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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낙태죄] '낙태죄'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 오늘 헌재가 결정

잠용(潛蓉) 2019. 4. 11. 15:41

"낙태죄 내년말까지 폐지하라"...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뉴시스ㅣ이혜원 입력 2019.04.11. 14:50 댓글 542개



2012년 합헌... 7년 만에 기존 판단 뒤집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낙태를 처벌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으로,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같은법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형법 270조 1항 중 조산사에 대해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처벌하는 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hey1@newsis.com]


[속보]헌재, '낙태죄'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머니투데이ㅣ송민경 (변호사) 기자 입력 2019.04.11. 14:46 댓글 807개



▲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결정되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과 위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4.11/사진=뉴스1


[the L] 달라진 재판관 구성·사회적 분위기 영향...

2012년 '합헌'결정이후 7년 만에 판단 변경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달라진 헌재 인적 구성과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사실상 위헌인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2017헌바127)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만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재는 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고심끝에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위헌을 선고해 어떤 조항이 바로 효력이 없어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그 시점 이후로 대상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잃는다. 헌법불합치의 경우 위헌과 달라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는 없다. 만약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렸을 경우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새롭게 낙태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헌재 내부의 변화와 낙태죄 폐지 여론에 힘입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다고 관측했고 이는 사실이 됐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들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2012년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했을 때 8명의 재판관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들은 낙태죄와 관련 부정·신중 입장이 지난 재판부에 비해 늘었다. 문재인 정부 신임재판관 6명 중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에 대해 '위헌'이라거나 바뀔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현직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이다.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 내적 구성과 함께 사회적 분위기도 지난 합헌 결정 때와 사뭇 달라졌다. 미투 운동에서 촉발된 여권 권익 신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이번 선고가 예정됐을 때부터 여성단체 등은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선고를 위해 특별 선고기일을 열었다.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이 오는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서다. 후임으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마치고 최종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