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가요무대 1865회 2024년 9월 16일 방송
장사익의 소리길 고향길
◎ 츌연진
1. 감(허영자 詩), 오매 단풍들겄네(김영랑 詩) /장사익
2, 시골장(김영수 詩) / 장사익
3. 역(驛) (김승기 詩) / 장사익
4. 아버지 (허형만 詩) / 장사익
5. 비 내리는 고모령 (현인) / 장사익
6. 두메산골 (배호) / 장사익
7. 달맞이꽃 (이용복) / 장사익
8. 열아홉 순정 (이미자) / 장사익
9. 봄날은 간다(백설희) / 장사익
10. 동백아가씨 (이미자) / 장사익
11. 자화상 (윤동주 詩) / 장사익
12. 삼식이 (정성균 詩, 장사익 역음)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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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하늘나라의 시골장/ 김영수
삼척감자 2022. 9. 7. 05:22
얼마 전 작송(鵲松) 김영수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시인이 쓴 시들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시골장이었다. 이 시를 바탕으로 노랫말이 만들어진 게 바로 장사익이 부른 시골장인데 시조 형식으로 씌여진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은 서더라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를 담아 놓고
노을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저물더라
나는 언젠가 시인에게 이 시에서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 늘어놓고”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내 말을 듣고 씨익 웃기만 했다.
작송 시인과 나는 같은 성당에 다녔기에 서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눈인사만 하고 지냈다. 시집을 여덟 권이나 낸 유명한 시조 시인인 그에게 다가가기에는 내가 시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자격지심도 있었고, 낯가림이 심한 내 성격 탓도 있었다.
언젠가 성당에서 행사가 있을 때 깡마른 남자 하나가 꽹과리를 요란스럽게 치며 허청거리며 걷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꽹과리 치기에 빠져 있는 모습이 마치 신들린 것처럼 보였다. 그가 바로 작송 시인이었다. ‘시인이란 대체로 꽁생원’일 거라는 내 선입관이 무너진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가 사는 동네에 가끔 초대받았다. 그 동네에 사는 어느 교우가 텃밭치고는 꽤 큰 밭에 농작물을 재배했는데, 그 댁 뒤뜰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나 염소탕을 끓일 때 가끔 초대받아서 무공해 채소에 고기를 싸 먹으며 동네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의 시 ‘만붕당(萬朋堂)’에서도 그 정경을 이렇게 노래한다.
풋고추 쑥갓 상추 햇빛 환한 새소리
땅 내를 껴안고 사는 내 생의 뒤뜰에
옥수수 스치는 바람, 길손도 쉬어 가리.
그런 동네 사람들의 모임이 시작되고 조금 지나면 작송 시인은 으레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눈을 지그시 감고 유행가 가락을 뽑아내곤 했다. 그가 자신의 시 만큼이나 알아듣기 쉽고, 정감이 가는 노래를 불러야 분위기가 흥겹게 무르익어 갔다.
새로 출판한 시집이라며 그에게서 선물로 받은 시집이 두 권이다. 시집에 실린 시는 대부분 자연을 노래한 시이지만, 아내인 순희 씨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얼핏 드러내는 미안함 그리고 이민 생활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노래한 시도 적지 않았다. 시는 모두 이해하기 쉬웠고 정겨워서 시인의 맑은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해서 시집을 잘 읽지 않는 나도 그의 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꼼꼼히 읽어 보았다.
언젠가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알라바마 주에서의 회고담에 그는 제법 긴 답글을 올렸다. 그 글에서 그는 군 복무 중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병원에 근무하던 순희 씨를 만난 얘기를 풀어내었다. 퇴원하고 나서 순희 씨에게 엽서(연서인가?)를 꾸준히 보냈는데, 글의 시작은 늘 “노나에게” 마무리는 “알라바마에서”로 했다는 말을 듣고 그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노나는 당시 병원에서 복용하던 “노나—“라고 하던 약 이름이었는데 “그리운 순희 씨” 대신 썼고, ‘머나먼 알라바마’로 시작되는 노래에 나오는 알라바마는 멀리 떨어진 곳, 그리고 낭만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썼다는데 그곳에 가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가 쓴 알라바마는 말하자면 이상향을 대신한 지명이었을까?
만붕당 주위에 사는 다정한 이웃들도 나이 들어가더니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난다. 혜순 씨도 떠나고, 숙희 씨도 떠나고, 까치 솔(鵲松) 님도 세상을 떠났다. 지금쯤은 그들 모두 하늘나라 시골장에서 만나 정담을 나누고 있을 거다. 만붕당 주위의 이웃 얘기도 나누고,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가끔은 작송의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하겠지.
“그것이 천국의 생활이다. 거기는 놀라운 축제의 장소, 혼인 잔치의 장소, 그리고 사랑의 장소이며, 다시는 고통이 없고, 죽음이 없는 곳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묵시 21, 4)
그곳이 좋기는 한가 보다. 거기로 떠난 사람들이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작송, 머나먼 알라바마보다 훨씬 더 멀어서 되돌아올 수 없다지만,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그곳에서 안식을 누리소서.
(2021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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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아버지/ 허형만
산 설고
물 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얘야 문 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 열어 제치니
찬 바람 온몸을 때려
뜬눈으로 날을 샌 후
얘야 문 열어라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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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自画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드려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저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 가 드려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서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一九三九·九、)
1.장사익 - 감 + 오매 단풍 들겄네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2. 장사익 - 시골장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3, 장사익 - 역(驛)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4. 장사익 - 아버지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5. 장사익 - 비 내리는 고모령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6. 장사익 - 두메산골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7, 장사익 - 달맞이꽃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8. 장사익 - 열아홉 순정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9. 장사익 - 봄날은 간다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10. 장사익 - 동백아가씨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11.장사익 - 자화상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12.장사익 - 삼식이 [가요무대/Music Stage] | KBS 240916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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