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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3각 파도'에 親朴 딜레마까지... 사면초가 갇힌 윤석열

잠용(潛蓉) 2021. 12. 24. 20:50

'3각 파도'에 親朴 딜레마까지... 사면초가 갇힌 윤석열
서울경제ㅣ구경우 기자 입력 2021. 12. 24. 18:11 댓글 0개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권욱 기자

 

☞3각 파도 : 가족문제·내부분열·실언


◆'박근혜 사면' 비상등 켜진 국힘
가파른 지지율 이탈에 대형 변수
尹 "건강회복 우선" 속 대응 골몰
강성 친박계 "尹 사과하라" 촉구
TK·중도층 사이서 고민 깊어져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층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전력이 있는 윤 후보로서는 이번 사면을 계기로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려는 친박 진영을 끌어안아야 하는 당면 과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내홍, 부인 김건희 씨 및 장모 최 모 씨 관련 리스크, 자신의 실언 논란 등 악재에 부딪힌 상황에서 자칫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이 들려오자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 명의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단 두 문장의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공식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윤 후보 역시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복당 문제에 대한 질의에 “건강 회복이 우선”이라며 “(복당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윤 후보는 앞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문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사면을 결단하자 윤 후보로서는 허를 찔린 격이 됐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풀 열쇠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대선을 이끄는 핵심들이 박 전 대통령과 척을 진 인사인 점만 봐도 당이 처한 우려를 알 수 있다. 윤 후보는 국정 농단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직접 파헤쳐 구속 기소했다. 실세 권성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은 탄핵 당시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이었다. ‘원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016년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돌아섰고 비상대책위원장 시기에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선대위를 사퇴한 이준석 대표 역시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囹圄)의 몸에서 풀려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낼 경우 정치적 파괴력은 클 수 있다.

 

더 큰 딜레마는 우리공화당과 같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해온 강성 보수 진영이 다시 정치적 변수로 등장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강경 보수 색채로 치른 4·15총선에서 참패한 뒤 이들과 거리를 두고 중도층에 대한 구애를 이어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다시 울리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윤 후보를 향해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행동에 나섰다. 만약 윤 후보가 이들과 선을 그으면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보수층 일부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을 껴안을 경우 중도층 이탈은 불가피하다. 윤 후보는 이달 가족 의혹이 확산되면서 여론조사(NBS·12월 4주)에서 중도 지지율(23%)이 2주 사이에 12%포인트 빠진 상황이다. 강성 보수와 느슨하게 손을 잡은 장면만 연출돼도 중도층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선대위에서는 실세들이 차기 당권과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싸우고 있다는 비판이 파다하다. 본인의 실언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부인 김 씨에 대한 추가 사과와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를 조율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지만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적 과제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 의혹은 정면 돌파하고, 내분 수습은 김 위원장에게 맡겨두고, 본인은 반복되는 실언을 해명으로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윤 후보의 정치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윤 후보가 나서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다. 한 중진 의원은 “이미 당은 윤석열의 국민의힘이 됐다”며 “본인이 직접 나서 엉킨 상황을 정리하지 않으면 정치력에 대한 의심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박근혜 사면에 대구 지지자 눈물 '왈칵'... "이삿짐도 트럭 1대 뿐"
뉴스1ㅣ이성덕 기자 입력 2021. 12. 24. 17:30 댓글 79개

 

▲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가 발표된 24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소고기구이 전문점에서 점주 이옥실씨가 박 전 대통령 등이 찍힌 사진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2021.12.24© 뉴스1 /이성덕 기자


"세월호, 촛불 민심 잊었나..대통령 사면권 남용" 비판도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국정농단사건 등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가 24일 발표되자 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민심도 술렁였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의 소고기구이 전문점인 황소집에서 만난 주인 이옥실씨는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 앨범과 신문 스크랩집 등을 보여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열렬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다.

 

이씨는 식당 벽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사진을 따로 모아 달력 형태로 만들어 걸어두고 있다. 이씨는 "오늘 갑자기 사면이 결정돼 깜짝 놀랐다. 정말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했다. 그는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와 한명숙(전 국무총리)을 풀어주고 싶으니 죄 없는 박근혜를 더 이상 가둬둘 명분이 없어 사면을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사면 후 서울의 병원에서 치료한 뒤 대구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소식에 대해 "지금 형편도 어렵지 않느냐"며 "당시 이사할 때도 짐이 너무 없어 트럭 1대 뿐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대구에 거처를 마련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 4년9개월간 집 안방에 존영(사진)을 보관해 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사면을 반겼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 소식이 전해진 24일 오후 대구의 한 경로당에서 할머니가 박 전 대통령 존영을 어루만지고 있다. 80대 A씨 부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 4년9개월간 자신의 집 안방에 사진을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2021.12.24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6.15 남측위 청학본부 대학생이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탄핵과 구속은 국민들의 명령이다! 박근혜 사면결정 청와대 규탄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2021.12.24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그러나 일부 시민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민의를 거스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계명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최모씨(26)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지 망각한 것 같다. 2017년 촛불을 든 국민들을 배신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반야월에 사는 권모씨(45)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박근혜와 최순실의 실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훗날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한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국민통합도 중요하지만 박근혜로부터 상처 받은 사람들의 고통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씨(38)도 "사법부의 판단을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무참히 짓밟은 처사"라며 "박근혜 재구속을 주장하는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