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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명시감상] "자화상" (自畵像) - 윤동주 작

잠용(潛蓉) 2017. 6. 13. 10:15


자화상(윤동주시) - 백희정(레밴드)김현성cover



"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출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윤동주 "자화상" 해설 

윤동주의 '자화상'은 자아성찰을 통한 자아의 본질회복 소망을 노래하고 있고, 윤동주의 '자화상'에 대하여 작품의 다층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자화상'에서 핵심은 마지막 연의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추억이란 과거를 의미하며 우물 속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나타나는 추억의 사나이는 과거의 순수한 자아를 상징합니다. 결국 화자는 자아 성찰을 통해서 과거의 순수한 자아를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므로 소망의 내용이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물 속의 자상화를 들여다보는 화자가 존재의 탐구를 끝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회복하기를 소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1945년 29세의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윤동주... 사후에 작품을 모아 엮은 책.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자화상> 등 부끄럼과 자기성찰의 시 60여 편과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등 산문 5편을 함께 수록했습니다. 책 뒤에 작품 해설과 작품 연보를 함께 실었습니다. 저서는 총 94권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일제감점기 만주 북간도 명동(明洞)에서 기독교 장로의 장손으로 출생하여.어릴 때 이름은 해환(海煥)이라고 불렀다. 명동 소학교, 은진 중학, 평양 숭실 중학, 용정(龍井)의 광명 중학 등에서 공부했고, 서울에 와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마치고 일본에 유학, 립교(立敎) 대학과 도지샤(同志社)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43년 7월 여름 방학 때 귀향하기 직전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2년형을 언도받고 복강(福岡) 형무소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그의 시는 어린 소년다운 순결한 의식과 기독교적 참회의 정신을 시의식의 밑바탕에 깔고 있다. 1948년 유고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왔다.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용 사이의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윤동주는 명동소학교, 은진중학교를 거쳐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편입하였으나 신사참배 거부로 자퇴하고, 광명중학교 졸업 후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였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에 「달을 쏘다」「자화상」「쉽게 쓰여진 시」을 발표하였고, 문예지 『새명동』발간에 참여하였으며, 대학시절 틈틈이 썼던 시들 중 19편을 골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내고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43년 7월 14일, 귀향길에 오르기 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교토의 카모가와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이듬해 교토 지방 재판소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복역중이던 1945년 2월, 스물 여덟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였다. 유해는 그의 고향인 북만주 연길현 용정(龍井)에 묻혔다.


그의 사후 자필 유작 3부와 다른 작품들을 모은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1948년에 출간되었다. 1968년 연세대학교에 시비가 세워졌으며, 1985년부터 한국문인협회가 그의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윤동주 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연변작가협회의 기관지인 「연변문학」에서도 동명의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그의 짧은 생애 동안 쓰인 시는 어린 청소년기의 시와 성년이 된 후의 후기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청소년기에 쓴 시는 대체로 암울한 분위기를 담고 있으면서 유년기적 평화를 지향하는 현실 분위기의 시가 많다. 「겨울」「버선본」 「조개껍질」 「햇빛 바람」 등이 이에 속한다. 후기인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쓴 시는 성인으로서 자아성찰의 철학적 감각이 강하고,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암울한 역사성을 담은 깊이 있는 시가 대종을 이룬다. 「서시」 「자화상」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