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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대선후보] 얼굴 만큼이나 다양한 글씨체

잠용(潛蓉) 2017. 4. 5. 13:29

대선후보 5명 '방명록' 글씨 비교해보니...

'초딩체'에서 '한자'까지
중앙일보ㅣ오원석ㅣ입력 2017.04.05. 09:51 댓글 1755개

 
전날인 4일 국민의당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확정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정의당의 대선 후보 5명이 모두 확정됐다. 안 후보는 5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안 후보는 이날 방명록에 "나뉘어진 대한민국을 희망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안 후보의 필체는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당시부터 이른바 '초딩체'로 잘 알려져 있다. 흘려 쓰지 않고 곧게 쓰는 것이 특징이다. 안 후보는 이날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4월 5일 현충원 방명록. /박유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4월 4일 현충원 방명록. /중앙포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2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명록. /중앙포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3월 23일 국립대전현충원 방명록 /중앙포토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2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명록. /중앙포토


안 후보보다 하루 앞선 4일 현충원을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방명록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고 남긴 바 있다. 문 후보의 필체는 안 후보의 것과 차이가 뚜렸하다. 사각형 틀에 맞춰 곧게 쓰는 안 후보와 달리 문 후보의 글씨는 흘려 쓰는 것이 특징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바른정당의 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지난 2월 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유 후보는 당시 방명록에 "용감한 개혁으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3일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했다. 홍 후보의 당시 방명록 문구는 "대란대치"로 '세상을 크게 흔들어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으로 마오쩌둥이 쓴 말로 알려져 있다. 홍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인 4일 방문한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도 방명록에 '대란대치'라고 썼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월 10일 봉하마을을 찾아 "친노(親勞) 정부 수립하여 사람 사는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당시 그의 방명록에 들어간 '친 노동 정책'을 뜻하는 '친노'가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폭 30cm, 높이 20cm 대여금고가 작아서"

최유정 변호사의 2억원이 성균관대에서 발견된 사연

중앙일보ㅣ최모란ㅣ입력 2017.04.05. 11:47 수정 2017.04.05. 11:55 댓글 206개


최 변호사, 지난해 5월 남편 A교수에게 숨겨놓은 돈 부탁
A교수, 대여금고 작아 찾은 돈 16억원 중 14억원만 넣어
남은 2억원 학교 사무실에 뒀다가 지난 2월 학생 사물함에 넣어

"내 명의로 된 은행 대여금고에 있는 돈을 당신이 좀 대신 보관해줘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수원)의 교수인 A씨(48)는 지난해 5월 초 아내 최유정(47) 변호사에게 이런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당시 브로커와 짜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50억원, 이숨투자자문의 송모 대표에게서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각각 5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A교수는 이후 아내의 은행 대여금고 안에 있던 현금과 달러 등 16억원 상당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 대여금고로 옮겼다.


최유정 변호사. /중앙포토

 
문제는 대여금고의 크기였다.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대여금고는 폭 30㎝, 높이 20㎝ 정도로 오만원권 기준으로 약 10억원이 들어간다. A교수가 계속 밀어 넣었지만 대여금고엔 14억원 상당만 들어갔다. 그는 결국 대여금고에 넣지 못한 오만원권 지폐 1800장(9000만원)과 미화 100달러 지폐 1000장(약 1억1000만원) 등 모두 2억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자신의 교수 연구실에 보관했다. 최 변호사는 같은 해 5월 9일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의 수사는 집요했다. 최 변호사의 대여금고 안에 아무것도 없자 A교수의 대여금고까지 압수 수색을 해 안에 있던 돈을 모두 압수한 것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가 챙긴 부당수익금이 100억원이 이른 데 비해 법원에 추징 보전된 금액은 7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A교수는 이후 검찰이 자신의 교수 연구실까지 압수 수색을 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학생용 사물함을 떠올렸다. 학생들이 이용이 저조해 많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A교수는 지난 2월 16일 오후 3시40분쯤 생명과학과 학생 사물함에 접근해 빈 사물함에 돈을 넣었다. 이후에도 3차례 사물함을 찾아가 돈이 있는지 살피기도 했다. 학생회의 신고로 2억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난달 7일 오전에도 사물함을 살펴봤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오후 개강을 맞아 자연대 1층 사물함 정리작업을 하던 학생회가 이 돈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달 7일 성균관대 사물함에서 발견된 돈봉투 /수원중부경찰서

 
경찰은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한 결과 교수 연구실이 없는 사물함 쪽을 A교수가 방문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A교수는 사물함이 있는 생명과학과 소속 교수도 아니었다. A교수가 최 변호사를 면회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 4일 A교수의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고 A교수를 경찰서로 출석시켰다. 경찰에서 그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돈을 보관했다"고 자백했다.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는 A교수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교수는 '최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받을 무렵 합의이혼했다'고 주장하지만 호적상으로 두 사람은 아직 부부"라며 "합의이혼했다는 A교수가 최 변호사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어 수상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김민욱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