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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조직원 이씨] 포섭되었나, 매수되었나?

잠용(潛蓉) 2013. 9. 2. 06:33

RO 조직원이 동영상 찍어 국정원에 넘겼다
국정원 “조력자로 포섭”… 진보당 “거액으로 매수”

서울신문 | 입력 2013.09.01 17:47

 

[서울신문]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조직원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회합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동영상 원본을 국가정보원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이어 회합 참가자가 촬영한 동영상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끄는 RO 모임의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국정원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1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8년부터 이 의원 등 RO 핵심 인사들의 친북 활동 등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RO 조직원을 조력자로 포섭했다. RO 조직원은 지난해 4월 총선 전후 열린 경기 성남시 분당과 용인시 모임, 올해 3월과 5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과 서울 합정동 모임 장소 및 일시를 국정원에 제보했다. 특히 RO 조직원은 지난 5월 12일 합정동에서 열린 회합 때 현장을 동영상으로도 촬영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RO 조직원이 촬영한 동영상은 1건"이라며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을 토대로 확보한 것이어서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감청 영장을 토대로 2010년부터 이 의원 등 RO 핵심 인사 다수의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을 수십 차례 감청해 A4용지 6000여쪽 분량의 녹취록을 작성, 확보했다. 지난해와 올해 열린 4차례 회합 등에서 확보한 녹취록 3건이 이 의원 등의 내란 음모 혐의 등을 입증하는 데 유의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감청 유효 기한인 2개월마다 감청 영장을 갱신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면서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의 감청 내용을 정리한 녹취록의 양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녹취록 3건이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5월 합정동 녹취록이 가장 결정적이고, 다른 2건의 내용은 그보다는 조금 약한 편"이라고 덧붙였다.<서울신문 8월 30일 1, 3면>

 

통합진보당은 이에 대해 국정원이 진보당원을 매수해 수년간 사찰했다고 반발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단·최고위원 연석회의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은 (당원을) 거액으로 매수해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간 사찰하도록 했다"면서 "국정원은 댓글 조작도 모자라 프락치 공작, 정당 사찰을 벌인 데 대해 해명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란 음모'라는 국정원의 일방적인 주장에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김승훈 기자hunnam@seoul.co.kr, 김효섭 기자newworld@seoul.co.kr]


"진보당 수사 빌미, 국정원 개혁 멈춰선 안돼"
시민사회단체 “별개의 문제… 공포감 조성 말아야”

경향신문 | 김한솔·곽희양 기자 | 입력 2013.08.29 22:50 | 수정 2013.08.30 00:47

 

국가정보원의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실체 규명과 개혁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교수·학생들은 "국정원의 내란죄 수사와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상 규명작업 및 개혁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정원 개혁은 흔들림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29일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그동안 공안사건들을 보면 용두사미식으로 수사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내란죄 역시 현재까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사실만으로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 사건의 범죄혐의와는 상관없이, 대선에 개입하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던 국정원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규명과 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29일 오후 충북 청주시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사제단과 신자들이 국정원 규탄과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 천영준 기자

 

그는 "특히 국정원 직접수사권 제한 등에 대한 개혁 논의가 이번 내란죄 수사로 중단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생 시국회의' 구성을 주도한 서울대 총학생회 측 역시 "국정원이 내란음모죄를 수사하는 것과,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저지른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정원 개혁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란죄 수사로 '공안', '안보' 분야에 대한 국정원의 순기능이 강조되면서 국정원 개혁 수위가 낮아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의 수사권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면서 "다만 선거개입과 정권 주요사업에 대한 선전을 하는 등 정치에 개입한 행위가 잘못됐으니 이를 방지하는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 박주민 변호사는 "대선 불법 개입 의혹, 4대강 사업 홍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전 인지 실패 등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은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방안대로 국내 정보부서를 없애는 등의 국정원 개혁은 어디까지나 국정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장시기 동국대 교수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반공논리는 많은 이들을 위축시키고, 또 공포감을 조성해 국정원 개혁이 늦어지게 할 것"이라며 "국정원으로선 현 시국의 돌파구로 무리수를 둔 것 같지만, 그와 별개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보수 언론도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 시점에 대해 지적할 만큼, 국정원 개혁 요구를 잠재우는 도구로 이번 수사가 진행됐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며 "진보당 수사와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처벌은 전혀 맥락이 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한솔·곽희양 기자

 

"이석기 사건과 국정원 개혁은 별개"... 시민단체 "촛불은 그대로 쭉 계속"
한겨레 | 입력 2013.08.29 20:50 | 수정 2013.08.30 18:40

 

[한겨레]시국회의 등 "황당한 사건"…촛불에 영향줄지 촉각
'대선 개입'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촉구 이어갈 것

국가정보원이 수사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일단 관망하면서도,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은 국정원 개혁과 무관한 사안이라는 태도다.

 

이태구 한국 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정책사업국장은 29일 "국정원의 내란 음모 수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2013년에 내란죄를 꺼내든다는 것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결속력이 강한 형태가 아니라 이번 논란 때문에 단체별로 이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쳐 촛불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석호 민주노총 연대사업국장은 "내란음모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고 터무니없다. 130명이 모여서 내란음모를 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허술하냐"고 되물으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촛불이 이어지니까 이를 막기 위해서 무리하게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황당하긴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가 쏟아지니까 여론은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시국회의 참가 단체들은 우려 속에도 촛불집회는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영 '내가 꿈꾸는 나라' 기획위원장은 "국정원 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집회는 내란음모 사건 수사와는 별개로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도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걱정되긴 하지만 국정원 개혁은 이 사건과 별개다. 특검 촉구 서명 등 국정원 개혁과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한 촛불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시국회의도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내란음모 사건 수사는 별개로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국회의 관계자는 "촛불집회는 국정원에 대한 특검 요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등에 대해서는 시국회의 차원에서 논평을 내는 것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촛불집회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문제는 아직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