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종로는 누가 할래?"... 한국당, 이낙연 대항마 구인난
뉴스1ㅣ김정률 기자 입력 2020.02.02. 06:00 댓글 1205개
'험지 출마' 황교안 대표 결단 지연... 홍준표·김병준 등도 '손사래'
한국당 공관위 '전략공천' 만지작..."타이밍 놓치면 안돼"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에서 '정치1번지'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를 좀처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물급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판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바람몰이를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아직 선거가 70여일 남아 있는 만큼 서두를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지만 '정치 1번지' 종로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출전선수 확정이 더 이상 지연될 경우 총선 전체판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는 3명(장창태 김훈태 배영규)으로, 사실상 공천 가능성이 있는 유력 정치인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이번주 종로구로 이사를 마치면서 선관위에도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현재 이 전 총리와 맞설 한국당의 후보로는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타천'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황 대표의 경우 지난달 '수도권 험지'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종로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출마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자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수도권의 다른 '험지'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서울 영등포을이나 양천갑 등 구체적인 지역구까지 거론되면서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측에선 각지의 출마 예정자들이 앞다퉈 제1야당 대표의 출마를 종용하는 민망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황 대표 외에 종로 출마 요청을 받고 있는 당내 다른 주요 인사들도 난색을 표명하면서 서로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종로에는 청와대가 있고, 현 정부에서 실정의 한 가운데 있던 전 국무총리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현직 당 대표의 출마가 바람직하다"고 황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황 대표가 종로를 회피하는데 이때 (내가) 종로 출마를 하는 것이 어떠냐 라는 제안도 있다"면서도 "지금 내가 종로 출마를 하는 것은 '꿩 대신 닭'이란 비아냥으로 각이 서지 않아 선거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점잖게 거절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밀양·창녕·함안·의령)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여론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당에서 종로에 나서겠다고 선뜻 손을 드는 이가 없는 것은 종로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기회의 땅'이이긴 해도,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와 정면 대결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10번의 국회의원 선거(보궐선거 2번 포함)에서 보수 진영이 7번이나 승리했던 지역구이지만 최근 2번의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정세균)가 승리하는 등 표심이 달라졌다는 것도 출마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이 전 총리에 이어 야권의 대선후보 적합도 선두를 달리는 황 대표 입장에서는 종로 빅매치가 불가피하게 '대선 전초전'으로 흐르는 게 걱정된다. 개인적으로는 빅매치 패배에 따른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에 깊은 상처를 입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칫 대선 전초전 부각으로 인해 '정권 심판' 구도가 뒤로 밀리면서 전체 총선판이 흔들릴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예 부담이 적은 경량급 정치신인을 종로에 내보내 기운을 빼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 지난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에 맞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박근혜 키즈'인 20대 손수조 후보를 내보낸 바 있다. 다만 자칫 '패배를 전제로 한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당으로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일단 마감일까지 누가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힐지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5일까지도 유력 인사 중 종로 출마자가 없을 경우 공모 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전략공천으로 후보자를 확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결정이 너무 늘어져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최근 "대표급 후보들 한 분 한 분이 자산인데 이분들을 어떻게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것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너무 타이밍을 놓쳐도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피해 다른 중량급 인사들과 묶어 수도권의 '격전지 벨트'에 동시 출격시키는 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하기도 한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 "정작 본인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아무 말씀을 안하시기 때문에 그 속내를 모르겠다"면 "본인이 결정하실 내용으로, 공관위와도 당연히 협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김형오 위원장이나 황 대표의 결정에 달린 게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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