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화환, 조의인지 과시인지?
[동아일보]
직장인 이선균(가명) 씨는 최근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국화 백합 등 화환들이 장례식장 앞을 가득 메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화환을 세워둘 곳이 없어 옆 빈소 공간까지 넘어가 있었다. 나중에는 직함과 이름이 적힌 리본만 벽에 쭉 걸어두고 꽃은 장례식장 바깥으로 내보냈다. 이 씨는 “꽃과 리본을 따로 떼어서 전시할 것이면 처음부터 굳이 비싼 화환을 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 혹은 백합 근조 화환은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남은 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보다는 주는 쪽에서는 생색내기, 받는 쪽에서는 지위나 영향력 과시 등 허례허식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환을 필요 이상으로 주고받다 보니 남는 화환을 다시 판매하는 이른바 ‘화환 재활용’ 문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부 업자는 약 10만∼15만 원인 큰 화환 1개를 배달한 후 상주가 받은 화환을 쓰지 않을 경우 시든 꽃송이나 리본만 바꿔 이를 다른 장례식장에 되팔고 있다. 최근에는 조화로 만든 근조 화환도 많아 재활용하기가 더 쉬워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재활용 업자들은 개당 5000원에서 1만 원 사이 값을 주고 이를 매입한 다음 다른 장례식장에 원래 가격보다 30∼40% 싼 값에 되팔아 이익을 남겼다. 백영현 백합 생산자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화환 재활용으로 꽃 소비가 감소하는 등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화훼 농가”라고 말했다. 주고받는 화환이 대부분 크기가 가장 큰 3단 화환이라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애경 단국대 교수(환경원예학)는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는 등 우리나라 정서상 당장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허례허식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4년 전 ‘신화환’을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크기는 3단 화환(160∼230cm)보다 작고(150∼200cm), 조화가 아닌 생화를 써서 재활용을 막고 화훼 농가를 돕자는 취지를 담았다. 화훼농가도 이를 반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환 대신에 20kg짜리 쌀을 받아 장례식이 끝난 후 ‘기부’를 하는 등 허례허식 근절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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