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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놀라게 한 '사진 한장'... 앞으로는 "건전한 것만 보세요"

잠용(潛蓉) 2022. 1. 7. 12:30

[특파원 리포트] 中 놀라게 한 '사진 한장'... 앞으로는 "건전한 것만 보세요"
KBSㅣ이랑 입력 2022. 01. 07. 07:00 댓글 665개

 

새해를 하루 앞둔 날(2021년 12월 31일), 중국은 빵 한 봉지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새벽, 시안에 사는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으로 중국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출처: 웨이보) 지난해 12월 31일 새벽, 시안에 사는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으로 중국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출처: 웨이보) "이 빵을 먹고 나면 빵이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배가 고파서 속이 아프다."

배고파 위가 쓰리다는 이 사람, 자신의 SNS에 올린 이 글에는 '#시안음식구입난'이라는 말까지 붙였습니다. 1,300만 주민의 외출까지 금지 시킨 중국 산시성 시안의 상황이 사진 한 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시안 봉쇄 9일째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중국 당국이 시안에 식량 공급이 원활히 되고 있다고 발표했기에 파장은 더욱 컸습니다. 비슷한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물론, 이걸 올린 계정조차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웨이보(중국 대표 SNS)에서 모두 사라진 겁니다. 스스로 사진을 내렸는지, 웨이보를 탈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정관스핀’이 공식 계정에 올린 ‘공개 처벌’ 영상과 기사는 하루 만에 삭제됐다. (출처: ‘정관스핀’ 웨이보 계정)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시안 빵 사건' 불과 이틀 전, '정관스핀(중국 정저우일보 관련 매체)' 공식 웨이보 계정에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에는 전신 방호복을 입은 밀입국 알선 용의자 4명이 결박당 한 채 시민 사이를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는데요. 경계를 선 무장 경찰들과 그 뒤로 구경에 나선 시민들은 용의자들이 '공개 망신'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줬습니다.

 

▲ ‘정관스핀’이 게시한 ‘공개 처벌’ 영상 중 (출처: ‘정관스핀’ 웨이보 계정)


용의자들 거주지 주변 담벼락에는 사진이 박힌 벽보와 '밀입국을 도운 집'이라는 글자까지 쓰였고 이 사실을 '보게 된'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중국 내에서조차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 '공개 처벌'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이 영상은 BBC를 비롯한 수많은 외신들에 의해 퍼져나갔습니다.

 

▲ ‘공개 처벌’을 당한 용의자들이 광장에서 당국자의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출처: ‘정관스핀’ 웨이보 계정)


이 영상과 기사, 역시나 하루 사이 삭제됩니다. '정관스핀'에서 직접 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중국 안팎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제가 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알아서든 또는 플랫폼에서 알아서든, 어찌 됐든 '자발적으로' 사진과 영상 게재를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중국 당국이 나섭니다. 구체적인 규정이 나왔습니다.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입니다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과 공안부 등 4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만들었습니다.

■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통제하나?
어떤 콘텐츠를 통제할지, 규정을 보면 윤곽이 드러납니다. 당국이 밝힌 핵심 목적은 '건전'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대중에게 우선 노출하고, 반대로 사회에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콘텐츠는 막는 것입니다.

 

▲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건전'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에 따르면 "주류 가치의 기준선을 지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반대로 "위법 정보를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참 모호한 표현입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무엇인지는 사회 구성원들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위법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콘텐츠의 '건전함'을 평가하겠다고 합니다.

'건전한 콘텐츠'는 어떻게 유동시킬 수 있을까요? 통제의 열쇠는 '알고리즘'이 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콘텐츠 추천 기술을 통제해서 건전한 것은 보도록 하고 불건전한 건 못 보도록 막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정은 당장 오는 3월부터 정식 시행됩니다. 지난해 8월 규정 초안이 공개됐었고 이번에 최종 확정됐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등은 검색어 순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데, 상위권에는 뉴스 정보나 관련 여론이 자주 올라온다. (출처: 더우인)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등은 검색어 순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데, 상위권에는 뉴스 정보나 관련 여론이 자주 올라온다. (출처: 더우인)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과 콰이서우(快手),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哔哩哔哩) 등이 먼저 매를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플랫폼이 전 연령대에 걸쳐 중국인들이 뉴스를 접하는 통로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당국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못 받았습니다. 이들 사업자에게는 스스로 '불량한 정보'가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하라는 의무도 부여됐습니다. 기존에 알아서 '자기 검열'을 했다면 이제는 꼭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생겼습니다. 혹시나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10일 안에 당국에 신고해야 합니다. 당국의 보안 심사와 감독 업무를 위해 누가 서비스를 제공 받았는지 이용자 네트워크 기록은 남겨 뒀다가 필요할 때 제공하는 것도 의무가 됐습니다.

■ 中, 모바일 앱도 통제 나섰다… 대상은 '여론 형성' 영향 미치는 앱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중국 당국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론 형성'에 영향 줄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대상입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지난 2016년 만들어진 '모바일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정보 서비스 관리 규정'을 개정한 초안을 발표하고 대중에게 공개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스마트폰 앱 제공자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동원력을 가진 신기술 등을 출시하려면 국가의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받아야 합니다. 또 앱은 국가안보와 공공이익을 해쳐서는 안 되고 개인이나 조직의 합법적인 이익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앱을 통해 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려는 경우입니다.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 뉴스나 정보를 제공을 할 수 있습니다. 앱 제공자는 여론을 한쪽으로 유도하는 댓글을 통제해야 한다는 규정도 들어갔습니다. 초안인 만큼 대략적인 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심사 대상 앱이나 심사 과정을 밝히지는 않았는데요. 통제 명분은 '국가 안전과 공공 이익'입니다. 이번 규제 대상은 정보기술 기업입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진짜 '관리'하고 싶은 것이 단지 기업 뿐일까요? 발표된 규정들은 아니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 herb@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