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전투기가 없다" 심각해지는 전력공백... 공군 '진퇴양난'
세계일보ㅣ박수찬 입력 2021. 12. 05. 06:02 댓글 924개
□ 2022년을 앞둔 한반도 주변 하늘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패권에 맞서 군사적 공조를 한층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9일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7대가 독도 동북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이들 항공기 중에서 중국 H-6 폭격기 2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동해와 쓰시마 해협을 거쳐 동중국해까지 남하했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은 쓰시마 해협 인근을 항해하며 폭격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했다. 러시아 SU-35 전투기는 동해, 중국 J-11B 전투기는 동중국해에서 폭격기를 호위했다. 한반도를 사실상 포위하다시피 하는 무력시위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 공군의 활동을 견제해야 할 한국 공군은 전투기 노후화, 성능개량 미흡 등의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양적,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장병들이 활주로에서 이탈한 F-5 전투기를 크레인으로 견인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중국 공군 SU-30 전투기가 대만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노후 기종 퇴역 따른 전투기 규모 감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현재의 전력화 계획을 반영해도 전투기 보유 규모가 올해 410여 대 수준에서 2024년 360여 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제시한 적정 전투기 보유 규모인 430여 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공군 전투기 전력 감소 원인으로는 노후 기종의 퇴역이 지목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5년까지 도입된 F-4D는 2010년 퇴역했다. 1977년부터 95대가 도입된 F-4E는 2020년대 중반 이후 순차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미국산 F-5를 국내 생산한 기종인 (K)F-5 60여 대는 2020년대 후반을 전후로 퇴역한다.
20~30여년 동안 일선에서 활동했던 F-4는 오랜 기간 운용하면서 노후화가 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단종되는 부품도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스페인 등 F-4를 운영했던 국가에서 잉여 부품을 들여오는 한편 부품 돌려막기를 하고 3D 프린터로 자체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후화에 따른 전투력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AGM-142 중거리 공대지미사일 운용 외에는 현대적인 공군 작전에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도 F-15K에 쓰이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보다 사거리나 파괴력이 떨어진다.
F-5는 지상군을 근접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나 국산 FA-50과 비교해 성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0년대 공군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전력공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단으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F-21이 거론된다. 5세대 스텔스기와 4.5세대 신형 기종을 실전배치한다면 주변국과의 공군 전력 격차를 어느 정도 좁히면서 공군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광주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F-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10월 18일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에 FA-50이 전시돼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10월 18일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에 F-35A 전투기가 전시돼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10월 18일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에 KF-21 모형이 전시돼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지상 표적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재 공군에 배치된 F-35A는 미 공군의 성능개량이나 부품 및 항공무장 계약 추세를 충실히 따르면 전력 유지 및 향상이 가능하다. 미 록히드마틴이 개발중인 ‘차세대 암람’ AIM-260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면 중국 PL-15를 비롯한 최신 공대공미사일에 뒤지지 않는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 소요 예산을 제때 확보해 집행하면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비용과 행정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반면 KF-21은 항공무장 장착 문제가 있다. 최신 전투기라도 항공무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KF-21 개발은 2026년까지 이뤄진다. 초도양산이 2026~2028년, 후속 양산은 2028~2032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KF-21 블록1에 탑재될 미티어 등 공대공미사일의 국내 도입 시점이다. 미티어 제작사인 영국 MBDA는 미티어 생산 계약 체결 이후 미사일을 인도하기까지 4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이 올해 초 KF-21 시제1호기 출고식을 앞두고 공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KF-21 초도양산 승인 시점은 2024년이다. 전투기 양산 승인 시점을 전후로 항공무장 계약을 하면 미티어는 2028년쯤 본격적인 한국 내 실전배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항공폭탄은 공군이 기존에 비축한 미국산이나 국산품을 활용할 수 있지만, 미티어는 국내에 재고가 없다. KF-21 초도양산 물량 중 일부 기체가 일정 기간 중거리 공중전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위험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KF-21 초도양산 시점 등과 무관하게 공대공 무장의 조기 계약과 실전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F-15K 성능개량도 서둘러야
2005년 처음으로 도입된 F-15K 전투기는 F-35A와 더불어 공군의 전략적 억제력을 상징하는 핵심 전력이다. 장거리 공대지 및 공대함 공격이 가능하고, 북한 내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등을 탑재한다. 하지만 도입 이후 별다른 개량 없이 15년간 사용해 오면서 주변국 전투기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ㅇㅇ은 러시아 SU-27을 국내 생산한 J-11의 성능을 높이고 자국산 화력통제시스템 등을 탑재한 J-11B를 운용하면서 개량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J-11B 개량형이 만들어지는 정황도 드러났다. 중국은 적의 통신과 레이더 등을 교란할 수 있는 전자전 수행 능력을 갖춘 J-16D도 실전배치하고 있다. 항공 전자전 시스템을 갖춘 J-16D가 중국의 최첨단 J-20 스텔스 전투기와 팀을 이루면 공중전 능력은 한층 극대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위협에 맞설 한국 공군의 기종은 KF-16과 F-15K다. 성능개량 사업 대상에 포함된 KF-16은 중국이나 러시아 공군 위협 대응이 가능하지만, 별다른 개량이 없었던 F-15K는 쉽지 않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공군의 전자전 공격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 이스라엘 등 F-15 보유국들이 성능개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존 F-15K 탑재 장비의 부품이 조기 단종돼 운영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성능개량과 수명연장 작업을 해야 F-15K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군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19년 8월 발표됐던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는 5년 안에 F-15K 레이더를 AESA 레이더로 교체하는 등의 성능개량 사업이 포함됐다. 개량 작업이 이뤄지면 2030년대 이후에도 F-15K는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공군의 주력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국방중기계획 반영 직후 사업과 관련해 실질적인 진척 상황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 소관의 내년도 방위력개선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사청은 KF-21 시제2호기에 정광선 한국형 전투기사업단 단장의 이름을 붙여 ‘정광선기’로 명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철회하기도 했다.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 중국 주하이에서 지난 9월 29일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 J-16D 전자전기(왼쪽)와 KJ-5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전시돼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공군 F-15K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공군에서 사용중인 다양한 종류의 항공무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서는 수조원이 소요되는 F-15K 성능개량을 적극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고가의 AESA 레이더 장착은 잠시 미루되, 적의 전자전 공격을 저지하는 장비 등을 우선 탑재하면서 수명연장을 하는 수준으로 성능개량 범위를 축소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ESA 레이더를 제외하면 사업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이 전투기 보유 규모보다는 질적 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되면 노후 기체를 대거 퇴역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는 운영유지비 상승으로 이어져 최신 전력을 들여올 재정적 여유를 줄이게 된다. 숫자는 적지만, 2020년대 이후 한반도 상공에서 주변국 공군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 지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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