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끝 행성의 자기장, 고체이면서 액체인 얼음이 만든다
조선일보ㅣ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10. 15. 07:47 수정 2021. 10. 15. 08:18 댓글 22개
▲ 2018년 보이저 2호가 촬영한 해왕성. /NASA
[사이언스샷] 보랏빛을 띠는 파란색의 행성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2018년 찍은 해왕성이다. 2006년 명왕성이 행성 아래 단계인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되면서 해왕성은 8개 행성으로 이뤄진 태양계의 맨 끝을 차지했다. 과학자들이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행성들에서 나오는 자기장은 고체이면서도 액체인 이상한 얼음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시카고대의 비탈리 프라카펜카 교수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에 “전기가 통하는 고온의 초이온 얼음이 천왕성과 해왕성 같은 거대 얼음 행성에서 자기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로 이뤄진다. 수소와 산소는 수소결합으로 연결된다. 물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된다. 온도가 내려가면 고체 상태인 얼음이 되고 끓으면 기체인 수증기가 된다. 초이온 얼음은 수소, 산소 원자 간의 결합 상태가 일반 물과 다르다. 수천 도에 이르는 고온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 산소가 고체처럼 격자 결정을 이룬 구조 위로 수소 이온이 물처럼 흘러 다니는 상태가 된다. 즉 초이온 얼음은 고체이면서 동시에 액체인 것이다. 수소가 액체처럼 이동하면서 초이온 얼음은 금속처럼 전기가 통한다.
학계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높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내부에 초이온 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에너지 입자가속기로 X선을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3마이크로미터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압력을 대기압의 150만 배까지, 온도는 섭씨 6200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고온, 고압 상태에서 초이온 얼음이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지며, 그 중 하나가 천왕성, 해왕성 같은 거대 얼음 행성의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알렉산더 곤차로프 박사는 “가상 실험 결과 두 행성에서 나오는 자기장은 깊이가 얕은 곳에 있는 액체 층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알려줬다”며 “이번에 확인한 두 초이온 얼음 중 한 구조가 이런 자기장 형성 지역과 같은 조건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기장은 행성의 보호막과 같다. 지구의 생명체는 자기장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막아주기 때문에 살 수 있다. 지구의 자기장은 안쪽의 금속성 액체가 만들어낸다. 지구 외핵은 철과 니켈 등으로 구성된 유체로서, 내부의 온도 차이 등에 따른 대류로 인하여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러면 마치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듯 유도전류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지구의 회전축을 따라 지구자기장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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