鏡虛禪師 / 입산가(入山歌)
영인스님(장고가락)
세상만사 모든 일을 홀연히 생각하니
한바탕 꿈이로다.
일대사를 깨치고자 깊은 산중에 들어가니
새소리 물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머루다래 덩쿨들이 천길이나 높은 솔에
백번이나 얽혔는데
그 틈에다 터를 잡아 두어칸 띠집 짓고
뜻 맞는 벗과 함께
어떤 때는 풍월 읊고 어떤 때는 향을 피고
고요히 앉았으니
모든 망상이 사라지고 한 생각이 깨끗하여
출세간의 모든 일이 분명하게 드러나니
이 세상에 으뜸가는
훤출한 대장부라.
무근초 불습수를 배불리 먹은 뒤에
천삼라 지만상을 모조리 인가(印可)하고
잿(灰) 머리에 흙 얼굴로
꽃 피고 새 우는 곳 훨훨 뛰어다니면서
날나리 닐나리
태평가를 불러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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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세간(出世間): 인간의 세상을 벗어난 경계
* 무근초(無根草): 뿌리없는 풀이란 산나물을 의미한 듯.
* 불습수(不濕水): 젖지 않은 물이란 빗물이 섞이지 않고 지하나 암반 사이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음료수.
* 천삼라 지만상(天森羅 地萬象): 천지의 삼라만상. 하늘과 당 사이에 있는 모든 만물.
* 인가(印可)하다: 인정하다, 대상이 옳음을 소상하게 밝혀서 인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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