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가봤더니 "빨갱이나 취재하지 여긴 뭣하러 와"
경향신문 | 이혜리·노도현 기자 | 입력 2016.04.21. 17:26 | 수정 2016.04.21. 18:17
[경향신문] “여긴 뭣하러 왔어! 가서 빨갱이들이나 취재해.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여기서 그래!”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사무실 앞에 있던 노인에게 “요즘 뉴스 보셨냐”며 말을 걸자 돌아온 대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댔다는 보도에 이어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예민해진 모습이었다.
이 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청와대라니, 어떤 놈이 그런 말을 해! 그런 말하는 증거를 나한테 가져와!”라며 “참여연대니 뭐니, 그런 빨갱이들 다 잡아들이는 기사를 써야지.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괴롭혀!”라고 소리쳤다. 2층에 있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올라갔지만 금세 제지를 당했다.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은 “나가라. 여기는 오면 안된다”고 떠밀었다. ‘어디 기자냐’고 물어 “경향신문 기자”라고 했더니 “됐다. 오지 말라”고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이혜리 기자오후 1시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마이크 소리가 밖으로 들렸다. 매일 이때쯤이면 이곳에선 안보강연이 진행된다. 오후 1시 30분쯤 어버이연합 회원들 50여명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 앞에서 있을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장대우산을 지팡이 삼아 걷는 한 할아버지에게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다. “나도 몰라. 그냥 따라가는 거지 뭐”라고 답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종로5가역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노인들은 끊임없이 한국사회를 비판했다. “문재인 빨갱이가 김정은을 청와대에 모시려는 놈이여”, “나라가 너무 어지러워서 계엄령을 내려서 군인이 장악하면 어때.” 한 회원에게 말을 걸자 다른 노인이 “쓸데없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라”며 대화를 제지했다. 앞서 어버이연합 임원들은 회원들에게 기자들을 상대하지 마라고 공지했다. 종로5가역에서 지하철을 탄 노인들은 말 없이 여섯 정거장을 타고 가더니 용산역에서 내렸다. 한 회원은 “여기 진영(의원 지역구)이잖아”라고 말했다. 용산역 광장에 들어서자 50여명의 노인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이들은 떼를 지어 인근 시사저널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걸어갔다.
한 회원은 “돈은 탈북자들만 받고, 한국 노인들은 안 받는다. 파지 주워서 팔고 이런 노인들도 많지만 돈 많은 노인들도 있어서 돈을 내면서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원은 “예전 (종로) 파고다 공원에 있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어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노인들은 취재진과 시사저널 사무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 회원은 “시사저널 사무실에 들어가 다 부숴버려야 되는데!”라며 소리쳤다. 또다른 회원은 앞에 서있던 취재기자의 수첩을 내리쳐 떨어트리기도 했다. 곧 검은색 승합차가 기자회견 장 옆쪽에 도착했다.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 등 어버이연합 지도부가 승합차에서 내렸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건물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지윤기자김 대표는 회견 전 집회 대오의 맨 앞줄에 선 여성 회원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진보 5만원! 진보 5만원! 민주당은 5만원 주잖아요. 근데 보수는 2만원이예요.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해요. 진보 5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 회원들은 “진보 5만원!”이라고 따라했다. 여성 회원들은 ‘팩트없는 왜곡기사! 시사저널 강력규탄!’, ‘소설쓰는게 언론사가 할 일이냐!’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어버이연합은 기자회견에서 탈북자를 일당 2만원을 주고 세월호 반대집회에 동원했고,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 등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표는 “집회에 참여하는 탈북자들에게 일당 2만원을 교통비 차원에서 드린 것은 사실이지만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지는 않았다”며 “민주당 쪽에는 인건비 5만원을 받고 투입시켰는데 2만원만 문제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인들은 “맞다!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김 대표는 이어 “어버이연합의 장부는 없다”며 “(전경련이 돈을 보냈다는) 차명계좌는 어버이연합·올인코리아·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들의 돈을 관리했던 이경옥씨 조카 명의로 된 계좌이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계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은 마이크를 들고 “있지도 않은 회계장부를 보도해서 분노에 차서 여기에 왔다”며 “누가 우리 늙은이들에게 돈을 주겠습니까”라고 부르짖었다. 이 부회장은 “우리는 십만원, 백만원을 낸 사람들”이라며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싸웠는데 어버이연합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 왜곡기사 시사저널 강력 규탄한다”, “자유주의를 위하여 대한민국 입국한 탈북자 마녀사냥 중단하라”, “자유대한민국 위해서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 다함께 구호를 외친 뒤 어버이연합 임원들은 다시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사라졌다. 다른 일반 회원들은 뿔뿔이 다시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이혜리·노도현 기자 lhr@kyunghyang.com>
어버이연합, 3일만에 침묵 깨고 반박... "허위보도 규탄"
뉴스1| 2016.04.21. 18:00 | 수정 2016.04.21. 18:53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앞에서 시사저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청와대가 보수집회를 지시했다'고 시사저널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2016.4.21 뉴스1 [phonalist@]
"일부 회원들의 거짓말...고소·고발할 것"
22일 오전 다시 기자회견 "기자들 질문 다 받겠다"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김혜지 기자,박동해 기자 = 지난 19일 불거진 전경련 억대 후원금 지원설, 20일 청와대 지시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3일 만에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발표했다. 어버이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거 행사에 참석한 탈북자들에게 식사비 명목으로 2만원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청와대와 전경련에서 지원금을 받았다는 언론사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보도에 나온 계좌는 과거 탈북자 단체 등에서 인원동원을 담당했던 이모씨의 개인 계좌에 불과하다"며 "이씨가 보수단체뿐만 아니라 진보단체까지 탈북자들을 동원시키는 과정에서 인원을 부풀려 부당한 이득을 챙겼고 이로 인해 제적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는 "이씨가 밝힌 내용은 전부 가짜이고 장부는 어버이연합의 장부가 아니다"라며 "이씨가 (사기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구속 직전까지 오게되자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어버이연합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 유인근 어버이연합 청년대표 등 간부들이 모여 기자회견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인근 청년대표는 기자들에게 "(의혹의) 발단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과 이모씨가 일부 언론에 폭로한 거짓말"이라며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보수집회 지시 의혹에 대해서는 "누구 지시 받고 움직인 적 없다"며 "나도 그렇고 어르신들도 그렇고 누구 말 듣고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돈이 없다. 없어서 사글세도 못내고 있다"며 "운영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종문 부회장은 후원금을 받았다고 인정한 언론 보도에 대해 "1억2000만원이라는 후원금 내역을 들이미는데 어떻게 아니라고 하겠냐"며 "확실히는 모르지만 안 받았다고는 못 하겠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겨레청년단이 허위사실을 보도한 기자 3명에 대해 고발조치를 했다고 들었다"며 "시사저널에서 보도된 내용도 허위"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어버이연합은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추가적으로 받고 이에 대해 해명하기로 했다. [윤수희 기자, 김혜지 기자, 박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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