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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弊淸算

[패스트트랙 역풍] "지역구 못줄여, 30석 더 늘리자"… 지역주의 망령 못버려

잠용(潛蓉) 2019. 5. 3. 06:51

"지역구 못줄여... 30석 더 늘리자" 여당내서 벌써 딴소리
조선일보ㅣ최연진 기자 입력 2019.05.03. 03:23 댓글 656개    


[패스트트랙 역풍]

'28석 축소' 선거법 개정안,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반대 기류 팽배
피해 큰 수도권 의원들 불만.. '지역구 유지·비례대표 확대설' 나와 

여야(與野) 4당이 진통 끝에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법안으로 상정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감소분(28석)만큼 의석 수를 300석에서 330석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4당 합의안의 핵심 중 하나는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는 28석 늘고 지역구는 그만큼 줄어든다. 민주당 강세(强勢)인 서울에서만 지역구 7개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커 여당 현역 의원들의 불만이 크다. 정치권에선 "여당 지도부가 내부의 이해관계를 정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큼 의석수를 늘리는 수정안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2일 본지 통화에서 "합의안 내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금은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중진 의원도 "아무리 당론이라 하더라도 내 지역구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면 어떤 의원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며 "원안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수도권 여당 의원들이 공공연하게 불안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있다. 합의안대로 지역구를 줄일 경우,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의 지역구가 통폐합 1순위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인구 하한선(15만3560명)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은 49개 지역구를 42개까지 줄여야 한다. 이 경우 종로(정세균)·서대문갑(우상호) 등이 통폐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예컨대 인구가 모자라는 서대문갑을 서대문을과 통합해 하나의 지역구로 만든다면, 우상호 의원은 같은 당 김영호 의원과 총선 공천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밖에 간접 영향을 받는 곳까지 따지면 최소한 전국 지역구(253석)의 절반 이상이 요동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벌써부터 여러 '조정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구 축소 폭을 줄이자, 전체 의석 수를 330석으로 늘리자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했다. 4당 합의안의 취지를 살리되, 진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지역구 축소 규모를 10~20석 사이로 조정해보자는 것이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패스트트랙은 논의의 시작이지 종착역은 아니지 않으냐"며 "비례대표 확대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에도 '일부 수정'은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아예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은 협상 과정에서 "의원 정수를 330석까지 늘리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국민 정서상 정수 확대는 불가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역구 축소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여당 내에서도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총선 직전 '지역구 유지, 비례대표 확대'로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여당 입맛대로 합의안을 고친다면 누가 봐도 '밥그릇 챙기기'로 비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평화당은 공식적으로 지역구 축소에 반대하고 나섰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원안대로) 지역구를 축소하는 것은 지방과 농촌 등의 대표성이 매우 낙후되는 것"이라며 "지역구 축소는 반(反)개혁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거법 통과가 어렵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는 의원 개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범여권 '이탈표'가 쏟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