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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사태] 독재 대통령, 도둑질하듯 ‘기습 취임식’

잠용(潛蓉) 2020. 9. 27. 07:55

벨라루스 대통령, 도둑질하듯 ‘기습 취임식’
경향신문ㅣ2020.09.24 21:38 수정 : 2020.09.24 21:38

 

(동유럽 독립국가 벨라루스 위치)

 

당일 아침까지 일정 공개 안 해
야 “광대극” 시민 수천명 시위
미·EU도 “지도자 인정 안 해”.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기습 취임식을 열었다. 수도 민스크 도심에서는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야권에서는 “셀프 취임” “광대극”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9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자 야권과 지지자들은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6번째 취임식을 열었다. 오른손을 헌법 법전에 얹고 벨라루스어로 취임선서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리디야 예르모쉬나가 대통령 신분증을 전달했다. 상·하원 의원, 고위공직자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시위를 겨냥해 “색깔혁명’(정권 교체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어떤 외부의 참여 없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권력을 놓지 않고 있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민스크 AP연합뉴스

 

▲ 벨라루스 경찰들이 23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기습 취임식’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물리력을 사용해 진압하고 있다. /민스크 AFP연합뉴스

이날 아침까지도 취임식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리 알려질 경우 시위 등으로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전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TV로도 중계되지 않았다. 취임식장 주변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취임식 뒤 민스크 등 벨라루스 곳곳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벨라루스 당국은 전경을 투입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진압했다. 인권단체 ‘비아스나 인권그룹’은 “체포된 사람이 115명에 이른다”고 했다.


대선에서 2위를 기록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성명을 통해 “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라며 “이 취임식은 광대극”이라고 했다. 그는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다. 야권 정치인 파벨 라투슈코 전 문화부 장관은 “셀프 취임을 위한 특별작전”이라며 “마피아 대부를 추대하기 위해 모인 도둑 모임 같았다”고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루카셴코를 합법적으로 선출된 벨라루스의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받을 만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대선 불복 시위' 계속하는 벨라루스 여성들… 수백 명 가두 행진
연합뉴스ㅣ유철종 기자 2020-09-27 02:00

 

▲ (민스크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BelTA 통신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26일(현지시간) 여성들이 가두행진을 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시위 상징 73세 바긴스카야 등 수십명 체포… 시위 규모는 줄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26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부정과 6기 취임에 반대하는 야권 시위가 7주째 벌어졌다. 토요일인 이날 시위는 주로 여성들이 참가해 가두행진을 벌이는 '여성 행진' 형식으로 펼쳐졌다. 여성들은 지난달 9일 대선 직후 시위에서 경찰이 참가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대규모로 연행해 고문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자 같은 달 중순부터 길거리로 나서 연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이 아버지와 형제, 남편과 아들 등의 남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는 지켜만 볼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은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가두행진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수백명의 여성들이 참가했다고 리아노보스티,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약 2천명이 참가했던 지난 토요일 시위 때보다 규모가 많이 줄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경찰이 사전에 집결지로 예상되던 시내 '승리 광장' 인근의 지하철역을 폐쇄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결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우리 대통령은 스베타(대선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다', '벨라루스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시내 곳곳에서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했다.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는 40여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SNS에는 여성 시위의 상징적 인물이 된 73세의 니나 바긴스카야가 체포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고령의 바긴스카야는 지난달부터 야권 저항 시위에 참여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주목받아 왔다. 복면을 한 진압 경찰은 바긴스카야가 들고 있던 야권 저항 상징 깃발인 '백색-적색-백색' 깃발을 빼앗은 뒤 그녀를 호송차로 연행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한 달 반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공식 개표에서 10%를 득표한 여성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는 실제론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몸을 피해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가 자진해서 사퇴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방도 야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퇴진·재선거 불가 입장을 밝힌 루카셴코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이달 중순 러시아를 방문한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루카셴코는 자국 내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대통령에 공식 취임해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