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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대선분석] '50대가 투표장으로 몰려간 까닭'은?

잠용(潛蓉) 2012. 12. 26. 09:20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1)
50대 38.2% “이정희 공격적 TV토론 태도가 보수층 결집”

[경향신문] 2012-12-23 22:18:06

 

18대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공격한 것이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22일 “보수 표심 결집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전 후보 TV토론 태도’를 꼽은 사람이 31.0%였다”고 밝혔다. ‘초박빙 여론조사 보도에 의한 정권교체 위기의식’(27.8%), ‘국정원 여직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7.8%), ‘사이비 종교 신천지 논란’(2.2%)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42.7%, 50대 38.2% 등이 젊은 세대보다 많이 ‘이 전 후보 TV토론 태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또 새누리당 지지층 43.1%, 박근혜 당선인 투표자 42.1%가 ‘이 전 후보 TV토론 태도’를 제1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20~40대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 투표자들은 ‘초박빙 여론조사 보도에 의한 정권교체 위기의식’을 1위로 꼽았다. 조사는 지난 2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2)
10년 전 노무현 찍었던 40대가 돌아선 이유
[경향신문] 2012-12-23 22:18:38

 

“참여정부 실패 반복할 것 같아서 박근혜 선택”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당시 현재 50대의 표심은 정확히 반반이었다. 40대이던 이들은 48.1%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47.9%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50대가 된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62.5%가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10년 전 노무현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의 친구인 문재인 후보 대신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한편일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마음을 바꿨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 지난 19일 울산 종하체육관에 마련된 18대 대선 개표소에서 개표요원이 박근혜 당선인을 찍은 투표용지 묶음을 투표지 분류기에서 뽑고 있다. /연합뉴스

▲ “호남 독재 대대로 누리는 민주당에 던지는 경고” /광주 공무원 51세 김모씨
▲ “참여정부 때 국론분열만… 나이들며 ‘안정’ 쪽으로” /창원 공무원 54세 김모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1)는 “문재인 후보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처럼 승부를 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측의 단일화 조건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 승부를 보지 않은 것 이렇게 두 번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씨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안철수 후보와도 끝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충주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51)는 “문재인 후보는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가졌고, 사람 자체는 좋았다”면서도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이 생기고, 처음부터 안철수 후보를 등에 업고 나오려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2차 TV토론 과정에서 이정희 후보의 태도가 무례하고 경솔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이를 전혀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그런 말은 삼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이정희 후보에 편승하려는 모습이 보여 실망했던 게 사실” 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손을 잡는 것보다는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 국가 안정에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전모씨(53·기업체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전씨는 “TV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가 ‘깽판’을 치는 것을 보고 문재인 후보가 되면 이런 주사파와도 연대해 나라가 불안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물로만 보면 문재인 후보를 좋아하고, 박근혜 후보보다 훨씬 참신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 후보의 지지세력이 너무 안 좋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대한 실망감으로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북 전주에서 철강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51)는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균형발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이런 기대는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골수 민주당이었다’고 밝힌 이씨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며 참여정부 시절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 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광주에 사는 김모씨(51·공무원)는 “문 후보가 진실돼 보여 호감이 갔지만 민주당을 믿을 수 없어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단 한번도 민주당 외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적이 없는 그로서는 처음으로 지지정당을 바꾼 것이다. 김씨는 “ ‘호남독재’를 대대로 누리고 있는 민주당에 경고하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며 “자신들의 텃밭인 광주의 발전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대충 4년 때워도 찍어주게 돼 있다는 오만함이 싫고 구역질난다”고 했다. 이어 “지역 프로젝트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오히려 새누리당 인사들과 논의할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김모씨(54·공무원)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컸고,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선택 역시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정권이 끝날 무렵까지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거셌고, 지극히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민주화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국론 분열만 일어났고, 경제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노무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며 “직장에서도 관리하는 위치로 가다 보니 안정을 요구하는 쪽으로 생각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류인하·최승현·김한솔·이효상 기자 acha@kyunghyang.com ]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3)
“그냥 박정희·박근혜가 좋아서 투표”
[경향신문] 2012-12-24 22:00:03

 

“독재니 뭐니 해도 업적 있잖냐… 박근혜, 아버지 닮아서 믿음직”

50대 유권자들이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한 데는 ‘고도성장’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도 큰 몫을 했다. 부정부패 의혹 없이 오랫동안 안정적 정치 경륜을 쌓아온 박 당선인에 대한 신뢰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50대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오산시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씨(59)는 “박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고 하지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경제가 제대로 됐겠느냐”고 말했다. 조씨는 “한국에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속도로를 만들 때 야당은 모조리 반대했는데, 그때 무리수를 둬서라도 고속도로를 안 깔았다면 지금도 부산까지 내려가는 데 12시간, 20시간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황모씨(59·직장인)는 “어린 시절 보리밥만 먹고 자라다 새마을운동 시작하면서 수돗물이 나왔고 마을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며 “유신독재니 뭐니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에 비하면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박 당선인이 아버지를 닮은 딸이라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제주에 사는 한모씨(55)는 박 전 대통령이 제주에 베푼 은혜를 생각해 박 당선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도로사정이 열악하던 제주도에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한 시간에 오갈 수 있는 5·16도로를 만들었고 먹는 물이 부족하던 시절에 한라산 입구에 수원지를 파 수돗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의 김모씨(54·공무원)는 “내가 고교 1학년 때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시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망했는데 그때 많이 울었다”며 “박 당선인이 혼자서 힘든 세월을 보낸 것에 대한 연민의 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 “어린 시절 새마을운동 후 수돗물도 나오고 발전” 대전 직장인 59세 황모씨
▲ “가족 잃고, 결혼도 안 해 비리 없는 대통령 기대” 서울 자영업 59세 김모씨

 

▶ 지난 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0대는 정치인 박근혜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표시했다. 특히 친·인척 비리로 얼룩졌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가족이 없어 측근 비리도 없을 것 같다고 말한 50대가 많았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씨(58·회사원)는 “박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 후 상당 기간 갈고닦으며 자기 입지를 굳혀와 믿음이 갔다”며 “소신있게 세종시를 지지하는 등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점도 박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씨(59)는 “박 당선인은 부모를 비극적으로 잃고, 남편도 없이 꿋꿋하게 살아왔다”며 “박 당선인이 어머니의 검소함과 아버지의 강함 등 좋은 점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주부 전모씨(53)는 “지금까지 대통령들은 가족이 있다보니 모두 친·인척 비리나 측근 비리도 많았다”며 “박 당선인은 가족이 없어 측근 비리도 나올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박모씨(51)는 “박 당선인이 인사탕평과 국민대통합을 주장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며 “현 정권만 봐도 고대나 소망교회 출신 아니면 뭐 해볼 수도 없었지만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큰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표를 한 사례도 많았다. 경기 동탄시에 사는 보험영업직원 김모씨(51)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원했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순간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서로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기존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육영수 여사의 온유한 품성을 닮은 박 당선인이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주부 권모씨(59)는 “박 당선인이 여성의 입장을 반영해줄 것 같아 찍었다”며 “물가가 끝없이 올라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인데 박 당선인이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해 물가를 안정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나모씨(57)는 “박 당선인의 인상이 엄마같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다”며 “결혼도 안 하고 혼자 힘으로 힘들게 살아온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기도 해 이번에는 찍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홍균·김정훈·강주일·박순봉 기자 khk505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