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엉터리 여론조사'라더니..결과는 '역풍'
KBS뉴스ㅣ최형원ㅣ2018.06.14. 21:51 수정 2018.06.14. 22:47 댓글 3712개
[앵커] 자유 한국당의 참패는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예고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가짜 여론조사, 엉터리 조사라며 비난을 퍼부었는데요. 이런 현실 부정이 역대급 선거 참패를 불러온 건 아닐까요? 최형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자유한국당의 중앙선대위 발대식. 선대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대표는 여론조사와 민심은 다르다며 선거를 통해 한번 확인해보자고 말합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전 대표/지난달 15일 : "가짜 여론조사 기관에서 하는 그런 가짜 여론하고 같은지 민심을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한국당이 열세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가짜' 또는 '조작'이라고 부정하며 여론조사 기관을 폐쇄해야 한다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전 대표/지난달 2일 : "여론조사 엉터리란 거야. 왜 엉터리냐, 여론조사기관 사장 말이,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20% 는 민주당 지지자들만 답변한다는 거예요."]
불리한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과 외면은 결국 오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전 대표/지난달 12일 : "모든 선거는 대부분 예측 빗나갔고 뚜껑열어봐야 민심 알수있다. 진짜 바닥민심은 우리 한국당에 있고…."] 홍 전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이후에도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끝까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론조사 비난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선거 결과를 받아보고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선거 참패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바닥 민심은 다르다고 하셨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지요?) ..."]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최형원기자 roediec@kbs.co.kr]
보수에 등돌린 5060... 與, 서울 97% 대전 100% 지방의회도 독식
조선일보ㅣ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ㅣ2018.06.15. 03:09 수정 2018.06.15. 06:38 댓글 659개
[6·13 민심 / 무너진 보수]
2006년 54%였던 보수정당 지지율 12년 만에 28%로 반토막
한국당 지지율 50대 15%·60대 이상 22%로 민주당보다 낮아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승을 거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특정 정당이 큰 선거에서 3연승한 것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승리한 한나라당에 이어 두 번째다. 약 10년 전엔 보수 정당 쪽으로 기울었던 민심이 이젠 진보 정당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전국적인 지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51.4%, 자유한국당 27.8%, 바른미래당 7.8% 등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율이 5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보수표(票)가 거의 반토막 났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의 21.6%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득표율(51.4%)은 작년 5·9 대선의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41.1%)과 비교해도 10.3%포인트 상승했다. 자유한국당은 작년 대선의 홍준표 후보 득표율(27.8%)과 이번 지방선거 정당 득표율(24.0%)이 비슷했다. 이에 비해 바른미래당은 작년 대선의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 득표율 합(合)인 28.2%에서 이번엔 7.8%로 20.4%포인트 하락했다. 대선에서 안 후보와 유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의 상당수가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휩쓸고 정당 득표율이 과반수에 달하는 압승을 거둔 것은 세대별로 취약했던 50~60대까지 지지가 확산된 것의 영향이 컸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방선거 직전인 6월 2~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17개 시·도지사 후보들 모두 20~40대에서 1위였다. 50대는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민주당이 선두였다. 민주당이 60대 이상에서 1위인 지역도 서울·부산·강원·충북·세종과 광주·전남북 등 8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 높았다. 2012년 대선에선 20~30대는 민주당, 50~60대 이상은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며 40대가 완충 지대 역할을 했다. 작년 5·9 대선에선 문 대통령이 20~40대뿐 아니라 50대에서도 36.9%로 홍 후보(26.8%)와 안 후보(24.4%)에게 앞선 선두였고, 60대 이상에선 홍 후보(45.8%)에게 문 대통령(24.5%)이 뒤졌다. 하지만 최근 갤럽 조사에선 60대 이상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앞섰고,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지지세가 청·장년층뿐 아니라 60대까지 확산되는 추세란 의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인해 유권자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인 '실버 민주주의' 시대에 보수 정파 우세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어긋났다"며 "2002년 대선부터 시작됐던 '청년층 대(對) 노년층' 대결도 소멸됐다"고 했다. 여론조사 회사 메트릭스의 조일상 대표는 "이른바 386 세대가 대부분 50대로 접어들었지만 진보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의 영향이 크다"며 "탄핵 이후 야당에 실망한 60대 표심도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2030 경제절벽에 절망하는데, 아둔한 보수는 반공·국가주의 집착"
중앙일보ㅣ안효성.홍지유ㅣ2018.06.15. 01:05 수정 2018.06.15. 06:45 댓글 791개
보수, 생존 위해 재편 불가피, 참패한 야당, 합당 얘기 나오지만
"합쳐봤자 효과 있겠나" 지적도, "기존 보수 올드보이들 물러나고
새 인물 찾아 바뀐 모습 보여줘야"
6·13 지방선거 참패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양당 모두 14일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일단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야권 생존의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이다. 일단 덩치를 불려 국회에서라도 생존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학 교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본 후 합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흩어진 보수세력을 규합해 큰 산맥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들도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양당 일부에서도 이미 “뭉쳐야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양당 통합의 관건은 각 당이 이후 치를 전당대회 결과다. 이미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 정우택 전 원내대표 등이 보수 통합과 재건을 내걸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복잡하다. 보수 재건을 내건 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계열과 중도세력 규합을 내건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계열의 힘싸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이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이 다시 쪼개지는 상황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 일부에서는 각당이 간판을 모두 내린 후 외부 세력과 함께 헤쳐 모이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민심의 외면을 받았는데 두 당이 합쳐봤자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겠냐”며 “차라리 원점에서 출발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세력 간의 연합을 모색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도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한국당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같이 완전한 해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인물부터 외교·안보·경제 등 각 분야의 정강 정책도 시대에 맞게 새로 만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두 당 모두 정계개편을 장기 과제로 묻어둘 가능성도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양측 모두 패배하며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데다 보수 재편을 이끌 간판 인사도 부재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꼽히지만 원 지사는 “도정에 집중하겠다”며 관망 모드를 취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두 당 모두 대패를 하며 누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만큼 당분간은 쇄신 경쟁에 돌입해 지지율을 높이는 작업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전에도 야권 재편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꿈쩍하지 않은 건 국회의원의 생사가 걸린 총선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며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의원들이 민심의 추이를 보며 버티기 모드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야권은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구성→당 대표 선출→혁신기구 구성 등 기존 ‘위기 대응 매뉴얼’만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 간 통합 등 정계개편으로 활로를 찾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기존 보수를 대표했던 올드보이들이 물러나고 새 인물이 나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평준 한신대 정치철학 교수도 “한국 보수의 재구성은 민심에 의해 강제되게 됐다”며 “국민과 역사에 대한 준엄한 사죄가 전제되고 그 사죄를 증명할 인적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홍지유 기자 hyoza@joongang.co.kr]
그많던 부동층 표들은 어디로 갔을까... 개표결과와 여론조사 뜯어보니
중앙일보ㅣ하준호ㅣ2018.06.15. 06:00 수정 2018.06.15. 06:47 댓글 334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등으로 응답한 부동층은 20~40%에 육박했다. 각 진영의 아전인수격 해석과 지역별 편차는 있었지만, 이른바 ‘샤이(shy) 보수’와 ‘샤이 진보’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였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점쳤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부동층의 향배를 주시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 이후 부동층의 동선을 짚어봤다. 지난 5~6일 발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 결과와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지난 7일 이전의 조사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지역은 각 당이 격전 또는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던 수도권·영남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 11일 서울 동작구 명수대상가 앞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유세를 듣고 있다. [뉴스1]
분석 결과, 서울·경기·부산·울산·경남 등에서 부동층 대부분은 한국당 후보에게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에서 서울 지역 부동층은 11.2%였다. 그런데 실제 개표 결과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52.8% 득표율로 여론조사보다 3.3%포인트 감소한 반면,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23.3% 득표율로 7.5%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층이 21.7%였던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개표 결과 여론조사보다 5.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남경필 한국당 후보는 13.3%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모두 두 후보간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워낙 커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민주당이 사활을 걸었던 부산·울산·경남도 실제 득표 결과와 여론조사 지지율 간 격차는 한국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컸다. 부동층이 20.4%로 조사된 부산은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보다 4.4%포인트를, 서병수 한국당 후보는 12.8%포인트를 더 가져갔다. 19.8%의 부동층이 관찰됐던 울산의 경우는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4.8%포인트, 김기현 한국당 후보가 11.5%포인트를 더 얻었다. 개표 초반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남은 여론조사 당시 부동층이 21.6%로 조사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김경수 민주당 후보는 6.8%포인트 증가한 반면,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13.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PK 역시 부동층의 이동이 민주당 대세론을 가로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전·충남 등 충청권에서는 갈등하던 부동층 민심이 민주당 후보쪽으로 더 많이 기운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 기간 중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권 특유의 민심 특성을 감안할 때 막판 대이동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 대전의 허태정 민주당 후보는 43.0%, 박성효 한국당 후보는 19.3%였다. 그런데 실제 개표 결과는 허 후보 56.4%, 박 후보 32.2%였다. 32.2%에 달한 부동층의 이동이 근소하게나마 허 후보에게 더 많이 쏠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다. 충남에서는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기존 여론조사 결과보다 22.2%포인트, 이인제 한국당 후보가 15.5%포인트를 더 확보했다. 이 지역 부동층은 39.6%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물론 단순 수치만으로 부동층의 향배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예컨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다 한국당 후보 지지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70%대의 대통령 지지율과 50%대의 민주당 지지도에 힘 입은 민주당 대세론에다, 한국당에 대한 실망으로 갈팡질팡하던 샤이 보수층의 결집 실패가 한국당 완패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보수텃밭 지각변동... 부여·청양·춘천 사상 첫 진보 단체장
중앙일보ㅣ신진호.최종권.박진호ㅣ2018.06.15. 01:37 수정 2018.06.15. 06:46 댓글 42개
▲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14일 당직자와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방선거서 드러난 충청·강원권 민심
민주당, 대전 구청장 5곳 싹쓸이... 충남 15개 시·군 중 11곳 승리
충북서도 3곳서 7곳으로 약진... 강원선 사상 첫 두자릿 수 당선
전국을 휩쓴 ‘푸른 물결’이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충청·강원지역도 뒤덮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싹쓸이하면서 지방권력까지 장악하게 됐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결과 대전지역 기초단체장 5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동구 황인호(60), 중구 박용갑(61), 서구 장종태(65), 유성구 정용래(50), 대덕구 박정현(54·여) 당선인 등이다. 현역으로 3선을 노리던 동구 바른미래당 한현택(63) 후보와 재선 고지를 눈앞에 뒀던 대덕구 자유한국당 박수범(50·한) 후보는 초선에 도전한 황인호·박정현 당선인에게 발목이 잡혔다. 박정현 당선인은 ‘대전 최초의 여성 구청장’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충남에서도 민주당 돌풍이 휩쓸었다. 15개 시장·군수 가운데 한국당은 단 4곳을 건지는 데 그쳤다. 2014년 지방선거 때 10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벽한 참패’다. 부여와 청양에서는 3선을 노리던 한국당 이용우(57), 이석화(72) 후보가 각각 민주당 박정현(54), 김돈곤(61) 당선인에게 패했다. 이른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부여·청양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의 고향이다. 이 때문에 ‘충청대망론’을 내세워 재기를 노리는 이완구 전 총리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충북에서도 기초단체장 11곳 가운데 7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3곳에서 겨우 당선자를 냈던 민주당은 4년 전 참패를 설욕했다. 전통적 보수지역으로 꼽히는 강원에서도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18개 시장·군수 중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1곳을 석권했다. 한국당은 5곳을 지키는 데 그쳐 역대 지방선거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15곳,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이었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18개 시·군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춘천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이재수(53) 후보가 재선을 노리던 한국당 최동용(67)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방선거 사상 첫 진보 진영 춘천시장이다. 지방의회도 민주당이 장악했다. 대전시의원 19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모든 후보를 당선시킨 가운데 비례대표도 3석 중 2석을 차지했다. 충남도의원도 38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32곳을 석권했지만 한국당은 6석에 그쳤다. 충남도의회는 전체 42석(비례대표 4석 포함) 가운데 민주당이 34석, 한국당이 7석, 정의당이 1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세종시의회도 지역구 16곳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고 비례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1곳씩 나눠 가졌다. 충북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9개 지역구 가운데 26곳을 차지했다. 한국당은 지역구 3석과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4년 전에는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31석 중 21석을 차지하며 충북도의회를 장악했다.
강원도의회도 대폭 물갈이됐다. 전체 의석 46석(비례 포함) 중 민주당이 35석(비례 3석), 한국당이 11석(비례 2석)을 각각 차지했다. 4년 전 44석 중 새누리당 36석, 새정치민주연합 6석, 무소속 2석과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여당인 민주당은 책임정치를 구현하도록 더 겸손해지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는 매의 눈으로 지방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최종권·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좋은 환경서 사회 바라보던 보수, 변하는 데 시간 걸릴 것”
[중앙일보] 입력 2018.06.15 00:59 수정 2018.06.15 02:16 | 종합 5면 지면보기
▲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의 지방선거 완패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보수가 더 온건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보수 야당에 초유의 패배를 안긴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4일 “옛날 같은 보수는 안 된다. 더 계몽되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보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치학계의 석학이자 진보 진영의 거두다. 진보 학자임에도 진보 진영에 대한 날선 지적을 피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날 보수를 향해선 담담하지만 분명한 조언을 남겼다.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6·13 민심’
쳇바퀴식 이념갈등, 반대 위한 반대, 옛날 보수론 안돼 … 계몽 보수로 가야,
과거엔 정당 돌아가며 정권 나눴지만 이젠 실력대로 사는 시기 접어들어
보수의 참패는 진보 진영에도 위기 여당, 압승에 취하지 말고 협치를
최 교수는 보수를 포함한 한국 정치 전반을 향해 “이젠 실력대로 사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바뀌지 않으면) 낮은 수준에서 쳇바퀴 돌듯이 이념 갈등, 반대를 위한 반대만 되풀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단 이번 지방선거에 앞선 지난해 조기 대선 결과가 보수 진영에는 오히려 더 궤멸적이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해 촛불집회와 조기 대선이 한국 정치에 미친 충격과 변화가 드러나는 첫 선거였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를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나 보수 야당을 진단했다.
질의 : 보수 야당은 왜 참패했나?
응답 :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촛불집회와 문재인 정부 출범이라는 큰 변화와 (시기적으로) 너무 가까웠던 선거였다. 당시의 궤멸적인 패배보다 이번이 더 ‘궤멸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는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질의 :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사퇴했다. 보수 진영에 변화가 올까?
응답 : “보수 인사의 행태나 정당의 노선 때문에 ‘보수를 지지할 수 없다’는 패턴이 관찰됐다면 이건 큰 변화다. 선거 패배가 홍 대표에게 책임이 있지만 사퇴한다고 해서 한국의 보수가 굉장히 바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보수─진보를 나눌 때 경제나 노동 문제, 남북 문제 등에 대한 표현 방식으로 살피는 것처럼 실제 투표자들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는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경쟁하는 후보가 뭘 하겠다는 건지, 차이가 뭔지, 우리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 건지를 판단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질의 : 그래도 보수 정당들이 완패했으면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응답 : “옛날 같은 보수는 안 된다. 더 계몽되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보수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낮은 수준에서 쳇바퀴 돌듯이 이념 갈등, 반대를 위한 반대만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가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안정된 가정에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게 좋은 거란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다 새로운 체제를 바라보게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질의 : 보수의 문제는 동시에 한국 정치의 문제 아닌가?
응답 : “한국의 정치인은 안이하다. 좋은 시절에, 정당이 돌아가면서 선거로 정권 잡고 나눠 먹었다.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호막들이 다 벗겨지고 있다. 실력대로 사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너무도 새로운 문제들이 짧은 시간에 예기치 않게 닥쳐왔다. 그런데 정치는 아무 준비가 안 된 채로 이걸 맞이하고 있다. 공교롭게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급변하는 시기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치러졌다.” 최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보수가 해체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질의 : 이번 선거를 정치 지형이 바뀌는 정초선거(定礎選擧)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응답 : “정초선거는 어떤 정치적, 사회·경제적 이유로 유권자가 재정렬·편성되거나 정당 체제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다수당 체제의 등장을 설명하는 이론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개념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가 큰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정당 체제까지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질의 : 급변하는 남북관계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
응답 : “문 대통령이 용기 있게 새로운 대북 정책을 추구한 공이 있다. 문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보수·진보 모두 전쟁 위협을 느낄 정도로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다가 극적으로 반전됐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풀어나갈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점은 문재인 정부엔 행운이었다. 그러나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의 결과물이다. 보수·진보 진영 모두 대전환의 시대가 부여하는 의미가 뭔지 성찰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그동안 없던 영역이 새로 우리 앞에 등장한 상황이고, 그래서 앞으로의 정치가 더 중요해졌다. 지금 아무런 준비 없이 변화 앞에 던져진 것은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질의 : 12년 전(2006년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완패)에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반대 상황을 맞았는데...
응답 : “대통령제는 독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정치 형태다. 거기에 여당이 지방선거까지 완승했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으면 무조건 팽창한다. 물리적 법칙과 같은 것이다. 한쪽 힘이 강해지면 막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질의 : ‘양손잡이 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보수의 참패는 진보 진영에 위기도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응답 :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과제다. 압도적인 대승에 취해서는 안 된다. 과거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듯이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남북 평화 공존과 새 국제 관계는 진보를 대표하는 이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합의(consensus)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경제 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상호 협력 없이는 안 된다. 맨날 법령으로 명령한다고 자유 시장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촛불의 결과를 문재인 정부가 배타적으로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다른 정당들과 공조 관계를 구축하고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 최장집(75) 교수는
진보 정치학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정치학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미 코넬대·스탠퍼드대 방문 교수 등을 지냈다. 보수의 오른손과 진보의 왼손이 경쟁하면서 협력하고 타협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양손잡이 민주주의’ 이론을 주창했다.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구조적 문제점을 이해하는 필독서로 평가된다.
[출처: 중앙일보] “좋은 환경서 사회 바라보던 보수, 변하는 데 시간 걸릴 것”
"강남마저 잃다니" "자유경북당 됐다"... 野 빈사상태
조선일보ㅣ최연진 기자ㅣ2018.06.15. 03:09 댓글 2492개
[6·13 민심 / 충격의 野]
지도부 사퇴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혼란 속 자조와 탄식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 하루 만에 당 지도부 퇴진 등 후폭풍에 휘말렸다. 하지만 선거 패배의 충격이 엄청나 야당에선 14일 "당 지도부 퇴진 정도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는 탄식이 나왔다. "모든 걸 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퍼지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당 해체를 포함한 전면적 재편 흐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날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들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큰 표 차이로 패배한 데 대해 "TK자민련이 됐다" "자유경북당"이라는 자조를 쏟아냈다. 한 재선 의원은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2년 뒤 총선 참패마저 예고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부산·경남 패배보다 서울 강남·송파구청장 패배가 더 충격적이다. 강남마저 등을 돌리다니…"라고 했다.
▲ 침통한 야권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서울 종로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해단식을 가진 후 자리를 떠나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박상훈 기자
소속 의원들의 '반성문'도 이어졌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대변했어야 할 저희가 밥그릇 싸움, 집안싸움에 골몰했다"고 했고, 서울 송파갑이 지역구인 박인숙 의원은 "국민이 한국당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처절하게 반성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광역·기초단체장 '0석'은 정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이번 결과로만 보면 다당제 실험은 실패했다"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다만 세 사람 모두 정계 은퇴 문제엔 선을 긋거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두 당 일각에선 "적당한 때를 봐서 다시 복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한 세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은 자신들의 대선 득표율 합(52%)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권의 혁명적 재편이 없는 상황에서 세 사람이 은근슬쩍 복귀한다면 야당은 다음 총선도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야권의 진로를 설명하진 못했다. 이날 두 당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화제로 삼았다. 하지만 상당수가 "대안이 아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 당직자는 "이럴 바엔 당 밖에서 리더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도양양한 인사라면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야당에 몸을 담겠느냐"는 목소리도 컸다.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한 당 재건이 쉽지 않다는 우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당을 해체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고 했다.
정책·노선·전략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을 알지 못했다"며 기존 노선을 과감히 바꾸자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당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름만 통합됐지 내부적으로는 전혀 통합되지 않았다"며 "이럴 바엔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두 당 모두가 머지않아 '헤쳐 모여'식 정계 개편 흐름에 내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TK당'으로 전락한 한국당, '난임 정당'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미래당 모두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두 당과 보수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하는 '보수 대통합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당은 일단 새 지도체제를 논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난 국민의 분노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냉철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긴급 간담회에서 "15일 의총을 열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두 당 모두 일정 기간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쳐 전당대회를 통한 새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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