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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21대 총선분석] 왜 與 찍었나 물어보니... "與 코로나 방역 잘해" "野 발목잡기 못마땅"

잠용(潛蓉) 2020. 4. 17. 07:07

"韓, 세계 본보기"... 코로나 속 최고 투표율에 '감탄'
SBSㅣ손석민 기자 입력 2020.04.16. 20:48 수정 2020.04.16. 22:15 댓글 1431개

 

 

<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다 어려운 가운데 총선을 치러낸 한국에 대해서 미국 국무장관이 자유롭고 투명한 사회의 특징이자 세계의 본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외신들은 60%를 넘은 높은 투표율에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이 내용은 워싱턴에서 손석민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기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한국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자유롭고 투명한 사회의 특징이자 세계의 본보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외신들도 한국발로 체온계와 일회용 장갑, 손 세정제까지 갖춰진 투표소의 방역 환경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높은 투표율을 보인 데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CNN 서울 특파원 : 한국 유권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투표소에 오는 것을 우려했을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한국 여당의 대승 소식과 함께 투표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로 한일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논조가 주를 이뤘습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둘러싼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가 한층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앞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지도자들에게 한국 총선이 투표 방식이나 정치적 유불리 판단에 있어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오노영) [손석민 기자hermes@sbs.co.kr]

 

[사실은] 선거법 안 바꿨다면? 위성정당 안 만들었다면?
SBSㅣ이경원 기자 입력 2020.04.16. 20:45 수정 2020.04.16. 22:15 댓글 1143개

 

 

<앵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 정치가 남긴 문제점은 짚고 가야 합니다. 원래 작은 정당들의 국회 진출을 도와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것이 이번에 바뀐 선거제의 취지였는데,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서 그 빛이 바랬습니다. 그렇다면 두 거대 정당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득을 봤을지, 사실은 코너에서 이경원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이번 총선 결과 정리하면 민주당 계열 180석, 통합당 계열 103석, 정의당 6석입니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그러니까 지난 총선의 비례대표 배분 규칙을 따랐으면 어땠을까요? 민주당, 통합당이 각각 현 비례정당의 득표율을 그대로 받았을 때로 가정합니다. 민주당 181석, 이번보다 1석 더 얻고 통합당 102석, 1석 적었습니다. 정의당은 같습니다. 선거제도 바꾸나 안 바꾸나 의석수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 장면 기억하시죠? 작년 이맘때 민주당 포함해 4개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통합당은 절대 안 된다, 이것 때문에 국회 문 부수고 병원에 실려가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 무색해졌습니다.

다음 분석입니다. 두 거대 정당이 비례정당 안 만들고 지금의 비례 지지율을 받았다고 하면 준연동형제에서 민주당은 지금보다 11석, 통합당은 7석 손해입니다. 대신 정의당 8석을 포함해 군소정당들의 몫이 커집니다. 작은 정당에 기회를 주겠다며 우여곡절 끝에 만든 준연동형 비례제도, 두 거대 정당은 비례정당이라는 꼼수로 자신들의 몫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열, CG : 강유라, 자료조사 : 김정우·김혜리)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무섭다, 소름 돋았다"... 총선 결과에 광주시민들도 '깜놀'
뉴스1ㅣ박준배 기자 입력 2020.04.16. 17:55 댓글 7610개

 

▲ 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전남중학교에 마련된 치평동 사전투표소 앞에 투표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20.4.11 © News1 박준배 기자

 

▲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당선인들이 16일 광주시청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민의 안전과 민생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0.4.16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전남 민주당 18석 석권..전국 180석에 "이런 일도!"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무섭다." "진짜 소름돋았다."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민주당이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싹쓸이한 것도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미래통합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다시 등극한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180석 대 103석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거둬 광주시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16일 낮 점심시간 광주시청 인근 식당에서는 21대 총선이 최대 화두였다. 광주시청 공무원을 비롯해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식사를 하며 4·15총선 결과를 놓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회사원 김모씨(47)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민주당이 수도권을 휩쓸며 1당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정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구나 싶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동료 정모씨(47)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아 설마설마했는데 전국에서 180석을 차지해 놀랐다"며 "민심이 정말 무섭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동조했다.


광주시청 공무원 김모씨(51)는 "개표 전까지는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합해서 150석만 넘어도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다" 며 "180석을 차지하는 걸 보고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함께 식사하던 박모씨(50)는 "민경욱, 차명진, 김진태, 이언주, 나경원 등 막말 잘 하는 사람들이 다 떨어져서 속이 후련하다"며 "민주당이 이기고 지고를 떠나 밉상들 안 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뉴스1이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불집을 운영하는 최모씨(68)는 "코로나19로 정말 말도 못하게 타격을 받아 힘들지만 문재인 정부에 힘 실어주고 싶었다"며 "경제가 안 좋은 건 세계적인 현상인데 정부탓 대통령탓만 하는 야당이 답답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상인들 대부분 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게 표심으로 나타난 것 같다"며 "통합당은 뭐든 지적하고 불평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광주전남에서 중진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며 민주당이 싹쓸이한 데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상무지구에서 만난 박모씨(45)는 "아무리 민주당 바람이 불어도 최소한 1~2석 정도는 중진 의원들이 될 줄 알았다"며 "광주 천정배 의원이나 목포 박지원 의원도 지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는 짠한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힘있는 중진의원들 1~2명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역시 선거는 바람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일을 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형배 민주당 광주 광산을 당선인도 "민심이 무섭다"고 말했다. 민 당선인은 이날 합동기자회견에서 "투표 결과를 보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무섭게 느껴졌다"며 "곰곰히 생각한 끝네 내린 결론은 무겁게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180석으로 1987년 개헌 이후 최대 승리를 거뒀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으로 참패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은 163석, 통합당은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이었다. 비례는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으로 계산됐다. 민주당은 4년 전 20대 총선의 123석을 훌쩍 뛰어넘어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nofatejb@news1.kr]

 

왜 與 찍었나 물어보니... "코로나 방역 잘해" "野 발목잡기 못마땅"
한국일보ㅣ김정원 입력 2020.04.16. 20:02 수정 2020.04.16. 21:56 댓글 4410개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다음날인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고 당선됐다. /이한호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미래통합당 선개개표상황실에서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통합당 막말 논란 이어져… 누가 누굴 심판한다는 건지”
“조국 사태땐 실망했지만 노인 일자리 증가 등 복지 혜택”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전체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며 한국 정치사를 새로 썼다.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이 절묘하게 유지됐던 역대 선거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바닥 표심’이 일제히 여당으로 쏠린 이유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동시에 찍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16일 직접 들어봤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문재인 정부의 후반부 국정 안정을 투표 이유로 꼽았다. 정의당과 민생당이 실책을 거듭하자 이 정당들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표까지 대거 민주당이 흡수한 것 역시 압도적인 승리의 동력으로 파악됐다.

 

◇ “신종 코로나 확산 차단에 높은 점수”

민주당에 기꺼이 한 표를 던졌다는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정치 효능감을 높여 정권 지지도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선거 결과로 입증된 것이다. 경기 안양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A(28)씨는 “해외에서도 우리의 코로나 방역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워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경기 의왕ㆍ과천시 선거구의 김모(42)씨도 “신종 코로나 초기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은 못마땅했지만 이후 대응은 매우 잘했다고 생각해 민주당을 찍었다”고 했다.

 

국정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남 나주시의 직장인 김모(30)씨는 “평소 정의당을 지지했지만 이번만큼은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식 정치를 막으려면 수권정당이 확실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투표 이유를 밝혔다. 서울 관악구 주민 이모(30)씨도 “현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정책이나 국민과의 소통 방식이 마음에 들어 지지했는데,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통합당, 누가 누굴 심판하나?"

투표 전에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예단도 나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보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복지혜택 등에 좋은 점수를 줬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서울에 사는 박모(45)씨도 “조국 사태 당시 정부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현 정권 들어 노인 일자리가 증가해 부모님의 생활 형편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정국 안정을 바라는 표심이 늘었다는 것은 통합당의 ‘정권 심판론’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에 한 표를 준 다수의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론에 지쳤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인 진모(31)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통합당의 막말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이 당은 안되겠다’ 싶었다”면서 “누가 누굴 심판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됐다”고 비판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 유권자들도 많았다. 직장인 윤모(32)씨는 “늘 비례대표는 군소 정당을 찍어왔는데, 이번에는 막말ㆍ대리게임 등 도덕성 논란이 있는 후보를 비례대표 1번에 둔 것을 보고 정의당에서 마음이 떠났다”며 “반면 더불어시민당에는 비례대표 취지에 맞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 눈길이 갔다”고 했다.

 

◇ “그나마 차악이라… 민주당도 반성해야”

다만 민주당 표심의 상당 부분이 문 대통령 지지도에 의존했다는 건 사실이다. 야당에 대한 불신이 뼛속까지 박혀 그나마 ‘차악’을 선택했다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 용인시 주민 김모(31)씨는 “최악의 정당을 제외하다 보니 민주당이 남아 투표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의석을 독식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20대 국회가 식물 국회였던 데는 여당의 책임도 있는데 또 ‘문재인 수호대’ 같은 정당으로 전락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여당 미워도 통합당엔 표 못준다" 유권자 등돌리게 한 장면
중앙일보ㅣ손국희 입력 2020.04.16. 18:04 수정 2020.04.16. 21:49 댓글 4665개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 등이 제21대 총선일인 15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던 중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종택 기자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최악의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넘겼다.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기 쉬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진보vs보수 양자 구도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더 뼈아픈 결과다. 통합당은 대구ㆍ경북(TK), 부산ㆍ울산ㆍ경남(PK)에서 56석을 얻었지만,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1990년대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충청 지역주의에만 기댄 것처럼 통합당도 영남 밖에선 맥을 못 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통합당을 향한 싸늘한 민심엔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 세력’ 믿음 못 준 통합당
통합당은 총선 기간 문재인 정부 심판론 확산에 올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법은 결국 유권자들이 통합당을 '대안'으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통합당은 대안 제시보다는 공격을 통한 ‘반사 이익’을 얻는데 매몰돼 있었다"며 "정부ㆍ여당이 탐탁지 않은 유권자조차 ‘통합당은 못 찍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 대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통합당 당선인도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메시지가 없었다”며 “‘능력 있는 정당’보다는 ‘반대하는 정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종로구 후보(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국민 호소 합동유세를 하던 중 대화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앙금을 걷어내지 못한 채 선거를 맞은 것도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초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과정에서도 황교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지난 3월 공개된 “거대 야당에 힘을 모아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서신’도 결과적으론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탄핵사태를 초래한 보수 진영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통합당을 뽑으면 탄핵 책임세력이 다시 득세할 거라는 거부감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안정 택한 민심

 

▲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서 방역관계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사태로 선거운동이 제한돼 ‘깜깜이 선거’라고 불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안정론이 대세로 확인됐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1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코로나 정국에 심판론의 기세가 먹혀들어간 형국”이라고 했다. 박명호 교수는 “코로나 극복에 관심이 집중된 유권자들에게 '조국' 소환 전략이나 정부 심판론은 기시감만 줬다”며 “선거 막판 ‘전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는 식으로 나서며 곁가지 논쟁을 벌인 것은 코로나 프레임에 말려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도 통합당에겐 양날의 칼이었다. 조 전 장관에 분노를 느꼈던 보수층과 20대 등을 겨냥한 포석이었지만, 반대 급부로 여당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아무리 먹히는 이슈라도 총선 전날까지 조국 문제를 ‘메인 디시’로 가져온 것은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막판 민심 등 돌리게 한 ‘막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막판 터진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텐트 발언’ 등 막말 논란은 통합당 완패에 쐐기를 박는 악재였다. ‘정부 견제론’과 ‘못 미더운 통합당’ 사이에서 갈등했던 중도층을 돌려세우는 계기가 됐다. 말과 행동을 삼가 논란을 줄이는 ‘조용한 선거’ 를 택한 여당과 대비됐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소음을 줄여야 할 판에 마이크 잡고 고성방가(막말)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공천 잡음’도 패배의 뿌리 중 한 가닥으로 지목된다. 통합당 공천 갈등으로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사퇴하고, 미래한국당이 비례 명단을 놓고 모(母) 정당인 통합당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쳤다는 이야기다. 한 통합당 당직자는 “‘오만한 여당’이라고 공격하면서도, 정작 내부에선 공천을 둘러싼 아귀다툼이 벌어져 ‘김칫국 마시는 야당’이란 화살을 맞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손국희ㆍ이병준 기자 9key@joongang.co.kr]

 

[비례대표] '윤봉길 손녀' 윤주경, '코로나 의사' 신현영,

'28세 최연소' 류호정 국회 입성
한국일보ㅣ양진하 입력 2020.04.16. 17:38 수정 2020.04.16. 18:56 댓글 919개

 

▲ 15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각각 확보했다. /뉴시스


4ㆍ15 총선에는 역대 최다인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정당투표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비례 47개 의석은 5개 정당에만 돌아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미래통합당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정의당이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3석씩 얻었다고 발표했다. 미래한국당 1번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11번), 이종성(4번)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도 국회에 들어가 장애인 인권 향상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탈주민인 지성호(12번) 나우(NAUH) 대표도 안정적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려 온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첫 비례대표 당선자다. 여성학자이자 1986년 부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3번) 전 여성정책연구원장과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피해 해결을 위해 시민운동을 해온 윤미향(8번)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민주당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11번) 강동대 교수도 안정적으로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했던 용혜인(5번) 전 기본소득당 대표는 시민당과의 연합정당 구상에 참여해 뱃지를 달게 됐다. 정의당에서는 류호정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을 시작으로 5명이 비례대표의원에 당선됐다. 28세인 류 당선자는 21대 국회 최연소 당선자다. 이어 장애인 인권활동가인 장혜영 다큐멘터리 감독, 강은미 전 정의당 부대표 등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국민의당은 6.79%의 정당 득표율로 최연숙 전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이태규 전 의원, 권은희 의원을 당선시켰다. 5.42%의 득표율을 얻은 열린민주당도 김진애 전 의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교사 출신 강민정 당선자를 국회로 보낼 수 있게 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4번째 순위로 국회 입성 기회가 무산됐다.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민생당은 비례대표에 기대를 걸었으나 최종 득표율 2.7%로 의석을 얻지 못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