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積弊淸算

[수사권 조정] 검찰총장은 '반대', 평검사들은 '잠잠'... 이유는?

잠용(潛蓉) 2019. 5. 9. 08:05

검찰총장은 수사권조정안 '반대',

검사들은 '잠잠'..이유는?
CBS노컷뉴스ㅣ김기용 기자 입력 2019.05.09. 04:03 댓글 818개


평검사들, 요즘 내부전산망에 글 안올려... 달라진 분위기
2011년 '평검사회의' 열자 '조직논리' 비판 사례 있어
검찰 내부서도 '검찰개혁' 필요성 공감대 형성도 한몫
다음주 문무일 총장 대국민 발표 이후 평검사들 반응 주목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수사권조정 패스트트랙 법안 내용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예전 같았으면 함께 반대 목소리를 냈을법한 평검사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찰 내부전산망(이프로스)에 평검사들이 현 수사권조정 안건에 적극 반발하는 취지의 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1년 6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30여 명이 수사권조정 문제에 관한 연석회의(평검사회의)를 열어 7시간에 걸쳐 대책을 논의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심지어 당시 수사권조정안 내용은 지금 안건처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아닌, 경찰이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수사개시권'을 인정해준다는 정도였다. 결국 이전보다 더 많은 권한을 내려놓아야하는 지금의 검찰 입장에서는 더 거센 반발을 할 수도 있을 법한데, 평검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행동은 나오지 않고 있다.



▲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 수도권 지검 소속 평검사는 "괜히 목소리를 냈다가 위에 찍혀 불이익을 받는 것이 두렵다"며 "인사(人事)를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2011년도만 해도 내부전산망에서 평검사들이 안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했는데, 지금은 게시글이 언론보도로 이어져서 그런지 글 자체가 많이 올라오지 않는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평검사들이 2011년 때처럼 수사권조정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 또다시 '검찰조직 보호논리'를 내세운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었다. 한 간부급 검찰 관계자는 "2011년 당시 검사들이 형사소송법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수사권조정안에 집단으로 반발하자 여론이 검찰의 '조직보호' 논리를 지적했다"며 "지금 평검사들이 그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8년 전과는 달리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도 평검사들이 잠잠한 이유로 지목된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 내부에서도 그동안 검찰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있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고,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도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문 총장이 '민주주의 원리', '국민의 기본권' 등을 재차 강조하며 수사권조정 법안 내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단 평검사들 사이에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급 검찰 관계자는 "이제 논의가 막 시작됐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검찰총장의 대국민 발표 이후 수사권조정 설득이 후배들의 몫이 되면 평검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다음 주 초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대국민 발표를 할 예정이다.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