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북한·남북통일

[8.15 경축사 '담대한 구상'] 김여정 "윤석열이란 인간 자체가 싫다"…'담대한 구상' 제안 거부

잠용(潛蓉) 2022. 8. 19. 19:19

김여정 "윤석열이란 인간자체가 싫다"… 담대한 구상 제안 거부
중앙일보ㅣ2022.08.19 11:21 업데이트 2022.08.19 13:48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을 담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면서 한·미가 사전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후반기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한 거부감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1면에 게재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남측이)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3000' 복사판
북한은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면서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베끼고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인 것은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폄훼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허망한 꿈을 꾸지 말자'는 제목의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윤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 연설을 하고 있는 김 부부장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 3000'에 없는 정치·군사 협력요소를 모든 로드맵에 다 포함하고 있다"며 "비핵·개방 3000'은 경제에 국한할 수 있다면 이건(담대한 구상)은 정치와 군사를 포괄해서 준비한 종합적 플랜"이라고 밝혔는데, 김 부부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비핵화' 의제가 남북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는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며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부부장이)북핵은 북·미 사이의 협상 의제라는 설정을 거칠게 재확인했다"며 "담대한 구상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구상 자체의 근본적인 전제를 거부한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겨냥하며 남측 불신 재확인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6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측을 상대로 예고한 '대적 투쟁'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남측을 상대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을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남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언급했다. 김 부부장은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면서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목할 대목은 북한은 국민의 낮은 지지를 받은 정권과는 대화, 협상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라며 "취임 초기 남측 대통령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정보판단에 논란의 불씨도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지난 17일에 발사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장소가 남측 발표한 남포특별시 온천군이 아닌 평안남도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보당국의 미사일 탐지·추적능력이 허술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동시에 담화에 대한 진위공방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참으로 안됐지만 하루 전 진행된 우리의 무기시험 발사지점은 남조선당국이 서투르고입빠르게 발표한 온천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늘쌍 한·미사이의 긴밀한 공조하에 추적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체계의 제원은 왜서 공개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며 "제원과 비행자리길이(비행거리)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럽겠는데 이제 저들 국민들앞에 어떻게 변명해나갈지 정말 기대할만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가 정보자산으로 탐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인 만큼 '온천군에서 발사했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분석내용을 밝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의 군사행동과 한·미 정보당국의 정보판단을 놓고 남측에서 진위공방이 벌어지도록 불씨를 던지는 담화"라면서 "문제가 있으면 문책과 개선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낱낱이 세부사항을 밝혀 북의 전술적 의도에 휘말릴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무례하고 품격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이 필요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