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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법무장관] '정치권 전반 불법 정치자금 조사 필요'

잠용(潛蓉) 2015. 4. 21. 11:26
황교안 법무 "정치권 불법 정치자금 전반 검토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15.04.21 04:02 / 수정 2015.04.21 08:31

 

이 총리 사의로 수사 급물살 탈 듯
성완종 특별사면, 김기춘 10만 달러 의혹 풀 ‘키맨’은 성완종 금고지기
2002~2009년 재무이사 지낸 전씨 정치권에 비자금 전달해 집행유형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수사가 여야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전반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완구 총리가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성 전 회장이 남긴) 8명에 대한 메모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출발점이지만, 특정인이 특정인을 집어서 기재한 것에 국한돼 수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이어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자금 전반에 관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여러가지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실세 인사들이 대부분인 메모를 넘어 추가로 비리 정보를 확보한뒤 야당 정치인들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21일 소환해 수사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되는 첫 주요 참고인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관·재계 인사 명단 등이 적힌 비밀장부가 있는지부터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총리가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이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줬다고 밝힌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0만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 이사 전모(50)씨가 의혹의 실마리를 풀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실시한 압수수색 대상에 전씨를 포함시켰다. 2009년 초 퇴직한 터라 성 전 회장이 2010년 이후 금품을 건넨 것으로 지목한 이 총리와 홍준표 지사 등에 관해서는 모를 수 있지만 김 전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성 전 회장은 메모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 1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씨는 2002년부터 성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대아건설의 경리담당 임원으로 일했으며 퇴직 전까지 자금관련 업무를 도맡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전씨를 통해 성 전 회장의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5월 하도급업체에게 보내준 건설 경비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전씨에게 지시했고 이 돈을 자유민주연합에 지방선거 자금으로 전달했다. 이 건으로 2004년 7월 성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민제·김경희 기자 uuu@joongang.co.kr]

김기춘 해외 도피?… 1박2일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2015.04.21 01:38 / 수정 2015.04.21 08:37

 

 

[사진] 19일 일본으로 떠났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오후 귀국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인가” “일본은 왜 갔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공항을 떠났다. [강정현 기자]

 

리스트 8인’ 출국금지 안 된 채 부인 치료차 일본 갔다 와 논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본으로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벌어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9일 낮 12시35분 김포공항에서 전일본공수(ANA) 864편을 타고 일본 하네다공항으로 출국했다. 김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부인의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에 간 것”이라며 “오래전 병원에 예약을 해 뒀던 일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부부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일부 승객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양반은 왜 도쿄에 가지?”라는 글을 올렸다. 또 김 전 실장의 휴대전화에서 “해외 로밍 중”이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20일 오전 일부 언론은 도피성 출국 의혹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일본행을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8명의 (성완종) 리스트 인사에 대해 설사 출국금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인사들이) 출국했다면 검찰에 의혹과 비난이 있을 것”이라며 “모든 수사를 언론이 먼저 하고 검찰이 뒷북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20일 오후 6시45분 일본항공(JAL)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은 가라앉았다. 그래도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검찰이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해외 도피 가능성이 거의 없는 피내사자라 하더라도 출국금지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수사팀이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실장에 대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장관은 법사위에서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필요한 때에 정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수사팀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해명만 내놓았다. [글=허진·김백기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