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범박근혜, 1심서 징역 24년·벌금 180억원
입력 2018.04.06. 15:59 수정 2018.04.06. 16:17 댓글 866개
18가지 공소사실 중 16가지 유죄 인정.."헌법이 부여한 책임 방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비선실세'와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유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아울러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이자 최종 책임자인 만큼 사법부는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징역 24년은 최순실씨가 받은 징역 20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 결과는 지난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이래 354일 만에 나온 사법부의 단죄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날까지도 법정에 불출석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 재판 결과가 궁금한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TV 앞에 모여 재판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18.4.6 yatoya@yna.co.kr
재판부는 앞서 공범들의 재판 결과와 마찬가지로 핵심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최씨와의 공모를 인정하며 "피고인이 대통령의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는 72억 9천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천800만원과 미르·K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과의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률상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원을 낸 부분은 강요와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SK그룹의 경영 현안을 도와주는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압박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나 최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유죄 판단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각종 지원 심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적용하게 하고, 블랙리스트 적용에 미온적인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요구한 혐의,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현 문체부 차관)의 좌천·사직에 개입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특히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비록 피고인이 구체적인 행위마다 인식하지 않았다 해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만큼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시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도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고 인정했다.
[san@yna.co.kr]
박근혜 삼성 뇌물, 승마 지원 유죄... 재단·센터 지원 무죄
연합뉴스ㅣ2018.04.06. 16:07 댓글 140개
"말 3마리 구입비 등 72억 전액 뇌물"..최순실 1심과 같고 이재용 2심과 달라
"재단·영재센터 지원은 뇌물 아냐..부정한 청탁 없어 '제3자뇌물' 성립 안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강애란 기자 = 법원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앞서 일부 유죄가 인정된 공범 최순실씨와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비 등은 뇌물에 해당하지만, 미르·K스포츠 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재단과 센터에 대한 지원의 경우 제3자 뇌물의 성립 조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정씨의 승마훈련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마리 구입비 36억여원과 코어스포츠 지원금 36억여원 등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뇌물수수죄 유죄를 인정한 공범 최씨의 1심 선고와 같은 취지의 판단이다. 두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고 파악하고, 삼성전자 자금으로 36억원이 넘는 돈을 최순실씨 소유인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했다"며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이 직무관계와 연관있는 대가관계에 따라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살시도' 등 말 3마리 구입비와 보험비 36억5천943만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는 이 재판부가 앞서 최순실씨 1심 재판에서 내렸던 결론과 같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항소심 선고와 다른 판단이다.
앞서 지난 2월 5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말 3마리 소유권을 삼성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 구입비가 아닌 산정 불가능한 말 사용료를 뇌물액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말 수송차량 4대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차량 구입비는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대신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만큼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각각 204억원과 16억2천8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법적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그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승계작업이라는 포괄현안을 이루는 개별현안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이 이뤄졌다거나 이를 목표로 개별작업이 추진됐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부정한 청탁의 전제가 되는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삼성에 존재했다고 증명되지 못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설사 현안이 존재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뚜렷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안과 관련해 명시적 청탁은 물론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월 13일 최씨의 1심 선고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취지로 재단과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일반 뇌물수수죄와 달리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의 영재센터 16억원 지원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 모두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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