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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유신헌법] 긴급조치 1, 2, 9호 위헌판결 (헌재)

잠용(潛蓉) 2013. 3. 21. 21:34

헌재, 긴급조치 1·2·9호 위헌…전원일치(3보)
[연합뉴스] 2013/03/21 14:38 송고

 

 

나란히 앉은 박한철-송두환 재판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공석인 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명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 내정자(왼쪽 두 번째)와 송두환 헌재소장 권한대행(가운데)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권한대행을 맡은 송두환 재판관은 22일이면 임기가 끝난다. 2013.3.21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헌법재판소는 21일 유신체제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도구가 됐던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1호, 대통령 긴급조치 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재판관 8명이 전원 위헌으로 판단했고 반대 견해는 없었다.

 

 

박한철 헌재소장 내정자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공석인 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명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 내정자가 앉아있다. 2013.3.21 jieunlee@yna.co.kr다만, 긴급조치 1·2·9호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1·2호에 대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 개정권력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kind3@yna.co.kr]


헌재,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1·2·9호 위헌 
[한겨레]  2013.03.21 14:27 수정 : 2013.03.21 16:34

 

‘유신정부 비판’ 오종상씨 39년만에 무죄판결
“국민기본권 침해·현행 헌법원칙에 어긋나”

◁ 헌법재판소. 한겨레 자료사진

1970년대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대통령 긴급조치 1호, 2호, 9호는 선포 절차와 내용 면에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대행 송두환 재판관)는 21일 유신헌법을 비판해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혐의(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오종상(72)씨 등이 긴급조치 1, 2, 9호와 긴급조치 선포의 근거였던 유신헌법 제53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8명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헌재 결정 내용을 근거로 쉽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유신헌법에 근거해 내린 1974년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며 오씨 등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당시 긴급조치 제1호가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선고했던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을 모두 폐기했다.

 

헌재는 이날 위헌을 선고하면서 긴급조치가 선포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등 현행 헌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헌법은 헌재의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신헌법 제53조는 심리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유신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평택에 살던 오씨는 1974년 5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이 ‘반공·근면·저축·수출 증대 웅변대회’에 나가는 길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자 그 여고생은 교사에게 오씨의 얘기를 전했고, 교사의 신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오씨는 이듬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

 

헌재, 긴급조치 1·2∼9호 위헌 결정

[세계일보] 2013월 21일자
 
피해자 1140명 “억울함 풀겠다”… 줄소송 후폭풍 예고

헌법재판소가 21일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헌법소원 이후 벌어졌던 위헌 논란이 3년 만에 일단락됐다. 헌재의 결정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역사적으로 재평가하는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았던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 헌재, 왜 위헌이라고 봤나?

헌재는 긴급조치가 기본도 갖추지 않은 법률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긴급조치로 침해된 권리로 죄형법정주의,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 사실상 헌법상의 모든 권리를 열거했다. 헌재는 우선 유신 헌법에 있는 ‘긴급조치에 대해서는 위헌심사를 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해 “이런 조항은 헌법의 기본권 보장 규정과 정면 충돌한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1·2호가 처벌하는 ‘유신 헌법을 비방하는 행위’는 적용범위가 너무 넓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면서 “유신헌법에 대한 견해를 밝힌 행위까지 중형에 처할 수 있게 한 것은 국가 형벌권을 멋대로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긴급조치 9호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심판대상이 된 긴급조치에 대해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비춰 입법목적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률의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사례는 헌재 위헌심사에서 드문 일이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민주화 인사들이 2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긴급조치 1, 2, 9호 위헌 결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제원 기자

 


◆ 3년 간의 지루한 법정공방 막 내려

오종상(72)씨가 2010년 긴급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위헌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3년이나 걸렸다. 1970년대 정부시책을 비판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오씨는 당시 항소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을 받자 상고와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이 같은 해 12월 긴급조치 1호를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헌재도 곧바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긴급조치가 이미 폐지돼 심사의 실익이 없다’는 정부 측 입장과 맞서면서 기약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의 송두환 재판관 퇴임 하루 전에 사건의 종지부를 찍었다.

 

◆ 명예회복 위한 재심 청구 쏟아질 듯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589건이고, 피해자는 114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282건)이 술에 취했거나 수업 도중 유신체제를 비판했다가 처벌을 받은 경우다. ‘막걸리 보안법’에 걸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피해자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길이 열렸다. 이제까지는 까다로운 재심규정에 재판을 제기하기가 어려웠고, 설혹 재심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위헌 판례가 없다’는 핑계로 검찰이 끈질기게 항소해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여야 했다.

 

재심으로 무죄를 받아내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하다. 최근 판결을 보면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다 숨진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유족 7명에게 18억원을, 간첩으로 몰려 1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함모씨와 그 가족에 대해 14억원의 배상토록 한 전례가 있다. 앞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정부 상대 소송이 쏟아질 가능성이 예견되는 부분이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