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안에서 표면적으로는 가장이, 실질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재산을 소유한다는 전통적인 가계 인식을 전제로 성립한다.그러나 사회 변화와 함께 친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친족간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헌재 역시 이날 결정문에 "경제활동의 양상이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고,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공유될 수 있다거나 손해의 전보 및 관계 회복이 용이하다고 보는 관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적었다. 국회의 개정 움직임은 번번이 무산됐다. 앞서 19대 국회에선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재산 범죄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시도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개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끝내 법 개정에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할 의무가 생겼다. 국회가 기한내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친족상도례는 효력을 상실한다.

법조계에서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기보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변경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직계혈족·배우자·동거가족·동거친족 외의 친족에게는 지금도 친고죄 규정이 적용된다. 헌재도 이날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에는 현실적 가족·친족 관계와 피해의 정도, 신뢰와 유대의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의사표시'를 소추(기소)조건으로 하는 등 여러 선택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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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사망' 뒤늦게 알게 된 친딸… 헌재 "상속 청구권 10년 제한 위헌"
중앙일보ㅣ최서인기자 2024. 6. 27. 19:46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소원 심판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이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분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청구인 A씨는 2019년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생부가 B라는 사실을 듣고 법원에서 B씨의 친생자임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B씨가 1998년 이미 사망해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현행 민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민법 제999조 제2항은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1014조는 나중에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이 상속재산 분할을 청구할 때는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27일 이 가운데 나중에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부분(민법 1014조)가 위헌이라고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가액반환의 방식’이라는 우회적·절충적 형태를 통해서라도 상속권을 뒤늦게나마 보상해주겠다는 입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속재산은 자신의 노력이나 대가 없이 법률 규정에 의해 취득한 재산”이라며 “‘추가된 공동상속인의 상속권’을 회복할 기회 없이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존의 공동상속인의 상속권’만을 더 보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기존의 공동상속인들로서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언제 새로운 공동상속인이 출현해 그 권리를 행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돼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조기에 확정되지 못한다”며 “이미 상속재산에 대해 분할이나 처분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돼 그 법적 지위가 기약 없이 불안정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