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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역사

[차례상] 절차도 차례상도 시대따라 변한다

잠용(潛蓉) 2019. 2. 1. 10:04

'차례상 딜레마'... 중장년 男도 설이 괴롭다
서울신문 고혜지 입력 2019.02.01. 03:36 댓글 842개


차례 없애자니 조상님께 면목 없고
자녀는 간소화·휴식 설득하니 고민
“허례허식 줄이고 소통 방식 찾아야”

[서울신문] “차례를 없애자니 조상님께 면목 없고 옛날 방식을 따르자니 가족들이 힘들어해요.” 설 연휴(2월 4~6일)를 앞두고 부모와 자녀 세대 사이에 낀 중장년 남성들이 고민에 빠졌다. 다 갖춰 차례 지내자고 주장하기엔 음식을 직접 할 줄 모르고 가정 내 입지도 좁다. 게다가 자녀들은 “연휴 때 가족끼리 여행 가거나 좀 쉬자”고 하소연한다.



전모(55·경기 남양주시)씨는 이번 설부터 명절 차례나 부모님 제사는 외부에서 음식을 사다 지내기로 가족들과 합의했다. 음식 만드는 데 종일 시간 들이는 대신 단출하게 예를 다하고 가족들과 쉬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실제 남편이 이런 ‘결단’을 내리는 가정이 매년 늘고 있다. 티몬이 설 일주일 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간편 제수음식 매출은 ▲동태전 38% ▲깻잎전 28% ▲잡채 30% 등 크게 올랐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서모(60·서울 중랑구)씨는 며느리와 함께 맞는 첫 명절인 이번 설부터 케이크 등을 놓고 식사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영화 관람 등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을 버리지 못하는 40~60대 남성들도 많다. 40대인 나모(서울 양천구)씨는 가족들에게 “나 살아 있을 때까지만 제사를 지내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나씨도 차례 지내는 법을 모르는 자녀에게 전통례를 강요할 의사는 없다. 다만 자신이 제사를 책임지는 동안엔 전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차례를 지내는 것보다 가족 간 정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례상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문 종갓집도 허례허식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이자 퇴계 이황 종가 차종손인 이치억씨는 “설 차례상에 떡국, 포 하나, 한 접시에 담은 과일, 전 이렇게 네 가지 음식만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제사나 차례를 준비할 때 들어가는 정성과 조상을 그리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세대 간 소통을 통해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본인만의 방식을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차례 특집] 신앙인의 명절 차례, 어떻게 지낼까?
효와 추모 전통 계승하되 조상 ‘숭배’ 말아야


내일 모레(2월 5일)는 우리 겨레의 큰 명절, 설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고,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리스도인은 수확의 기쁨을 주시는 분이 만물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임을 고백하고 이날 감사미사를 봉헌한다. 한국교회는 명절에 다른 지역교회와 달리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제례를 드린다. 과연 가톨릭 신앙인은 어떻게 명절 차례를 지내야 할지 알아본다.



■ 기고 / 그리스도인의 조상 공경

 유교식 조상 제사 답습 아닌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
‘신위·신주·위패·지방’ 용어 대신 조상의 이름과 사진 사용해야


점점 가족들이 만날 기회가 적어지고 효도에 관한 전통적인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설과 한가위에 드리는 제례는 그나마 효의 의미를 되새기며 선조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천주교회는 제사의 근본정신을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제134조 1항)


그리고 한국천주교회는 사도좌에서 허락한 제례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조상 공경의 좋은 풍습을 유지하면서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과 ‘설, 한가위 명절 미사 전이나 후에 거행하는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에 관한 지침’을 승인했습니다. 주교회의가 승인한 제례 예식은 단순히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입니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 제례의 의미가 조상 숭배의 개념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가정 제례 예식의 승인은 모든 신자 가정이 이것을 의무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풍으로 제례를 지내온 가정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입교한 성인 신자 중에서 다종교 가정에서 생활하여 오랫동안 제례를 지내온 경우를 위한 천주교 제례 예식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필요로 기일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내야 하는 가정들도 이 예식을 사용하여 제례를 드릴 수 있습니다. 가정 제례를 위한 준비로 내적으로는 제례 전에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고 외적으로는 복장을 단정하게 갖추어 입습니다. 상차림은 음식을 차리지 않고 단순하게 추모 예절만을 위한 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곧 상 위에 십자가와 조상의 사진이나 이름을 모시며, 촛불과 향을 피웁니다. 만약 음식상을 차릴 때에는 형식을 갖추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릴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이라는 유교식 제례 용어는 조상 숭배의 의미를 연상시킬 소지가 있어, ‘조상(고인)의 이름’, ‘조상(고인)의 사진’ 등으로 대치하여야 합니다.


가정에서 드리는 제례 외에도 본당 공동체가 드리는 공동 의식에 대해서도 한국천주교회는 그 의미를 새기고 올바른 실천을 권고합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설이나 한가위 등의 명절에는 본당 공동체가 미사 전이나 후에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함이 바람직하다”(제135조 2항)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동 의식의 의미는 가정 제례와 구분하여 명절에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뜻으로 거행하는 본당 공동체 제례입니다. 따라서 공동 의식을 거행할 때에도 주교회의가 허락한 제례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공동 의식에 있어서 조심할 것은 미사와 함께 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공동 의식 거행의 때를 ‘미사 전이나 후’(제135조 2항)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례와 비전례적 신심 행위를 혼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편교회의 가르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대중 신심과 전례에 관한 지도서 : 원칙과 지침」(2001) 73~74항 참조). 곧 명절 미사라는 전례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문화 계승 차원에서 주교회의가 허락한 신심 행위인 제례가 혼합되지 않아야 합니다.


요즈음 명절 미사를 거행할 때,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리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명절 분위기를 내고 제례를 드리기 어려운 신자 가정들을 위한다는 취지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가장 위대한 제사가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제사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전례적, 사목적 문제가 있습니다. 올바른 가정 제례와 공동 의식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이어주신 조상들에 대한 효성과 감사를 드리는 은총 풍성한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윤종식 신부 (의정부교구·가톨릭전례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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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명절 차례 예식

 

시작 예식
(1)지금부터 명절을 맞이하여 한가위(또는 설날) 차례를 거행하겠습니다.
 (2)성호경
(3)시작성가 : 가톨릭 성가 50, 54, 227, 436, 462번 가운데 선택.
 (4)시작기도
†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우리는 오늘 한가위(설) 명절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조상님들을 기억하며 차례를 올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생명과 부활의 주인이신 주님께 조상님들과 우리 자신을 봉헌하면서 정성된 마음으로 이 예절에 참여합시다. (잠시 침묵)
† 주님, 이 세상에서 불러 가신 주님의 종 ( )를 받아들이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시며 성인들과 함께 주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또한 저희도 주님의 뜻 안에서 서로 화목하며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말씀 예절
(1)성경봉독 : 마태 5,1-12 요한 14,1-14 로마 12,1-21 1코린 13,1-13 에페 5,6-20 중 선택.
 (2)가장의 말씀 : 조상(고인)을 회고하면서 가훈, 가풍, 유훈 등을 가족들에게 설명.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가족들이 신앙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권고.


▲ 추모 예절
(1)분향과 배례 : 가장이 대표로 향을 피우고 참석한 모든 사람이 다함께 큰절을 두 번 한다.
 (2)위령기도 : 가톨릭 기도서 74~79쪽
(3)† 지극히 어지신 하느님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를 믿으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 믿으며 ( )를 아버지 손에 맡겨드리나이다.
◆ ( )가 세상에 살아있을 때에 무수한 은혜를 베푸시어 아버지의 사랑과 모든 성인의 통공을 드러내 보이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하느님 아버지, 저희 기도를 자애로이 들으시어 ( )에게 천국 낙원의 문을 열어주시고 남아있는 저희는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4)시편 129(130), 시편 50
 (5)† 주님, 세상을 떠난 모든 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또한 저희의 부르짖음이 주님께 이르게 하소서.
† 기도합시다. 주님, 세상을 떠난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비오니 주님의 성인들과 뽑힌 이들 반열에 들어 주님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6)무릎 꿇고 주님의 기도, 성모송을 각각 한 번씩 하고 다음 기도로 위령기도를 바친다.
† 주님, ( )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 )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 아멘.


▲ 마침 예식
(1) 마침성가 : 시작성가 참조.
(2) 음식 나눔


☞ 출처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그림설명]주교회의가 승인한 제례 예식은 단순히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