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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앙

[해외]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끝"… 백신접종 완료 정의가 달라졌다

잠용(潛蓉) 2021. 11. 18. 19:48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끝"…백신접종 완료 정의가 달라졌다
중앙일보ㅣ박형수 기자  2021.11.18 14:13 업데이트 2021.11.18 15:06

 

▲ 미국 뉴욕에서 한 여성이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4차 대유행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자 일부 국가에서 추가접종(부스터샷) 의무화에 나서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올 겨울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백신접종 완료(fully vaccined)’의 의미가 기존 2회 접종에서 3회 접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을 2차까지 맞으면 ‘접종 완료’를 의미했는데, 앞으로는 3차까지 맞아야 ‘접종 완료자’가 된다는 의미다.

세계최초 부스터샷 강행 이스라엘, 1만명→500명 이하 
‘3차접종 의무화’는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스라엘과 서유럽 등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델타변이의 기세에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다, 백신 2차 완료 후에도 면역력이 떨어져 돌파감염 사례가 속출하자 아예 3차까지 의무 접종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말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을 실행했다. 이후 대상자를 속전속결로 늘려 8월말부터는 12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 후 6개월 안에 부스터샷을 마쳐야 백신패스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3차 접종을 강제했다. 이스라엘에선 백신패스가 없으면 체육관이나 식당 등 실내 다중이용 시설에 출입할 수 없고 실외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다.

 

▲ 화이자 코로나 백신. /연합뉴스


오스트리아는 최근 2번째 접종을 완료한 뒤 9개월이 지나면 ‘백신접종 완료자’ 지위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부스터샷을 강제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부스터샷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방역 규제가 다시 도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스터샷이 필수”라며 “3차접종을 마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며, 그렇게 해야 여러분의 삶이 모든 면에서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부 12월 15일까지 부스터샷을 맞아야 백신패스를 주겠다”고 발표해 갑자기 접종 예약이 쇄도했다. 미국에서도 부스터샷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가 내년부터 엔데믹(풍토병), 즉 독감과 같은 주기적 유행병이 되려면 부스터샷이 필수적이다”면서 “미국의 전 국민이 부스터샷을 맞는다면 내년 봄까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앤서니 파우치 미국 NIAID 소장이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려면 전국민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은 근거로 이스라엘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난 8월 한때 1만명을 넘었던 일일 확진자 수가 최근 500명 이하로 줄었다. 지난 16일 기준 일일 확진자 수는 452명이다. 이스라엘의 2차 접종완료율은 64% 정도인데, 3차접종률은 44%다. 반면 2차 접종률 60%대에서 위드코로나를 시행했던 서유럽 국가들은 연일 신규확진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독일(2차접종 완료율 67.5%)은 16일 기준 일일 확진자가 5만2826명으로 사상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2주만에 두배가 증가한 수치다. 영국(68%) 3만6821명, 오스트리아(64.5%) 1만4416명, 프랑스(68.74%) 2만294명이다.

WHO "하루치 부스터샷이 1차접종의 6배" 비판  
‘부스터샷 의무화’ 움직임에 대해 보건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심각한 부국과 빈국 간 백신 격차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의 접종률이 아직 4.6%에 불과한데 이미 2차접종을 완료한 나라에서 3차접종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맞는 하루치 부스터샷이 저소득국에서 맞는 1차 접종의 6배에 달한다”면서 “이것은 일종의 스캔들”이라고 비난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보건정책고문인 안나 매리어트는 지난 16일 영국 의회에 출석해 “제약사들은 비싼 값을 쳐주는 부유한 나라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최빈국에는 전체 백신 공급 물량의 1%도 안되는 양이 전달됐을 뿐이다”고 질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