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요구하면 무기한 연장?...
뜨거운 감자 '임대차 3법' 실현 가능성은?
뉴시스ㅣ박성환 입력 2020.06.12. 06:00 댓글 5460개
21대 국회서 '임대차 3법' 잇단 발의
임대시장 안정 vs 지나친 재산 침해
장기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주택 임대차보호법 관련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무려 49주간 연속 상승하는 등 불안이 가중되면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주택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 인상률을 최대 5%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 3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발의된 개정안들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으로 불안정한 임대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세입자 보호를 위한 취지로 마련된 법안들이다. 전세와 월세의 의무 계약 기간을 지금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부터 재계약 기한을 무기한으로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임대차 3법은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고, 정부가 민간의 임대계약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또 정부의 지나친 재산권 침해 논란과 단기간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2020.04.16.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금주 0.06% 올라 지난주(0.04%)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래 금주까지 5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박주민, 백혜련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 임대차보호 법안에는 세입자 주거 복지 실현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었던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주된 내용이 모두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없고, 전세 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또 임대료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30일 이내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하는 전월세 신고제도 의원 입법으로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박주민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계약 갱신을 원하는 세입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세입자가 원하면 사실상 무제한 계약 연장이 가능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임대인이 차임(借賃·빌려 쓴 값)을 내지 않거나 집을 훼손하는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집주인이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현행법상 주택 임대차계약기간은 2년인데, 이는 1989년 1년에서 상향조정 된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며 "결국 세입자들은 30년간 매 2년마다 새로운 집을 찾아 이사를 되풀이 했고, 전·월세 계약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임대료 상승으로 사실상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선진국 중 민간 임대 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임대차계약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거나 명확한 해지의 원인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만큼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은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진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임대차보호 3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론상으로 177석의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야당 협조 없이 임대차 3법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각에선 임대보호차 3법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정책이 시행되기 전 인상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또 전월세 신고제가 과세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부터 신규 입주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가뜩이나 줄어든 전세 물량이 정책 시행으로 더 줄어들 경우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집주인들의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남은 과제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결과적으로 민간임대 공급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으나, 시행 직전 단기간에 전·월세 가격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인하와 신규 물량 공급 축소 등이 임대차 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임대 기간이나 인상률 등에 대한 규제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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