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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 있어도 토지 사용료는 내야"

잠용(潛蓉) 2021. 4. 29. 21:50

대법 "땅주인이 조상묘 사용료 청구하면 지급해야"
면합뉴스ㅣ민경락 입력 2021. 04. 29. 15:59 댓글 120개

 

▲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 대법원 사진제공


"분묘기지권 있어도 청구시점 이후 사용료 내야"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오랜 기간 다른 사람의 땅에 묘를 써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고 해도 땅 주인이 사용료를 청구하면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땅 주인 A씨가 자신의 땅에 조상 묘를 쓰고 관리해온 B씨를 상대로 낸 토지사용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경기도 이천시 일대 토지에 1940년 사망한 조부와 1961년 사망한 부친의 묘를 쓰고 현재까지 관리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 분묘기지권은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자가 취득한다고 본 관습상 물권이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분묘를 관리하는 동안은 묘지를 쓸 수 있는 권리도 계속 유지된다.

 

그러던 중 A씨는 2014년 B씨의 조상 묘가 포함된 토지를 경매로 사들였고 B씨를 상대로 조상묘 사용에 따른 대금을 청구했다. 이에 B씨는 분묘기지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토지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분묘기지권을 취득해 토지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땅 주인이 토지사용료를 청구하면 분묘기지권이 있어도 청구 시점부터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A씨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 행사로 땅 주인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토지사용료를 통해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B씨에게 토지사용료 청구 이전의 사용료까지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는 만큼 청구 시점 이후에 대해서만 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결하면서 분묘기지권자의 토지사용료 지급 의무가 분묘기지권 성립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판례와 토지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 반면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20년 이상의 토지 사용으로 분묘기지권이 성립됐다면 땅 주인이 묵시적으로 무상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