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風葬) (죽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황동규(黃東奎) 작 1.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白金 조각도 바람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