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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미국이 접기 시작했다

잠용(潛蓉) 2021. 11. 10. 11:03

미국이 접기 시작했다
중앙일보ㅣ김경진 입력 2021. 11. 10. 00:05 댓글 56개

“미국인이 접기 시작했다.”
요즘 글로벌 스마트폰 트렌드는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Z 시리즈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폴더블폰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후발주자의 추격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미국 내 스마트폰 주간 판매량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스마트폰 중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폴더블폰이 출시(갤럭시 폴드2)됐을 때(0.6%)보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 삼성 스마트폰 미국 판매량 중 폴더블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 폴드3·플립3의 흥행으로 삼성의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도 늘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폴드3·플립3 출시 후 두 달 동안 삼성의 미국 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갤폴드2 출시 이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가량 늘었다. 삼성 스마트폰의 3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도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30%)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갤폴드3과 갤플립3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누적으로 2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업계는 이 중 대부분이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된 것으로 본다. 특히 갤폴드3와 갤플립3의 출시 초기 3주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갤럭시 노트20 시리즈 판매량의 87%에 달했다. 갤노트 시리즈는 연평균 900만 대가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품질 이슈와 비싼 가격 때문에 니치마켓(틈새시장)용 제품으로 평가받던 폴더블폰이 이제 대중적인 제품이 됐다”고 분석했다.

삼성 폴더블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자 중국 스마트폰 업계도 추격에 나서고 있다. 해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안에 갤플립3와 유사한 모양의 폴더블폰(가칭 메이트V)을, 내년 2월엔 메이트X3을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메이트V(가칭)는 갤플립3처럼 화면의 위아래가 접히는 클램 셸(조개껍질) 형태다. IT 매체 GSM아레나는 “화웨이가 모토레이저(모토로라), 갤플립3(삼성전자)와 유사한 클램 셸 폴더블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칩 중 최신인 ‘기린9000 칩셋’으로 구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IT 매체인 기즈차이나는 “화웨이가 내년 2월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인 메이트X3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자사의 첫 폴더블폰인 메이트X와 메이트XS 등을 아웃 폴딩(바깥으로 접힘) 방식으로 만들었다가, 올 초 출시한 메이트X2부터 삼성 갤폴드와 같은 인 폴딩(안으로 접힘) 방식으로 전환했다. 중국 샤오미(미 믹스 폴드), 모토로라(모토 레이저) 등도 폴더블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애플도 조만간 폴더블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미 CNBC에 “애플이 오는 2024년에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궈 연구원은 “폴더블 모델은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에 필수품이 됐다”며 “5세대(5G) 통신 폰에 이은 최고급 모델의 혁신적인 판매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은 내수용에 가까운 데다가, 수율이 낮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 당분간 삼성전자의 독주가 예상된다”며 “애플이 시장에 뛰어들면 폴더블폰 시장 전체가 더 커지는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폴더블폰은 단기간엔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간 1400만 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폰 시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판매량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데, 플립형과 폴드형의 더블 폼팩터(제품 외형) 전략과 향상된 완성도를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