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발표…"경제·사회통합"
연합뉴스TVㅣ정영민 입력 2023. 8. 14. 12:03
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합니다. 경제 살리기와 사회 통합에 중점을 두면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등 경제인과 정치인이 두루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표할 예정인데요. 현장 연결합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2천176명에 대하여 특별 사면을 단행합니다. 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분야 입찰 참가자, 정보통신공사업 분야 영업정지, 과징금, 과태료. 여객운송업과 화물운송업 운행정지, 업무정지.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양식업 면허정지. 해기사 면허정지. 운전면허 관련 취소 정지 벌점 등 행정 제재자 총 81만 1,978명에 대하여 특별 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아울러 모범수 821명을 가석방하여 그분들의 조기 사회 복귀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번 특별사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살인, 강도, 성폭력 범죄와 조직폭력 범죄 등을 제외한 일반 형사범 수형자와 가석방자 중에서 일정 형기 이상을 복역한 451명에 대하여는 형 집행율의 정도에 따라서 373명은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고 78명은 남은 형의 절반을 감경합니다. 그중에는 경제범죄 등으로 수감 중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중 특별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74명도 포함되고 역시 형 집행율의 정도에 따라서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절반을 감경합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도로교통법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11개의 예 법령을 위반하여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은 1,676명에 대하여는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고 각종 자격 제한 사유를 회복시키는 복권조치를 실시합니다. 아울러 고령인 모범 수형자나 생활고로 생필품을 훔치다가 적발된 수용자 등 5명에 대해서도 형 집행율의 정도에 따라서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감경합니다.
다음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제인 12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주요 대상자는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등입니다. 아울러 정치,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 범죄의 경중과 경위, 국가에 기여한 공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치인 등 4명 전 고위 공직자 3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업무방해 등 사건과 관련하여 주요 기업의 책임자급을 제외한 임직원 19명을 특별사면 또는 복권하고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은 국방부 관할 대상자 6명을 특별사면 또는 복권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각종 제재 조치도 감면했습니다. 소프트웨어 92명, 정보통신공사업 3,303명, 여객화물 운송업 9명, 생계형 어업인 558명에 대한 각종 행정제재를 해제하고 총 80만여 명에 대해서 운전면허 벌점 삭제, 면허정지 취소 처분 집행면제. 재취득 결격 기간을 해제함으로써 보다 많은 국민들께서 생업과 경제활동에 조기에 복귀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 지속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여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서 튼튼한 민생경제를 토대로 국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회복하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여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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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김태우·박찬구·강만수 등 2176명 ‘광복절 특사’
국민일보ㅣ박재현 입력 2023. 8. 14. 11:59
정부, 정치인·경제인 등 2176명 특별사면 단행
김태우 전 구청장 유죄 확정 3개월 만에 특사
▲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뉴시스
정부가 2023년 광복절을 맞아 경제인, 정치인,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48) 전 서울 강서구청장 등 정치인과 전직 고위공직자 7명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도 대거 사면을 받았다. 정부는 14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 정치인, 기업임직원 등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15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고령자, 서민생계형 형사범, 간병살인 사범 등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며 “주요 경제인을 사면함으로써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 전직 고위공직자 등을 사면해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했다”며 정부 사면 배경을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9일 사면심사위를 열고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한 장관은 대상자 명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대상자가 결정됐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했다.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5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었다. 그간 여권 일각에서는 김 전 구청장이 이번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되면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등판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각종 특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복권됐다.
재계 인사 가운데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경제인 12명이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도 사면·복권됐다. 앞서 이중근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2021년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 명예회장도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선정됐다.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사면에는 일반 형사범 및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2127명, 고령자 등 특별배려 수형자 5명, 경제인 12명 등 2176명이 포함됐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단독] 尹, 초기부터 '김태우 사면' 의지…"권력형 비리 공익신고자"
중앙일보ㅣ박태인 입력 2023. 8. 14. 12:02수정 2023. 8. 14. 12:19
▲ 2019년 1월 청와대 비위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당시 검찰수사관(전 강서구청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재가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국민의힘 출신인 김태우 전 서울시 강서구청장이 포함됐다. 애초 정치권에선 김 전 구청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 관측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고 구청장직과 피선거권을 잃은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신년은 몰라도 광복절 사면은 조금 이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 논의 초기부터 김 전 구청장 사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의 사면은 초기에 결정됐다”며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고 큰 이견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특히 김 전 구청장이 권력형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법원이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를 양형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집행유예 판결로 구청장직을 잃게 한 점에 대한 문제의식도 컸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사진은 10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 수사관으로 복귀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의 비위 의혹을 언론에 폭로했다. 그 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혐의로 모두 법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구청장은 폭로 이후 공직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폭로 이듬해 폭로 중 일부 내용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돼 기소됐고, 지난 5월 유죄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잃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의 폭로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비리가 감춰졌을 것”이라며 “통상 공익신고자는 감형을 받지만, 김 전 구청장의 판결엔 이런 점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 비난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선 “사면을 해야 하는 인물이라면 빨리 결단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대법원 판결 직후 사면을 단행한 사례는 적지 않다”고 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구청장이 사면·복권되며 10월로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김 전 구청장이 재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보궐 선거는 무공천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 당규지만 김 전 구청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대한 지도부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합리적 결정을 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공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 외에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중에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가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정용선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의 형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021년 가석방됐던 강 전 장관은 이번 특사를 통해 복권됐다.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도 검토했지만, 입시 비리 혐의 사면은 전례가 없고, 가족들이 재판을 받는 점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 지난 2월 3일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정치권에선 김 전 구청장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사면이 ‘경제 살리기 사면’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면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과 우리 사회 약자들의 재기를 도모하는데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면 대상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창업주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 경제인이 포함됐다.
형의 실효가 남은 박찬구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은 형 선고 실효 및 복권이, 그 외에 형을 이미 마친 재벌 총수 등은 모두 복권됐다. 반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은 제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진정으로 현업에 복귀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사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소상공인 80만여명에 대한 행정제재 감면조치를 단행하는 등 이번 사면이 ‘소상공인 중심’이란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면 논의 과정에서 가장 강조했던 건 민생과 경제였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생생중국] 아! 광복!… 상하이 임시정부를 다시 가다
MBNㅣ윤석정 입력 2023. 8. 13. 13:01
- 팔순을 눈앞에 둔 1945년 해방둥이들, 광복 이후 세월을 몸소 말해줘
- 상하이 쇼핑가에 자리한 임시정부청사, 초라한 모습에서 애국지사들 애환 느껴져
- 한중 관계 경색 속 중국 내 항일 유적지들 석연찮은 휴관
기자의 아버지는 1945년생, 소위 해방둥이다. 나라가 빛을 되찾은(光復) 때에 맞춰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여든에 가까워지면서 흰 머리가 수북해지신 걸 보면 대한민국이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뒤로 얼마나 오래 또 치열한 시기를 거쳐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도 베이징이 연일 40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지던 지난달에 주말을 이용해서 상하이를 잠깐 다녀왔다. 임시정부청사를 다시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입구에 안내 동판이 붙어 있어서 찾기 쉽다. /사진 = MBN 촬영
상하이 ‘핫플’ 신천지 거리에 있는 임시정부청사 유적지
사실 기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인 1996년 초에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1년여를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 상하이도 왔었고, 당연히 임시정부청사도 들렀다. 하지만, 아직 10대였던 그 시절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 중 하나였을 뿐 기억 속에선 큰 인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27년 만에 다시 찾은 임시정부청사는 기억 속의 그곳과 너무 달랐다. 주변은 상하이에서 소위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신티엔띠(新天地) 거리였다. 대형 쇼핑몰과 주변 카페에는 잘 차려입은 각국의 사람들이 여유 있게 차를 마시거나 브런치를 먹고 있었다. 예전엔 오래된 건물들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번화가 건너편 초라한 건물… 그곳에서 펼쳐진 애국지사들의 사투
그렇게 길 건너 노천카페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는 왜 그렇게 작아 보이는지. 이렇게 작고 허름한 건물에서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애국지사들이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걸고 투쟁을 펼쳤다고 하니 보는 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과정도 씁쓸했다. 매표소에서 요금을 내고 전시관을 가려면 다시 나와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철창문을 밀고 들어가야 한다. 전시관 보호 차원이라고 하지만 볼품없는 쇠창살을 밀고 들어가야 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 임시정부청사 전시실을 가려면 표를 산 뒤 매표소 옆 철창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창살 안으로 들어갈 때 왠지 기분이 묘하다. /사진 = MBN 촬영
첫 전시실인 회의실부터 집무실, 침실, 식당과 주방 등 100여 년 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마지막엔 사진과 영상, 글 자료들을 통해서 우리 애국지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활약상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한국 청년들이 전시실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관람하는 걸 지켜보면서 무슨 대화를 하나 가만히 귀 기울여도 봤다. “교과서에서 배운 적 있다”며 “실제로 와서 보니 신기하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체험 학습이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임시정부 유적지는 가장 오랫동안 유지됐던 상하이 외에도 중국 내에 여러 곳에 있다. 해방 직전 마지막으로는 충칭(重慶)에 청사가 있었다. 그곳들을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한 이 순간만큼은 조국의 독립을 위한 마음만은 느껴보려고 부단히 애를 써봤다.
▲ 백범의 흉상과 태극기가 걸려 있는 전시실. 내부 촬영 금지지만,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전시실 첫 장소만 살짝 한 컷 찍었다. /사진 = MBN 촬영
임시정부청사 앞을 지날 때
발걸음을 멈추면 어김없이 한국인들
임시정부청사 유적지를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상하이 시내 한복판에서 임시정부청사 유적지를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한국인이었다. 일반적인 중국 사람들에게 이곳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장소일 테니까 말이다.
100여 년 전에도 그랬을 터이다. 열강의 침략을 당하던 당시 중국도 어느 정도 동질감은 느꼈을 터이지만, 아예 나라를 빼앗긴 우리네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이 이 작은 건물에 모여서 나라를 되찾겠다고 하니 당시 중국 사람들, 그리고 그 중국을 차지하겠다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서양 사람들 눈에는 그분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길 건너에서 바라본 임시정부청사 건물. 상하이 번화가 한복판에 서 있는 허름한 건물을 지켜보는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사진 = MBN 촬영
중국 내 항일 유적지들 석연찮은 이유로 휴관 잇따라
그런데 최근 중국 내 항일운동 유적지들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우리의 무관심과 중국의 관리 소홀, 때로는 국제정세와 맞물린 현상 때문이다. 다롄(大連) 뤼순(旅順)감옥 박물관의 안중근(安重根) 의사 전시실과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롱징시(龍井市) 윤동주(尹東柱) 시인 생가는 내부 수리를 이유로 장기간 닫혀있다. 또 베이징 시내에 있는 이육사(李陸史) 선생이 옥고를 치르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감옥 건물은 2년 전만 해도 접근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리모델링 되며 옛 모습을 찾기 힘들뿐더러 일반인 주거지가 되면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2년 전까지 지하 감옥의 형체를 유지했지만, 그 뒤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하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던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명록이 차례로 걸려 있다. /사진 = MBN 촬영
중국 당국은 “단순 내부 수리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나라가 워낙 커 전체를 뺏기지 않았을 뿐이지 중국 사람들도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데, 아무리 한중 관계가 경색됐다고 해도 중국 내 항일 유적지를 일부러 닫아놓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긴 싫다.
하지만, 냉각된 한중 관계 속에 중국 측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우리 국민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또 애써 시간을 내 그곳에 갔다 닫힌 문을 보고 발걸음을 옮기며 아쉬워했을 우리 국민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럴 때일수록 지혜를 모아서 양국 관계와 항일 유적지를 더 잘 지키고 가꿔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과거 자신을 희생해 조국과 민족을 되살린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지켜야 하는 후손들이니까.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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