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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역사

[고문서] 조선시대도 '위자료' 받고 이혼

잠용(潛蓉) 2013. 4. 3. 17:38

“불륜 아내에게 35냥 받고 이혼” 조선판 ‘사랑과 전쟁’
문화일보 | 박팔령기자 | 입력 2013.04.03 11:51

 

전북대 古문서 2만여점 전시
"아내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동고동락했는데 뜻하지 않게 오늘 아침 아내가 다른 사람과 통정했다." 외도한 아내를 원망하는 한 남성의 한탄이 담긴 이 말은 전북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이혼 합의서'의 한 구절이다. 조선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할 만큼 현재 모습과 닮아 있다.

 

"칼을 품고 가서 그녀를 죽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나 그렇게 하지 않겠다. 엽전 35냥(현재 100만 원 상당)을 받고 영원히 혼인 관계를 파기하고 위 댁(宅)으로 보낸다." 경제적 상황 때문에 돈 몇 푼을 받고 외도한 아내를 포기해야 했던 최덕현이라는 사람의 원통함이 문서에 그대로 묻어난다.

 

 

↑ 전북대 박물관이 수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최덕현의 이혼합의서. 문서 끝의 서투른 한글 이름 서명과 손바닥 그림이 본문의 한자와 대비돼 이채롭다. 전북대 제공

 

국내 박물관 중 가장 많은 고문서를 보유한 전북대 박물관의 고문서 전시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전북대 박물관에 따르면 박물관은 이 같은 15∼20세기 조선시대 고문서 2만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2011년 11월부터 박물관 3층 기록문화실에서 고문서 200여 점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이혼 합의서 외에도 관리가 사직을 하면서 후임에게 업무 인수 인계를 하며 작성한 '해유(解由)문서'를 비롯해 '제사 밑천을 탕진한 종손을 비판하는 문중의 집단 탄원' '배고픔에 자진해서 감옥에 간 평민' '생활고 때문에 딸을 판 부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고문서에는 정사(正史)에서 찾기 어려운 조선시대 민간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