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중국도 일본도 "제공권 장악"... 한국 입지가 좁아진다
세계일보ㅣ박수찬 입력 2021. 12. 18. 06:02 댓글 161개
▲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하늘은 보이지 않는 갈등과 경쟁에 직면해 있다. 한중일 3국이 앞다투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서는 상대방의 방어능력을 시험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무력시위와 대응 출격이 끊이지 않는다. 가능한 넓은 영역을 확보하려는 욕망을 실현하는 최선의 수단은 공군력이다. 막강한 성능을 지닌 군용기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면 타국 군용기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국이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등을 동중국해에 끊임없이 투입하고, 일본이 전투기로 대응 출격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과 일본의 이같은 대결 구도는 앞으로 더욱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서로 전투기 전력을 증강하면서 동아시아 제공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일본의 전략 경쟁 국면에서 한국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 J-20 스텔스기 대량 생산되나?
중국 공군의 핵심 전력은 1990년대부터 개발해 2011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J-20 전투기다. 미국 F-22, F-35와 더불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J-20은 시제기 비행이 이뤄진 2011년 이후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가장 많이 거론된 문제점은 엔진이다. 신뢰성과 추력이 높은 첨단 엔진 확보는 전투기 개발의 성패를 좌우한다. F-35와 라팔, SU-35 등 항공우주 선진국들의 전투기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유도 검증된 엔진 덕분이다. 중국도 J-20을 개발하면서 자국산 엔진을 사용해 작전운용성능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필요한 수준의 추력을 얻지 못해 러시아산 AL-31F 엔진을 썼다.
이를 통해 2018년 J-20이 실전배치됐지만 러시아의 엔진 공급에 따라 J-20의 생산도 영향을 받게 되면서 중국 공군의 수요를 제때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국산 엔진 장착이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대량 생산과 배치를 실현할 ‘마지막 퍼즐’로 지목된 이유다. 높은 추력과 정교한 기술이 결합된 전투기 엔진 개발은 난이도가 높다.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전투기 엔진 개발도 ‘지름길’은 없다.
▲ 중국 공군 J-20 전투기가 지난 9월 29일 주하이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중국 공군 J-20 전투기 모형이 지난 9월 26일 주하이에서 열린 에어쇼 행사장 실내 전시 부스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시험한 뒤,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해서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중국의 엔진 개발이 늦어진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이같은 제약도 벗어버렸다. 지난 9월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 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서 중국은 자국산 엔진을 탑재한 J-20을 선보였다.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한 셈이다.
엔진 문제를 해결한 중국은 J-20의 대량 생산에 적극 나설 태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J-20 제작사인 청두항공공사(CAC)의 위챗 계정을 인용해 J-20 인도량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CAC는 “4분기 들어 많은 사용자가 항공기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연구개발, 생산, 배송 임무에 직면해 있었다”며 “여러 차례 시험 비행을 완수해 항공기 인도 관련 수치가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미 공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훈련 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항공전자 시스템과 레이더, 무장 등 주요 체계를 국산화한 중국이 엔진까지 자체 개발함에 따라 J-20은 중국 내 모든 전구에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2인승 J-20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청두항공공사(CAC) 비행장에서 촬영돼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2인승 J-20은 동체 표면이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조종석이 앞뒤로 구분된 모습이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중에서 조종사 두 명이 탑승하는 기종은 J-20이 유일하다.
1인승 전투기를 2인승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기체의 공기역학적 특징이 크게 달라지므로 재설계에 가까운 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중국이 2인승 J-20을 만든 것은 미국 F-22, F-35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의 일부로 해석된다. J-20은 F-22, F-35보다 성능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은 차세대 공중 지배 프로젝트(NGAD)를 통해 F-22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기종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J-20을 2인승으로 개조하면, 조종사 1명이 조종을 맡고, 다른 1명은 무기 운용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임무 분담이 가능해진다. 복잡한 전술 환경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 F-15 성능개량 시도하는 일본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동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공군의 압박에 직면한 일본도 공군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F-35A를 도입해 스텔스기를 확보한 일본은 기존 F-15J의 성능을 개량, 중국 공군 J-11B 계열에 맞설 계획을 추진중이다. 성능개량 대상은 200여 대의 F-15J 가운데 약 100대. 이들 기체에 장착된 전자장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AN/APG-82(V)1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ALQ-239 디지털 전자전장비(DEWS) 등이 장착되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재즘 이알(JASSM-ER) 등을 탑재할 계획이었다. AN/APG-82(V)1은 미국이 만든 전투기 레이더 중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최대 250㎞ 떨어진 곳에 있는 전투기를 포착할 수 있다. 다수의 표적을 상대로 동시에 교전이 가능하고, 전자전 대응능력도 뛰어나다. 영국 BAE 시스템스가 개발한 ALQ-239는 360도 대응이 가능한 전자전 장비로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중국이 도입하기로 한 러시아산 SU-35S 전투기보다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미 공군 F-15에 탑재되지 않는 장거리 공대함무기 AGM-158C의 체계통합과 일본이 탑재를 원하는 전자장비의 부품 단종 대책 등을 이유로 미국 측은 추가 비용을 계속 요구했다. 그 결과 기존 예산 규모인 3240억 엔(3조3800억 원)의 1.7배에 해당하는 5520억 엔(5조 7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일본은 AGM-158C의 체계통합 제외를 포함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3970억 엔(4조 1400여억 원)까지 비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미 공군 공중급유기와의 급유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 한국 공군 군용기들이 지난 2019년 10월에 열린 서울에어쇼 애외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부품 단종 등의 문제를 고려, ALQ-239 대신 미 공군 F-15EX에 탑재되는 AN/ALQ-250으로 전환해 부품 수급 및 상호운용성 향상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2030년대 중반 이후를 염두에 두고 영국과 6세대 전투기 개발 협력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영국이 추진중인 템페스트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를 영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미티어 등 공대공미사일 개발도 협력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F-35A 40대를 도입해 중국, 일본의 공군력에 맞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높은 도입 가격과 운영유지비 등으로 추가 도입은 쉽지 않다. KF-21이 광범위한 공대공, 공대함, 공대지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F-35 가격이 매우 저렴해질 2030년대 중반까지는 KF-16과 F-15K로 한반도 주변 하늘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F-15K 성능개량은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전투기 성능을 높이면서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KF-16과 더불어 F-15K 성능개량을 조속히 추진해 KF-16, F-15K의 통합운용전략을 한층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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