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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역사

[2023년 4자성어] "見利忘義"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잠용(潛蓉) 2023. 12. 30. 08:34

[4자성어]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교수신문ㅣ김재호 승인 2023.12.10 08:02 댓글 0

2023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
전국 대학교수 1,315명 설문조사

▲ ‘견리망의(見利忘義)’ 휘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예서체(隸書體)로 직접 썼다.

교수들이 선택한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했다. 견리망의는 응답자 중 30.1%(396표)를 얻어 가장 많이 꼽혔다. 견리망의는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추천했다. 김 명예교수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우리 사회에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견리망의를 선정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그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현직 의원과 예비 후보가 공천권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을 잘 묘사한다”라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아울러, 부와 권력 차원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변하는 답변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더욱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이익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은 25.5%(33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이다. 적반하장을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철학)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3위를 차지한 ‘남우충수(濫竽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24.6%(323표)의 교수가 선택했다. 남우충수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사리사욕에 법마저 무너지다… “전 정부 탓은 이제 그만”
교수신문ㅣ김재호 승인 2023.12.10 08:02 댓글 0

[사자성어를 통해 본 2023년]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흐름을
잘 표현했고, 견리망의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비참한 시대에 언어는 왜곡되고,
정신은 비틀어진다. 거짓이 진실의 거죽을
뒤집어쓴 시대는 참혹하다.

‘2023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총 1,315표 중 396표를 얻어 30.1%를 차지했다. 원래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견리사의의 정반대인 견리망의가 세상에 퍼지게 됐다. 한 30대 교수는 “고위공직자가 개인 투자 이익을 위해 직무를 망각하고, 정치인이 영달을 위해 상대편, 심지어 같은 당 사람도 험하게 헐뜯는 것은 대의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견리망의가 심각한 이유는 법의 경계마저 넘어서기 때문이다.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현 상황. 이익 앞에서는 체면도 없고 법도 없는 상황이라서 선택”, “국회와 사법부 등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입법활동과 국익과 정의를 외면한 편파적이고 사리사욕에 입각한 판결”을 이유로 들었다. 나라 전체가 자신의 이익만 좇는 아수라장 같은 한 해였다. 부동산·금융 투기부터 명품 상납까지 권력을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는 도를 넘어섰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흐름을 잘 표현했고, 견리망의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로움을 보니, 의로움을 잊은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 2023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 휘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예서체(隸 書體)로 직접 썼다. 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서 현재 국제서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수상했다.
 
고위층의 자기합리화·책임 전가
이전 정부 탓만 하는 자기합리화와 책임 전가가 견리망의의 뒤를 이었다. 2위 적반하장(賊反荷杖)은 335표(25.5%)를 얻었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 정부 탓만하며 합리화하기 급급하다”는 답변이 눈에 띈다. 또한 “행정망 불통,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상병 사망, 바이든에게 욕설 사건의 최고위 또는 고위 책임자가 하위자나 외부세력에게 책임 전가”라든가 “2년 내내 네 탓만 하는 정부도 한심하다”라는 비판도 뼈아프다. 

한 50대 인문학 교수는 “비참한 시대에 언어는 왜곡되고, 정신은 비틀어진다”라며 “거짓이 진실의 거죽을 뒤집어쓴 시대는 참혹하다”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교수는 “검사들의 적반하장은 지식인으로서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3위 남우충수(濫竽充數)는 323표(24.6%)였다. ‘함부로 피리 부는 사람의 숫자를 채우다’는 뜻이다. 선택 이유는 “실력보다는 갖가지 연줄이나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자리를 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현 정권이 능력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측근 인사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국정이 엉망진창”이라는 답변은 세태를 꼬집는다.

아울러, “현 정부가 무능하고 권력욕이 있는 자들로 내각을 구성한 결과, 업적은 없고 탐욕의 결과가 끝도 없이 불거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사회가 침체되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는데 반해,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여러 국가 행사의 실패 등 악재가 겹쳐 있어 유능한 사람들에 의해 슬기로운 극복이 절실해 보인다”라는 선정 이유에 공감된다. 더욱이, 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도 포함됐다. “R&D와 같은 분야의 전문성은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들의 좁은 시야만으로 다른 분야를 재단하여 무책임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의미로 선정했다.”

‘중산층 몰락’ 민생고에 지도층은 싸움만
4위 도탄지고(塗炭之苦)는 155표(11.8%)를 얻었다. ‘흙탕이나 숯불 속에 떨어졌을 때 느끼는 괴로움’을 의미하는 도탄지고는 김현주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생고는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괴로워져만 가는 국민의 생활고를 나타내기 적합하다”라고 강조했다. 한 40대 교수는 “고통의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답변은 “국가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경제는 퇴보하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라, 서민의 삶과 빈부차가 심화될 것이 염려된다.”

사회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교수인데도, 생활고를 걱정하는 답변도 있었다. “물가가 높아 서민들 삶이 어렵고, 교수 월급에도 외식비가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아울러, “국민들 생활은 고물가 저경기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자기네들 이익만 좇아서 싸움질만 해대고 있다”라거나 “청년실업, 중산층 몰락,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 국민이 민생고에 곡소리가 높은데, 지도층이 이를 살피지 못하는 듯하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5위 제설분분(諸說紛紛)은 106표(8.1%)였다. ‘여러 의견이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뜻의 제설분분은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가 추천했다. 정 교수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서 자기의 의견만 주장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이 정제되지 않고 뒤섞여 다툼으로써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지럽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 교수는 “말로써 말 많으나, 진정 쓸 말이 없다”라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객관적·포괄적 접근 없이 이익과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언론의 탈을 쓰고 취재원의 인격을 살해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인터넷 언론의 폐해를 경계하고자 한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종합 리서치 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