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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일제 강제징용 판결] “원고 소의 이익을 따져야지, 국익을 왜 따지나?”

잠용(潛蓉) 2021. 6. 9. 13:44

“원고 소의 이익을 따져야지, 국익을 왜 따지나?” 강제징용 판결 논란
걍향신문ㅣ2021.06.08 18:00 수정 : 2021.06.08 19:20

 

▲ 강제징용 피해자 고 임정규씨의 아들 임철호씨(앞쪽)와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장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6개 일본 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에서 각하판결을 받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각 1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을 각하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법리적 판단을 넘어 정치적인 문제까지 판단했다는 것이다. 8일 38쪽에 달하는 이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당시 국제관습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던 ‘일괄처리협정’(국가가 개인의 청구권 등을 포함한 보상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판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부터 1995년까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 200여개 이상의 일괄처리협정이 체결됐는데, 한·일 청구권협정 역시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사국 사이에 이뤄진 조약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국내법적 해석으로 뒤집을 경우 비엔나협약 제27조(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위반, 국제법상 금반언 원칙(국가의 책임있는 기관이 특정 발언이나 행위를 한 이후 그와 모순,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 위반이기 때문에 원고들은 일본에 소송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고 승소 판결이 일본의 제소로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게 될 경우 국익이 손상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이 외교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것이 적절한가 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판결문 29~31쪽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돼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일본의 압박으로 인해 이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가 가게 될 가능성이 있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한국이 패소하게 될 경우 한·미동맹 훼손으로 인한 헌법상의 안전보장 손상, 사법부의 신뢰 손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독도, 위안부 사건까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될 경우 “승소해도 국제관계의 경색으로 손해인 반면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 관계자들은 재판부의 법리 전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청구권협정 해석에 있어서 국내법과 조약이 충돌할 경우 어느 쪽이 우선적 효력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재판부는 조약이 우선한다고 보는 관점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옳고 그름, 인도주의적 관점과 관계 없이 국제법계에서는 이 문제를 찬반 논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가 국익을 따진 부분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고의 소의 이익을 따져야지, 국익을 왜 따지는가”라며 “국익이 있으면 원고의 청구권이 인정되고, 국익이 없으면 청구권을 인정 못하는 것이냐”고 했냐. 이어 “이 기준으로 따지면 국익에 따라서 재판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인데, 국익이 본질인 국제재판에서도 국익 자체를 근거로 쓰는 것은 자제한다”고 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도 “(이 소송의 쟁점에서) 더 나아가서 (재판부가) 판단했다”며 “적절하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런 사건은 법리적인 문제로만 풀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역사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까지 판결문에 다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자꾸 사법부에 오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송영길 “조선총독부 경성법원 판결인가?” 강제징용 재판부 비판
경향신문ㅣ2021.06.09. 11:56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각하’한 1심 법원 판결을 두고 9일 “조선총독부 판결” “일본측 변호사가 할법한 표현”이라며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이 나왔다”며 “저는 이게 조선총독부 경성법원 소속 판사가 한 판결인지 의심이 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1심 판사가 이렇게 부정한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시대를 앞서는 판단이 아니라 다시 조선총독부로 돌아가는 판결이라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특히 판결에 쓸데없이 정치적인 언어가 많이 들어갔다”며 “법률적 소수의견을 제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사들과 달리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의견 해석을 무리하게 집어넣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최고위원도 최고위에서 “판결문 내용을 보면 일본이 주장했던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며 “특히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실정법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표현은 일본측 변호사가 할법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백 최고위원은 청구를 받아들이면 ‘일본의 다양한 압박이 예상된다’ ‘일본과의 관계와 한미동맹이 훼손된다’는 취지로 기재된 판결문 내용에 대해 “이런 표현은 판사가 쓸 표현이 아니다”라며 “판사가 왜 국제 정세를 걱정하고 국격을 따지며 판결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실관계에 기초한 역사의식이 반영된 법리적 판단을 하라”고 했다. 판사 출신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법원이 너무 오랫동안 안바뀌어서 하급심이 한 발 먼저 가는 경우는 있는데, 이번에는 대법원이 먼저 시대 변화에 맞춰서 바뀌었는데 하급심이 안 따라오겠다고 저항하는 꼴”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판결문에 들어간 정치·외교적 표현에 대해서는 “사석에서나 할 수준의 이야기를 판결문에 쓴 것”이라며 “판사가 쓴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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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