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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민] 한국 포기... 글로벌시대 흔들리는 뿌리의식

잠용(潛蓉) 2014. 3. 1. 06:34

[S스토리]

(1) 이민 아닌 한국 포기... 글로벌시대 흔들리는 뿌리의식
세계일보 | 입력 2014.02.28 20:02 | 수정 2014.02.28 22:15

 

해외 영주권자 상당수 현지 생활 정착,

2013년 1만6782명 美·日·加 국적 취득
남성 비율 높아 병역 문제 큰 이유 꼽혀

“국경 초월시대… 국가주의 고집 안 돼”

 

'나는 자발적으로 내 자신의 의지로 어떤 압력이나 부당한 위압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 대한민국 '국적 이탈 신고 사유서' 끄트머리엔 이 같은 선언적 문장이 적혀 있다. 여기에 본인 서명을 해야만 국적 포기 절차가 진행된다. 국적 포기가 전적으로 본인 뜻에 따른 선택인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계속 남길 권하는 간절한 회유가 여기에 담긴 것도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런 엄숙한 만류를 뿌리치고 대한민국과 '작별'한 국민이 지난해에만 2만90명에 달했다. 단순히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국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살고 싶은 나라를 골라 이주(이민) 신고를 한 뒤 그곳에서 살 수 있지만 이들은 기꺼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조상이 물려준 국적을 포기할 만큼 강렬한 동기가 이들에겐 있었던 셈이다.

 

 

◆ '삶의 터전'이 달라졌다

국적 포기자들이 선택한 '두 번째 조국'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적 이탈·상실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460명이 미국을 택했다. 이어 일본 3587명, 캐나다 273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적 이탈·상실자 가운데 이들 세 나라를 택한 사람(1만6782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3.5%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적포기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미국·일본·캐나다 국민이 됐다는 얘기다.

 

세 나라 쏠림 현상은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었다. 2008∼2012년 5년간 통계를 봐도 전체 국적 이탈·상실자 10만5788명 가운데 87.3%에 달하는 9만2381명이 미국·일본·캐나다를 선택했다. 미국이 4만697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2만9881명), 캐나다(1만5529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해외 이민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교부의 재외동포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외국 영주권자는 지난해 말 현재 112만2161명이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46만591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44만2790명), 캐나다(5만7017명) 순이었다. 이들 중 취업 등을 위해 대한민국으로 다시 들어와 거소 신고를 한 경우는 지난해 6월 현재 전체의 10%도 안 되는 7만1000여명에 그쳤다.

 

이들 통계를 종합해 볼 때 미국 등 세 나라로 국적을 바꾼 이들의 '삶의 터전'은 이미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들 세 나라 해외 영주권자 상당수가 현지에 '뿌리'를 내려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유추가 가능한 것이다. 사실상 이들에게 '모국'인 한국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타향살이'와 다름없는 새출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국적 선택을 요구할 때 이들이 한국 국적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 판단으로 보인다.

 

◆ 군대도 국적 포기 이유

국적법상 국적 선택 절차에서도 이들의 국적 포기 동기를 찾을 수 있다. 국적법에 따르면 복수 국적자의 경우 일정한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국적 유지 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20세 전에 복수 국적자가 된 경우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20세가 된 후에 복수 국적자가 된 경우엔 그로부터 2년 이내가 신고 기간이다. 단 병역 의무가 있는 남자는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말)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복수 국적자 중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국적 이탈자 통계를 보면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법무부가 2002∼2009년 7월 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국적 이탈자는 총 8154명이며 이 가운데 남성이 무려 7061명에 달했다. 국적 이탈을 신고한 10명 가운데 9명이 남성이었던 것이다. 국적을 포기하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가 군대 문제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부모의 외국 생활 도중 현지에서 태어난 덕에 외국 국적을 자연스레 얻으면서 복수 국적을 갖게 된 경우에서 주로 이 같은 사례가 발견된다. 재외 동포들은 거주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국적을 포기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주로 결혼과 학업, 사업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경우다.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정용수(48) 사무총장은 "일본의 경우엔 몇 세대를 거쳐 교포들이 생겨났고 현지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일본화한 동포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사회 안착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고 한국 국적 포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외 동포 관계자는 "우리 민족의 정서상 국적 포기 문제는 곧장 애국심 결여로 연관되는 분위기여서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국경을 초월하는 시대에 살면서 전통적 의미의 국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모·김민순 기자 jmkim@segye.com]

 

(2) 저출산에 국적 포기 늘어... 인구감소 비상
세계일보 | 입력 2014.02.28 20:02 | 수정 2014.02.28 22:14

 

귀화 등 국적취득자보다 年 6000명 많아
‘인재 유출’ 결국 국가 경쟁력 하락 초래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줄어 걱정인데…."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가 국가적인 '재앙'으로 대두된 가운데 매년 2만명가량이 국적를 포기해 국가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28일 법무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택한 국적 이탈·상실자는 지난 29년(1985∼2013)간 46만2169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잠정 출생아 수(43만6600여명)보다 많다. 국적 이탈과 상실로 인한 인구 감소는 그동안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점차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우리나라 연간 총 출생아 수와 맞먹게 된 것이다.

 

국적 포기자 규모는 사망자 통계와 비교해 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자살자는 2012년 한 해만 1만4160명이었다. 하루 38.8명, 시간당 1.58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하지만 국적 포기자는 지난해 총 2만90명에 달하면서 매일 55명씩, 시간당 2.29명꼴로 발생하면서 이보다 훨씬 많았다. 국적 이탈과 상실로 인한 인구 감소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적 포기에 따른 인구 감소를 메울 수 있는 방법으론 귀화와 국적 회복을 통한 인구 유입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귀화와 국적 회복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편입된 인구가 1만3956명에 그쳤다. 국적 포기에 따른 인구 유출과 귀화 등을 통한 인구 유입만을 놓고 보면 지난해엔 총 6134명의 인구 순손실이 생긴 셈이다. 또 국적 회복과 귀화를 통해 국민으로 편입된 사람을 분석해보면 중국 출신이 5401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출신이 403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국적 이탈·상실자가 주로 택했던 미국과 캐나다에서 귀화 또는 국적 회복을 한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적었고, 그나마 일본은 고작 84명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들 세 나라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인구를 수출하는 역할만 해 준 셈이었다. [김준모 기자]


(3) 국적은 숙명 아닌 선택
세계일보 | 입력 2014.02.28 20:08 | 수정 2014.02.28 22:04

 

어디 빅토르 안뿐이랴… 개인의 꿈과 행복 좇아
80년대 중반 후 50만명… 조국 등지고 새로운 뿌리

태어난 나라를 바꿀 순 없지만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는 건 자유인 시대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가 그랬다. 더 나은 삶과 미래 행복을 위해 그는 대한민국 대신 러시아 국적을 택했다. 한때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얼음 바닥에 입을 맞춘 그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성취한 그에게 열광하고 응원을 보냈다. 빅토르 안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55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누적 인원이 50만명에 육박한다.

 


[그래프] 28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9년간 발생한 국적 이탈·상실자는 총 46만2169명으로 집계됐다.

 

국적 이탈은 대한민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던 복수국적자가 우리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국적 상실은 대한민국 국적만 갖고 있던 사람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병역 기피 파문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씨는 우리나라와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가 결국 미국 국적 하나만 택했으니 국적 이탈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안 선수는 우리나라 국적만 갖고 있다가 러시아로 귀화한 경우라서 국적 상실로 간주한다.

 

29년간 평균치를 보면 매년 1만5900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났다. 집계 범위를 최근 10여년으로 압축하면 매년 2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국적 이탈·상실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85년 국적 이탈·상실자는 4378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가 이뤄졌고 이듬해 1만1924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 사상 처음 1만명을 넘겼다. 이 즈음은 해외 여행 자유화에 따른 세계화 추세가 본격화한 시기다.

 

국적 이탈·상실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 2002년 또 한번 변곡점을 맞는다. 그해 2만475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역대 처음 2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2003년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8457명이 국적을 포기했다.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로 꼽히는 월드컵은 우리 국민의 시선을 해외로 넓히는 계기가 됐고, 2002∼2003년은 우리나라의 순혈주의 '고집'이 깨진 원년으로 볼 수 있다. 2012년엔 국적 이탈·상실자가 1만8465명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다시 2만90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55명꼴이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