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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블링컨 국무] 한국도 "北 인권유린에 맞서라" (?)

잠용(潛蓉) 2021. 3. 18. 08:06

정의용 만난 블링컨, 예상 밖 작심발언

"北 인권유린 맞서라"
중앙일보ㅣ이철재 입력 2021. 03. 18. 00:04 수정 2021. 03. 18. 06:32 댓글 497개

 

▲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만나 예상 밖 작심 발언... 홍콩·신장·티베트·대만 열거하며
"중국이 민주주의·자치권 저해" 정의용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80분 확대회담 뒤 25분 단독회담
17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과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 및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런 억압에 맞서야 한다. 한국과 공동의 시각을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한국도 함께 중국에 맞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이번 방한 목적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진행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위험한 장면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조직적으로 무너뜨리려 하고 있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으며, 티베트와 신장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위배되는 해양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고 중국을 지목했다. 이날 회담 모두발언은 언론에 공개하기로 사전에 합의돼 있었다. 이를 잘 아는 블링컨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이처럼 중국을 직격한 것은 이번 방한에서 해당 사안들을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 김정은이 가장 꺼리는 인권문제 꺼내

블링컨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꺼리는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수호해야만 한다.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은 김정은을 책임자로 사실상 명시하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 쓴 표현이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이 이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위한 공동의 시각을 (한국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발언하면서다. 한국이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원칙을 지닌 나라라면 이런 시각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블링컨은 또 “수십 년 동안 한·미 동맹은 역내 안보의 보루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맹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의 기반을 닦는 것”이라며 “그게 우리가 오늘 여기 와 있는 이유”라고도 했다. 이날 블링컨의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높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애초 동맹 복원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상견례 격의 첫 만남에서 이견이 표출될 만한 의제는 공개적으로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그간 남북관계와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해 홍콩이나 신장 등 인권 문제에서는 제대로 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3년 연속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초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블링컨 장관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해 함께 대응하자고 한 것이다.

 

모두발언에서 양측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도 차가 났다. 정 장관은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자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면서도 “오늘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블링컨은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주된 위협으로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공동의 위협”이라며 “우리는 한국 및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들,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외교부는 회담 뒤 보도자료에서 “두 장관은 확대 회담 80분 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추가 협의를 위해 장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25분간 당국자 한 명씩만 배석한 채 단독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 국무부가 회담 뒤 내놓은 언론 고지문은 블링컨 장관의 모두발언보다 정제된 표현을 담았다.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블링컨·오스틴, 오늘 문 대통령 예방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예상대로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언급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 축”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협’이란 표현은 한국을 찾은 국방장관의 입에선 처음 나오는 발언이다. 18일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와 공동 기자회견,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 이어 두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할 예정이다.

[이철재·유지혜·김상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