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항일· 민주화

[전두환 비서관] "학살자 매도된 군 위해 5·18 헬기사격설 언급"

잠용(潛蓉) 2021. 8. 30. 19:56

전두환 비서관 "학살자 매도된 군 위해 5·18 헬기사격설 언급" (종합)
연합뉴스ㅣ장아름 입력 2021. 08. 30. 18:25 댓글 190개

사자명예훼손 재판 증인 출석 "전 대통령 발언, 생각대로 내가 회고록 집필"
5·18단체 "전두환 책임 물타기 안돼... 진실로 용서 구해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서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79)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민씨는 전씨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 아닌 군이 양민학살을 한 것처럼 매도돼 회고록에서 5·18 헬기사격설에 대해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3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네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전씨 측 요청을 받아들여 선고기일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민씨는 앞서 2019년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씨로부터 초고를 받아 원고를 완성했으며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등 구체적인 표현은 자신이 작성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검찰 기소부터 1심 재판이 진행되는 지난 3년 동안 사법기관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적은 없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4년 봄 "민 수석만큼 내 삶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딨느냐.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전씨로부터 구술을 중심으로 한 초고를 수정해 회고록을 완성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다면서 다만 전씨의 생각을 넘어서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씨가 조 신부에 대해 정확히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회고록 초고와 조 신부에 대한 전씨의 평소 발언, 생각을 토대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 지난 9일 재판 마치고 법원에서 나오는 전두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법원서 나오는 전두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두환 재판 방청온 조영대 신부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이 열린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고소인인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30 /iny@yna.co.kr

전씨가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실권자로서 군의 헬기 사격을 알 수 있는 지위였음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일빌딩 감정,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규명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비방한 것은 고의성을 갖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민씨는 우선 책 출간 시기를 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분석 결과 발표나 대통령 선거 기간과 겹치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가 앞당겨지면서 출판 시기가 맞물렸다고 주장했다. 5·18 당시 광주 도심에서 헬기사격은 허위 주장이라고 기술한 데 대해서는 "국군이 양민을 향해 무차별 기총소사를 했다면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일"이라며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일을 믿게 되는 것을 전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넘어갈 수 없다는 책임감에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씨는 "회고록 중 5·18 관련 내용은 11쪽 분량으로 전체의 10%도 안 된다. 이 중 헬기 문제는 6쪽 분량, 111문장"이라며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대통령은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불편이 따르더라도 회고록에 기록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이 펴내는 책이고 중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근거를 국과수가 발표했는데 한번 더 확인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국과수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조종사, 정비사들의 진술이 그냥 목격했다고만 하는 사람들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소준열 전남북 계엄분소장(전교사령관)과 김기석 전교사 부사령관의 과거 검찰 진술, 광주소요사태 분석교훈집 등 헬기사격을 뒷받침하는 기록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묻자 "읽어는 봤으나 내가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일일이 어떻게 따지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5·18 단체들은 민씨의 증언에 대해 "전씨의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며 "전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진실로 용서를 구하고 5·18 진상규명에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도 전씨의 건강이 악화한 상황을 감안해 신속하게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5·18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 4명을 피고인 측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