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음악·애청곡

[어머니 영상시] '다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는 날' - 신석정 작

잠용(潛蓉) 2015. 9. 3. 13:23

 

[영상시] '다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는 날' 

신석정 작시/ 낭송 김경희

오동나무 꽃이 비오듯 지는

오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고향도 없는 그 어린 양떼를 데불고

끝내 어머니 품을 떠나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길도 없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더구나 없었습니다.

다만 계절과 절연된 이 황량한 목장으로

나를 이끌고 온 자는 누구였을까요?'

 

어머니, 저 안쓰러운 영떼를 데불고

어찌 이 목장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겠습니까?

이젠 슬픈 목가도 아예 부르지 않겠습니다.

 

푸른 오월이 몸에 적시운그대로

찔레꽃 진한 향기가 베어든 그대로

어머니, 당신의 품으로 돌아기는 이 날이

어찌 이다지도 울고싶도록 즐거웁습니까?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석정은 '전원 시인' 아닌 '저항 시인'
[전북일보] 2014.06.26  21:30:47 
 
허소라 전 석정문학관장, 스승 생애·문학 다룬 〈못다 부른 목가〉 펴내
시인 신석정의 기념사업회 출범을 앞두고 그의 삶과 시 세계를 조망한 책이 출간됐다. 특히 미발표된 시를 통해 ‘전원 시인’이 아닌 ‘저항 시인’의 모습을 강조했다. 허소라 전 석정문학관장이 스승의 생애와 문학을 다룬 해설집 <못다 부른 목가>를 내놓았다.(신아출판사) 그는 신석정 시의의 작품을 세 시기로 나눠 분석했다. 초기 노장사상에 심취하고 타고르·만해 등의 영향을 받아 <촛불>에서 어머니와 함께 ‘그 먼나라’를 찾으며 자연을 동경했지만 전쟁통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별보다는 쌀을 떠올리고 이어 독재시설을 겪으며 저항의 목소리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허 전 관장은 “일제 말기 1941~2년 많은 예술인들이 친일로 돌아섰을 때 신석정은 부안 청구원에서 원고지를 채웠다” 고 소개했다. 신석정 시인이 1942년 병석에서 쓴 ‘인도의 노래’는 그가 존경하던 타고르의 조국 인도의 상황을 빗대 조선의 현실을 나타냈다. 영국의 인도 착취를 비판하며 제국주의 일본을 떠올리게 했다. 같은 해 썼던 ‘다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는 날’에서는 ‘어린 양 떼’와 같은 한민족이 일제의 ‘목장’이 아닌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갈 날인 독립을 확신하고 있었다.

 

해방 뒤 1946년에 궁핍함을 담은 ‘꽃’이라는 시에서는 ‘배가 고파 누우니 (중략) 아내, 아이, 친구의 얼굴보다 꽃처럼 탐스러운 밥이 왈칵 달려온다’고 기술해‘기아가 있는 한 지구는 영원히 별보다 더러울게다’라는 말로 <촛불>과 <슬픈 목가>의 판권을 쌀 두 가마니에 넘겨야 했던 시절을 그렸다. 이어 신석정 시인이 1960년 서울일일신문에 교원노조를 지지하며 실은‘단식의 노래’와 1961년 ‘다가온 춘궁’을 혁신계 신문이었던 민족일보에 기고한 게 화근이 돼 5·16 군사 쿠데타 직후 전주경찰서에 구금된 필화사건도 상세히 전했다.

 

허 전 관장은 이와 함께 지난 1962년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시 ‘등고’가 알려진 계기와 제주도 소년 ‘윤’이와의 인연 등의 읽을거리도 첨부했다. 그는 “석정은 한국 모범 시인이고 자연과 역사를 아우르는 사람이었다”고 예찬하고 “평생을 지역에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다음달 11일 오후 5시 도청 대강당에서 문학상 제정 등을 위한 (사)신석정기념사업회가 창립대회를 연 뒤 오는 10월 말께 열리는 석정문학제에서 제1회 신석정 문학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이 상은 시인의 유족이 기금을 쾌척해 이뤄졌다.

[이세명| dalsupia@jjan.kr

 

목가시인 신석정(1907~1974) 日帝저항 시 썼다
[경향신문] 2009-04-15 17:43:53ㅣ수정 : 2009-04-15 17:43:53
   
<슬픈 위치> 등 미발표 시 공개
“현실참여적 시와 서정시의 이분법을 통합하려고 한 것이 석정시의 본류입니다.” 전원풍의 목가적인 서정시로 유명한 신석정 시인(1907~1974)이 일제시대 식민지배를 비판하며 썼던 미발표시들이 공개돼 그의 현실참여적 면모가 새로이 드러났다.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73)는 15일 신 시인의 초기 시집 <촛불>(1939)과 <슬픈목가>(1947)의 육필 초고에서 시집에 들어가지 않은 시 14편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미발표 시들은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내용을 담은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1942), <우리도 가을이 오면>(1940), <나는 너를 이끌고>(1943), <슬픈 위치>(1943), <인도의 노래>(1942) 등으로 대부분 1940년대 초반에 쓰여진 것들이다.

 

허 교수는 “신 시인은 1939년 [학우구락부]라는 잡지에 해방에 대한 염원을 그린 ‘방’이란 시를 발표하고 일본 경무국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후 저항적인 시들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며, “30년대 시인 가운데 창씨개명을 거부한 시인은 신석정이 거의 유일할 정도로 초기부터 강한 저항정신을 보였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친일시 청탁이 들어오자 원고 청탁서를 찢어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은 식민통치의 고통 속에서도 패배하지 않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시인은 “다만 계절과 절연한 이 황량한 목장으로/ 나를 이끌고 온 자는 누구였을까요?/ 어머니/ 안쓰러운 양떼를 데불고/ 어째 이 목장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겠습니까?”라고 노래했다.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인도의 노래’도 눈에 띈다. “한때는 인도의 피를 핥아먹고/ 한때는 인도의 젖을 빨아먹고/ 끝내는 인도의 살을 에여먹던/ 대영제국의 허울 좋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멍청한 짐승들이여…굴종은 미덕이 아니니라./ 인도여 노래를 불러라.” 이 시들은 이번 주말 출간되는 신석정 전집 (전5권·국학자료원)에 수록될 예정이다. [사진] 신석정 시인의 미발표시 ‘다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는 날’(1942) 육필원고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