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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 대방광불화엄경 (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 (入法界品) (7)

잠용(潛蓉) 2013. 10. 12. 09:00

(Sudhana meets Bodhisattva Guanyin to seek advice)

 


잠깐잠깐마다 이러한 모습의 육신을 나타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보거나 생각하거나 법문 말함을 듣거나 가까이 모시거나 하여, 깨달음을 얻게도 하고 신통을 보게도 하고 변화를 보게도 하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 조복하여 착하지 못한 업을 버리고 착한 행에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은 큰 원력을 말미암은 연고며, 온갖 지혜의 힘인 연고며, 보살의 해탈한 힘인 연고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인 연고며, 크게 인자한 힘인 연고로 이런 일을 짓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에 들어서 법의 성품이 차별이 없음을 알면서도 한량없는 육신을 능히 나타내며, 낱낱 몸마다 한량없는 모습 바다를 나타내고, 낱낱 모습에서 한량없는 광명 구름을 놓고, 낱낱 광명에서 한량없는 부처님이 나심을 나타내며, 낱낱 부처님이 한량없는 신통한 힘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지난 세상에 지은 선근을 열어 내나니, 심지 못한 이는 심게 하고, 이미 심은 이는 자라게 하고, 이미 자란 이는 성숙하게 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중생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언제부터 '보리심을 내었으며 보살의 행을 닦았습니까?' 하거니와, 이런 이치를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보살의 지혜 바퀴는 모든 분별하는 경계를 멀리 여의었으므로 생사 중에 있는 길고 짧고 물들고 깨끗하고 넓고 좁고 많고 적은 그러한 겁으로는 분별하여 보일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보살의 지혜 바퀴는 본래부터 성품이 깨끗하여 모든 분별의 그물을 여의고 모든 장애의 산을 초월하였지마는, 교화할 만한 이를 따라서 널리 비추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비유컨대 해는 낮과 밤이 없지마는 뜨는 때를 낮이라 하고 지는 때를 밤이라 하나니, 보살의 지혜 바퀴도 그와 같아서 분별도 없고 새 세상도 없지마는 교화 받을 중생이 마음에 나타남을 따라서 머물러 있는 것을 말하여 앞의 겁·뒤의 겁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해가 염부제의 허공에 떴을 적에 그림자가 모든 보물이나 강과 바다의 맑은 물에 나타나는 것을 모든 중생들이 눈으로 보지만 저 해는 여기 오는 것이 아닌 것과 같으니라. 보살의 지혜 바퀴도 그와 같아서 생사 과보 바다[諸有海]에서 뛰어나 부처님의 참된 법의 고요한 허공에 머물러서 의지한 데가 없거니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러 길에서 여러 종류로 태어나지만, 실제로는 생사(生死)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으며, 긴 세월·짧은 세월이라는 생각의 분별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모든 뒤바뀐 생각과 소견을 끝까지 여의고, 진실한 견해를 얻어 법의 참 성품을 보았으므로 모든 세간이 꿈과 같고 눈어리와 같아서 없는 줄을 알지만, 큰 자비와 큰 원력으로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교화하고 조복하느니라.

 
불자여, 마치 뱃사공이 항상 큰 배를 타고 강 가운데 있어서 이 언덕을 의지하지도 않고 저 언덕에 닿지도 않고 가운데 머물지도 않으면서 중생을 건네주기를 쉬지 아니하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바라밀 배를 가지고 생사의 흐름에 있어서 이 언덕을 의지하지도 않고 저 언덕에 닿지도 않고 가운데 머물지도 않으면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쉬지 아니하나니, 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행을 닦으면서 일찍이 겁의 길고 짧음을 분별하지 아니 하느니라.


불자여, 마치 큰 허공은 모든 세계가 그 속에서 이룩하고 망그러지거니와 본 성품이 청정하여 물들지도 어지럽지도 않고 걸림도 없고 만족함도 없으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아니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허공과 같이 넓고 크고 깊은 마음으로 큰 서원인 바람 둘레[風輪]를 일으켜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데, 나쁜 길[惡道]을 여의고 착한 길[善趣]에 나게 하며, 온갖 지혜 자리[智地]에 머물게 하여 번뇌와 생사의 속박을 없애지만 근심하거나 기뻐하거나 고달파하는 마음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요술로 만든 사람[幻人]이 몸과 사지가 갖추었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차고 덥고 굶주리고 목마르고 근심하고 기뻐하고 나고 죽는 열 가지 일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눈어리 같은 지혜와 평등한 법의 몸으로써 여러가지 모습을 나타내어 모든 업보의 길에서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 중생을 교화하지만 죽고 사는 모든 경계에 대하여 기쁨도 싫음도 없고, 사랑함도 성냄도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고, 가짐도 버림도 없으며, 편안함도 공포함도 없느니라. 불자여, 보살의 지혜가 비록 이렇게 깊고깊어 헤아릴 수 없거니와 내가 부처님의 위신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여 오는 세상의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큰 서원을 만족하여 모든 힘을 성취하게 하리라.

 

불자여, 지나간 옛적 세계해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착한 빛[善光]이요, 세계의 이름은 보배 광명[寶光]이었느니라. 그 겁 동안에 1만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으니 그 첫 부처님의 이름은 법륜음허공등왕(法輪音虛空燈王) 여래· 응공· 정등각이어서 십호(十號)가 원만하셨느니라. 그 염부제에 한 수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장엄[寶莊嚴]이요, 그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큰 숲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빛[妙光]이요, 그 숲 속에 보배 꽃[寶華]이란 도량이 있고, 그 도량에 보광명마니연화장사자좌(普光明摩尼蓮華藏獅子座)가 있었는데, 그 부처님이 이 사자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고, 백년 동안을 이 도량에 앉아서 모든 보살과 천상과 인간과 염부제에서 선근을 심어서 성숙한 이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셨느니라.


그 때 임금의 이름은 훌륭한 빛[勝光]이요, 사람들의 목숨은 만 살인데 그 가운데는 살생하고 훔치고 음란하고 방탕하고 거짓말, 꾸밈 말, 이간하는 말, 욕설하며, 탐욕 많고 성내고 나쁜 소견 가지고,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바라문을 공경하지 않는 이가 많았으므로, 임금은 그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옥을 만들고 칼[枷]과 고랑과 수갑들을 마련하여 한량없는 중생이 그 속에서 고생하고 있었다.


그 임금의 태자는 이름이 조복 잘하는 이[善伏]인데, 단정하고 특수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스물여덟 가지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다. 궁중에 있으면서 옥에 갇힌 죄수들이 고생하는 소리를 듣고 가엾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대궐에서 나와 옥으로 달려가 보았다. 모든 죄수들이 고랑에 채이고 칼에 씌워져 쇠사슬에 서로 묶이어서 캄캄한 방 속에 갇혔는데, 불에 볶이고 연기에 쐬이고 곤장을 맞고 코를 베이기도 하였으며, 발가벗기고 머리카락이 헝크러지고 기갈이 극심하고 몸이 수척하고 근육이 터지고 뼈가 드러나 지독한 고통을 부르짖고 있었다.


태자가 보고는 착한 마음을 내어 두려움이 없는 음성으로 위로하였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공포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태자는 임금 계신 곳에 가서 여쭈었다.
'옥에 갇힌 죄인들이 고통이 막심하오니 관대하게 용서하시어 무외(無畏)를 베푸십시오.'

왕이 5백 명의 대신들을 모으고 이 일을 물으니, 대신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 죄인들은 관청의 물품을 훔치고 왕의 자리를 뺏으려 하고, 궁중에 침입하였사오니, 죄는 열 번 죽어 마땅하오며, 만일 구하려는 이가 있으면 그도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그 때 태자는 슬픈 마음이 더욱 간절하여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말과 같을진댄, 저 사람들은 놓아 주고 그들이 받을 형벌로 나를 다스리라. 나는 그들을 위하여 모든 형벌을 다 받을 것이며, 몸이 가루가 되고 목숨이 끊어져도 아낄 것이 없으며, 다만 저 죄인들의 고통을 면하게 하리라. 왜냐 하면 내가 만일 이 중생들을 구원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삼계(三界)의 옥중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하리요? 모든 중생들이 삼계 가운데서 탐욕과 애정에 얽매이고 어리석음에 가리워서 가난하여 공덕이 없고, 여러가지 나쁜 길에 떨어져서 형상이 더럽고 모든 기관이 방일하며, 마음이 아득하여 나갈 길을 구하지 못하고, 지혜의 빛을 잃어 삼계를 좋아하며 모든 복덕을 끊고, 지혜를 멸하였으며, 갖가지 번뇌가 마음을 어지럽게 하며 고통의 옥에 갇히고 마(魔)의 그물에 들어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하고 슬퍼하고 시끄럽고 해쳐서 이런 고통이 저들을 항상 괴롭히나니, 내가 어찌하면 저들을 해탈하게 하리요? 마땅히 몸과 목숨을 버리어 구제하리라.'


이 때 대신들이 왕에게 나아가서 손을 들고 외쳤다.
'대왕이시여, 저 태자의 생각은 국법을 깨뜨리고 만민에게 환난을 미치게 하려 하옵니다. 대왕께서 태자를 사랑하여 책벌하지 않으시면 대왕의 지위도 오래도록 보존하지 못하리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대노하여 태자와 모든 죄인들을 사형하려 하였다. 왕후가 이 일을 알고는 근심하고 부르짖으며, 초라한 모습과 허름한 의복으로 일천 시녀와 함께 임금 계신 데 나아가 몸을 땅에 던지며 왕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태자의 목숨을 용서하옵소서.'
임금은 태자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죄인들을 구원하려 하지 말라. 만일 죄인을 구원한다면 너를 죽이리라.'

 
그 때 태자는 오로지 온갖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여러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써 널리 구원해 주기 위하여 마음이 굳세어지고 물러가거나 겁나는 일이 없어져서 왕에게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저들의 죄를 용서하시면 제 몸이 사형을 받겠나이다.'

'네 뜻대로 하리라.'
이 때 왕후가 다시 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태자로 하여금 보름 동안만 보시를 행하여 마음대로 복을 지은 뒤에 죄를 받도록 허락하옵소서.' 왕은 그 일을 허락하였다.


그 때 나라 북쪽에 큰 동산이 있으니 이름이 햇빛[日光]이며, 그 곳은 옛적에 보시하던 곳인데, 태자는 그 곳에 가서 크게 보시하는 모임을 차리고, 음식· 의복· 화만· 영락· 바르는 향· 가루향· 당기· 번기· 보배  일산과 모든 장엄거리를 사람들이 달라는 대로 모두 주었다. 이렇게 보름이 지나서 마지막 날이 되었는데, 임금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성 안에 있는 백성들과 여러 외도들이 모두 모여 왔다.


이 때에 법륜음허공등왕 여래께서 중생들을 조복할 때가 된 줄을 아시고 대중들과 함께 이 동산으로 오시는데, 천왕들이 둘러싸고 용왕은 공양하고 야차왕은 수호하고 건달바왕은 찬탄하고 아수라왕은 허리 굽혀 절하고 가루라 왕은 깨끗한 마음으로 보배 꽃을 흩고 긴나라왕은 환희하여 권하고 마후라가왕은 일심으로 우러러보면서 모임 가운데로 들어왔다.


이 때 태자와 대중들은 부처님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단정하고 존엄하고 특별하시며 여러 기관이 고요하심은 길 잘든 코끼리 같고, 마음에 때가 없기는 깨끗한 몸과 같으며, 큰 신통을 나투시고 크게 자재하심을 보이시고 큰 위덕을 나타내시며 여러가지 거룩한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큰 광명을 놓아 널리 세계에 비추며 모든 털구멍으로는 향기 불꽃 구름을 내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진동하며, 이르는 곳마다 여러가지 장엄거리를 비내리시니, 부처님의 위의와 부처님의 공덕으로 보는 중생들의 마음이 깨끗하고 환희하여 번뇌가 소멸되었다.

 

이 때 태자와 대중들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평상을 차려 놓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잘 오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잘 오시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며 저희들을 거두어 주시사 이 자리에 앉으시옵소서.' 부처님의 위신으로 정거천 사람들이 그 자리를 변화하여 향마니 연화좌를 만드니, 부처님은 그 위에 앉으시고 보살 대중도 자리에 나아가 둘러 앉았다.


그 때 모임 가운데 있던 모든 중생은 여래를 뵈옵고 괴로움이 멸하고 장애가 없어져서 거룩한 법을 들을 만하였다. 여래께서는 교화할 시기인 줄을 아시고 원만한 음성으로 수다라(修多羅)를 말씀하시니, 그 이름은 원인을 두루 비추는 바퀴[普照因輪]며, 여러 중생이 제나름대로 이해하였다. 그 회중에 있던 80나유타 중생들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깨끗한 법눈을 얻었으며, 한량없는 나유타 중생들은 배울 것 없는 지위를 얻었고, 십천 중생은 대승의 도에 머물러서 보현의 행에 들어가 큰 서원을 성취하였다. 이 때에 시방으로 각각 백 세계의 티끌 수 중생들은 대승법 가운데서 마음이 조복되고 한량없는 세계의 모든 중생은 나쁜 길을 여의고 천상에 태어났고, 잘 조복하는 태자는 그 즉시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善根)을 내게 하는 해탈문을 얻었다.

 
선남자여, 그 때의 태자는 다른 이가 아니라, 곧 내 몸이었으니, 나는 옛적에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몸과 목숨과 재물을 버려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였고, 크게 보시하는 문을 열고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므로 이 해탈을 얻었노라.


불자여, 나는 그 때에 다만 모든 중생을 이익하려 하였을 뿐이고 삼계에 애착하지도 않고 과보를 구하지도 않고 명예를 탐하지도 않고, 자기는 칭찬하고 남은 훼방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경계에 대하여 탐내어 물들지도 않고 두려워함도 없었으며, 오직 대승으로 벗어날 길을 장엄하고, 온갖 지혜의 문을 관찰하기를 좋아하면서 고행을 닦아 이 해탈문을 얻었노라.

 

불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 나를 해하려던 5백 대신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지금의 제바달다(提婆達多)의 5백 명의 무리들이니, 이 사람들도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오는 세상에 수미산의 티끌 수 겁을 지나서 그 때에 겁의 이름은 착한 빛[善光]이요, 세계의 이름은 보배 광명[寶光]이니, 그 가운데서 성불하여 5백의 부처님이 차례로 세상에 나실 터이니라.

 

첫째 부처님 이름은 대비(大悲)시고, 둘째 부처님은 요익세간(饒益世間)이시고, 셋째 부처님은 대비사자(大悲獅子)시고, 넷째 부처님은 구호중생(救護衆生)이시며, 내지 마지막 부처님은 의왕(醫王)이시니라. 비록 여러 부처님의 가엾이 여기심이 평등하거니와, 그 국토와 문벌과 부모와 태어나서 탄생하고 출가하여 도를 닦고 도량에 나아가 바른 법륜을 굴리어 수다라를 말씀하시는 말씀과 음성과 광명과 모인 대중과 수명과 법이 세상에 머무는 일과 그 명호는 각각 다르시니라.

 
불자여, 내가 구원한 그 죄인들은 곧 구류손(拘留孫) 등 현겁의 일천 부처님과 백만 아승기 큰 보살들로서 무량정진력명칭공덕혜(無量精進力名稱功德慧) 여래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지금 시방의 국토에서 보살의 도를 행하며 이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는 해탈을 닦아서 늘게 하는 이들이니라. 그 때의 훌륭한 빛 임금은 지금의 살차니건자(薩遮尼乾子) 대논사(大論師)요, 그 왕궁에 있던 이와 권속들은 니건자의 6만 제자로서 스승과 함께 와서 큰 논(論)의 당기를 세우고 부처님과 논의하다가 항복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은 이들이니 이 사람들도 장래에 부처를 이룰 것이며, 그 국토의 장엄과 겁의 수와 명호는 각각 다르니라.


불자여, 나는 그 때에 죄인을 구원하고는 부모의 허락을 얻어 국토와 처자와 재물을 버리고 법륜음허공등왕 부처님 계신 데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5백 년 동안 범행을 닦아서 백만 다라니와 백만 신통과 백만 법장(法藏)을 성취하고 백만의 온갖 지혜를 구하려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백만 참는 문[堪忍門]을 깨끗하게 다스리고 백만의 생각하는 마음을 늘게 하고 백만의 보살의 힘을 성취하고 백만의 보살 지혜의 문에 들어가 백만의 반야바라밀 문을 얻었노라. 시방의 백만 부처님을 뵈옵고 백만 보살의 큰 원을 냈으며, 생각마다 시방으로 각각 백만의 부처님 세계를 비추어 보고, 생각마다 시방세계의 지난 겁과 오는 겁에 나시는 백만 부처님을 기억하고 생각마다 시방세계의 백만 부처님의 변화 바다를 알고, 생각마다 시방의 백만 세계에 중생들이 여러가지 길에서 업을 따라 태어나는 때· 죽는 때, 착한 길과 나쁜 길,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을 보며, 그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과 갖가지 욕망과 갖가지 근성과 갖가지 익힌 업과 갖가지 성취함을 다 분명하게 아노라.

 

불자여, 나는 그 때에 목숨이 마친 뒤에 다시 그 왕가에 태어나서 전륜왕이 되었고, 법륜음허공등왕여래가 열반한 뒤에 또 여기서 법공왕(法空王)여래를 만나서 받자와 섬기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제석이 되어 이 도량에서 천왕장(天王藏)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야마천왕(夜摩天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대지위력산(大地威力山)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도솔천왕(兜率天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법륜광음성왕(法輪光音聲王)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화락천왕(化樂天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허공지왕(虛空智王)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무능괴당(無能壞幢)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아수라왕(阿修羅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일체법뇌음왕(一切法雷音王)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며, 다음에는 범왕(梵王)이 되어 이 세계에서 보현화연법음(普現化演法音)여래를 만나 친근하고 공양하였노라. 불자여, 이 보배 광명 세계의 착한 빛 겁 가운데서 일만 부처님이 세상에 나섰는데 내가 다 친근하게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다음에 또 겁이 있으니 이름이 햇빛이며 60억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는데, 맨 처음 부처님의 이름이 묘상산(妙相山)이시고, 나는 큰 지혜[大慧]라는 왕후가 되어 그 부처님을 받자와 섬기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원만견(圓滿肩)이신데 나는 거사가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이구동자(離垢童子)신데 나는 대신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 나신 부처님은 용맹지(勇猛持)신데 나는 아수라왕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수미상(須彌相)이신데 나는 나무 맡은 신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이구비(離垢臂)신데 나는 장사 물주가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사자유보(獅子遊步)신데 나는 성 맡은 신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보계(寶髻)신데 나는 비사문(毘沙門)천왕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최상법칭(最上法稱)이신데 나는 건달바왕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광명관(光明冠)이신데 나는 구반다왕이 되어 친근하며 공양하였노라.

 
그 겁 가운데 이렇게 차례로 60억 여래가 세상에 나셨는데, 나는 항상 여기에서 여러가지 몸을 받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마다 친근하며 공양하면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하게 하였고, 낱낱 부처님 계신 데서 갖가지 삼매문과 갖가지 다라니문과 갖가지 신통문과 갖가지 변재문과 갖가지 온갖 지혜의 문과 갖가지 법을 밝히는 문과 갖가지 지혜의 문을 얻어, 갖가지 시방 바다를 비추며, 갖가지 부처님 세계 바다에 들어가며, 갖가지 부처님 바다를 보아서 청정하게 성취하며 증장하고 광대하게 하였노라.

 
이 겁에서 저러한 부처님을 친근하며 공양한 것처럼, 모든 곳에서 온갖 세계해의 티끌 수 겁에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실 적마다 친근하고 공양하며, 법문을 듣고 믿어 받고 보호해 가지기도 또한 그렇게 하였으며, 이러한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이 해탈문을 닦아 익혔으며, 다시 한량없는 해탈의 방편을 얻었노라.”


이 때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밤 맡은 신이 이 해탈의 뜻을 거듭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그대가 환희하여 믿는 맘으로
부사의한 해탈법을 내게 물으니
부처님의 염려하는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노니 자세히 들으라.

 

그지없고 넓고 큰 지나간 겁이
세계 바다 티끌 수보다 많은데
그 때의 세계 이름 보배의 광명
그 세계의 겁 이름 착한 빛이네.

 

이 시절의 착한 빛 큰 겁 동안에
일만 여래 세상에 나시는 이를
내가 모두 친근하고 공양하면서
그를 따라 배우고 해탈 얻었네.

 

그 때에 수도 이름 보배의 장엄
사방이 반듯하고 매우 화려해
여러 업을 지은 중생 살고 있는데
어떤 이는 청정하고 어떤 이는 나빠.

 

그 때에 훌륭한 빛 임금이 있어
언제나 정법으로 중생을 교화
잘 조복하는 이[善伏]란 태자 있으니
형상이 단정하고 거룩한 모습.

 

그 때에 한량없는 여러 죄인이
옥중에 갇히어서 죽게 되는데
태자는 그를 보고 자비한 마음
왕에게 여쭙기를, '용서하소서'.

 

이 때에 신하들은 왕께 말하되
태자의 이런 말은 나라 망치니
죄인들은 형벌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용서하여 주게 되리까?

 

태자에게 훌륭한 빛 임금의 말씀
'용서하면 그 죄를 네가 받는다.'
태자는 자비하신 마음이 간절하여
중생을 구하기에 겁이 없었다.

 

그 때에 왕의 부인 시녀 데리고

임금 앞에 나아가 아뢰는 말씀
'태자에게 허락하여 보름 동안만
보시하여 공덕을 짓게 하소서.'

 

대왕은 이 말 듣고 허락하여서
보시회를 마련하고 가난을 구제
모든 중생 그리로 모여드는데
요구대로 모든 것 갖추어 주나니

 

이렇게 보시하기 보름이 차서
태자의 죽을 시간 닥쳐 왔으매
백천만억 사람들 몰려들어서
한꺼번에 쳐다보고 울부짖는다.

 

여러 사람 근성이 익은 줄 알고
중생을 교화하려 부처님 와서
신통 변화 나투어 장엄하시니
친근하여 공경하지 않는 이 없네.

 

부처님이 한결같은 음성으로써
두루 비추는 경을 말씀하시니
한량없는 중생들 마음이 화평
아뇩다라 수기를 모두 받았고

 

잘 조복하는 태자 즐거운 마음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키려는
여래를 섬기려는 서원 세우고
중생의 의지할 곳 되어지이다.

 

그리고는 부처님을 따라 출가해
온갖 가지 지혜의 길을 닦아서
그 때에 이 해탈문 법을 얻은 후
큰 자비로 모든 중생 제도하였고

 

그 속에서 겁 바다를 지나가면서
모든 법의 참된 성품 자세히 살피고
언제나 고해에서 중생을 건지며
이렇게 보리도(菩提道)를 닦아 익히고

 

그 겁에서 부처님 나시는 대로
받자와 섬기면서 남기지 않고
청정하게 믿고 아는 마음으로써
말씀하신 법문 듣고 지니었으며

 

그 다음 세계의 티끌 수처럼
한량없고 그지없는 겁 바다에서
그 세상에 나시는 모든 부처님
모두 다 이와 같이 공양하였소.

 

나는 옛날 태자로 있었을 적에
중생들이 옥중에 갇힘을 보고
서원코 몸을 버려 구원했으며
그 연유로 이 해탈문 증득하였고

 

세계에 티끌처럼 많은 겁 바다
지내오며 이것을 항상 익히어
생각생각 그 법문 증장케 하고
그지없는 좋은 방편 다시 얻었소.

 

저 가운데 나 계시는 여러 부처님
내가 모두 뵈옵고 깨달았으며
내가 얻은 해탈문 더욱 밝았고
가지가지 방편도 함께 늘었소.

 

한량없는 천만억 오랜 겁 동안
부사의한 해탈문 배워 얻었고
부처님의 법 바다 그지없거늘
나는 모두 한꺼번에 능히 마셨소.

 

시방에 많이 있는 모든 세계에
이 몸이 들어가서 걸림이 없고
세 세상 가지가지 국토의 이름
잠깐잠깐 죄다 알아 남김 없으며

 

삼세의 수없는 부처님 바다
낱낱이 분명하게 모두 보았고
그 몸의 모습까지 나타내어서
여래의 계신 곳에 두루 나가며

 

그리고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모든 부처님들의 계신 데마다
여러가지 장엄 구름 널리 비내려
위없는 무상각(無上覺)께 공양하였고

 

또다시 그지없는 물음으로써
수많은 세존들께 여쭈어 보고
그 부처님 말씀하는 묘한 법 구름
모두 받아 지니어 잊지 않았고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과 대중 앞에서
기묘하게 장엄한 자리에 앉아
가지가지 신통한 힘 나타냈으며

 

시방의 한량없는 여러 세계에
가지가지 신통 변화 나타내는데
한 몸에 한량없는 몸을 나투고
한량없는 몸 속에 한 몸 나투며

 

또다시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수없는 큰 광명을 두루 놓으며
가지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중생의 번뇌불을 꺼서 멸하고

 

또다시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한량없는 화신 구름 나타내어서
시방의 온 세계에 가득히 차게
법 비를 두루 내려 중생을 제도

 

시방에 수가 없는 모든 불자들
부사의한 이 해탈문 빨리 들어가
오는 세상 한량없는 겁이 닳도록
편안히 보살행을 닦아 행하며

 

좋아하는 마음 따라 법을 말하여
저들의 삿된 소견 없애버리고
하늘 길과 성문과 연각들이며
여래의 온갖 지혜 보여 주시며

 

모든 중생 태어나는 곳을 따라서
그지없는 갖가지 몸을 보이되
그들의 종류 따라 형상 나투며
그 마음 맞추어서 법을 말하니

 

누구나 이 해탈문 얻기만 하면
그지없는 공덕 바다 머무르리니
세계해의 티끌 수가 한량없듯이
헤아릴 수가 없고 끝이 없으리.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는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세간을 초월하여 여러 길의 몸을 나타내며, 머무름 없이 반연(攀緣)하여 장애가 없고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히 알며, 온갖 법을 잘 관찰하여 내가 없는 지혜를 얻고 내가 없는 법을 증득하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되 쉬지 아니하고, 마음이 항상 둘이 아닌 법문에 머무르고 모든 말씀 바다에 두루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저의 공덕 바다와 저의 용맹한 지혜와 저의 마음으로 행하는 것과 저의 삼매의 경계와 저의 해탈의 힘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에 람비니(嵐毘尼) 숲 동산이 있고, 그 숲에 묘한 덕이 원만한 신[妙德圓滿]이 있으니, 그대는 저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아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며, 세상의 빛이 되어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고달픔이 없느냐?' 하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40) 람비니숲 신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큰 서원 정진하는 힘으로 모든 중생 구호하는 밤 맡은 신에게서 해탈문을 얻고는 생각하고 닦으며 분명히 알고 정진하면서, 점점 나아가다가 람비니 숲에 이르러 묘한 덕이 원만한 신을 두루 찾았다.
그는 온갖 보배 나무로 장엄한 누각 가운데 보배 연꽃 사자좌에 앉았는데, 20억 나유타 하늘들이 둘러 모시고 공경하며 그들에게 보살의 태어나는 바다의 경전[菩薩受生海經]을 말씀하여 여래의 가문에 나서 보살의 큰 공덕을 증장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세상의 큰 광명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그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의 열 가지 태어나는 장[受生藏]이 있나니, 만일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서 잠깐잠깐에 보살의 선근을 증장하되, 고달프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으며, 싫지도 않고 물러가지도 않으며, 끊김도 없고 잃음도 없으며, 모든 의혹을 여의어 겁약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온갖 지혜에 나아가 법계의 문에 들어가며, 광대한 마음을 내고 모든 바라밀을 증장하여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며, 세상 길을 버리고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 훌륭한 신통을 얻으며 부처님의 법이 항상 앞에 나타나서 온갖 지혜의 진실한 이치를 따르게 되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첫 번째는 모든 부처님께 항상 공양하기를 원하여 태어나는 장이요, 두 번째는 보리심을 내어 태어나는 장이요, 세 번째는 여러 법문을 관찰하고 부지런히 행을 닦아 태어나는 장이요, 네 번째는 깊고 청정한 마음으로 삼세를 두루 비추어 태어나는 장이요, 다섯 번째는 평등한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요, 여섯 번째는 여래의 가문에 나게 되는 태어나는 장이요, 일곱 번째는 부처님 힘의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요, 여덟 번째는 넓은 지혜의 문을 관찰하여 태어나는 장이요, 아홉 번째는 장엄을 널리 나투어 태어나는 장이요, 열 번째는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 태어나는 장이니라.

 
선남자여, 어찌하여 모든 부처님께 항상 공양하기를 원하여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보살이 처음 마음 낼 적에 원하기를 '나는 마땅히 모든 부처님을 존중하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부처님을 뵈옵되 만족함이 없으며, 여러 부처님에게 항상 사모하고 좋아하며 깊은 믿음을 내고 모든 공덕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느리라' 하나니, 이것이 보살이 온갖 지혜를 위하여 첫 번째로 선근을 모으는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보리심을 내어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것은 이른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나니,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는 연고며, 부처님께 공양하려는 마음을 내나니, 끝까지 받자와 섬기려는 연고며, 바른 법을 널리 구하려는 마음을 내나니,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연고며, 광대하게 향하여 나아가려는 마음을 내나니, 온갖 지혜를 구하는 연고며, 한량없이 인자한 마음을 내나니, 중생을 널리 거두어 주는 연고니라.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나니 온갖 지혜를 구하는 서원인 갑옷을 입는 연고며, 아첨이 없으려는 마음을 내나니 실제와 같은 지혜를 얻는 연고며, 말씀과 같이 실행하려는 마음을 내나니 보살의 도를 닦는 연고며, 부처님을 속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나니 보살의 도를 닦는 연고며, 부처님을 속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나니 모든 부처님의 큰 서원을 수호하는 연고며, 온갖 지혜로 원하는 마음을 내나니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중생 교화하기를 쉬지 않으려는 연고며, 보살이 이러한 세계의 티끌 수 보리심의 공덕으로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나니 이것이 보살의 두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여러 법문을 관찰하고 부지런히 행을 닦아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문 바다를 관찰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온갖 지혜의 원만한 길에 회향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바른 생각으로 잘못된 업이 없으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의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보살의 공덕을 닦아 이루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보살의 도를 장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온갖 지혜를 구하여 크게 정진하는 행으로 모든 공덕을 닦을 적에 겁말의 불이 치성하듯이, 쉬는 일이 없으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보현의 행을 닦아 모든 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위의를 잘 배우고 보살의 공덕을 닦아 모든 있는 것을 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데 머물려는 진실한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것이 보살의 세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깊고 청정한 마음으로 삼세를 두루 비추어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청정하여 더 나아가는 마음을 갖추고 여래의 보리의 광명을 얻으며, 보살의 방편 바다에 들어가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으며, 모든 생사의 길에 나는 것을 등지고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힘을 이룩하며, 썩 나은 행을 닦아 보살의 근기를 갖추며, 마음이 밝고 깨끗하고 서원하는 힘이 흔들리지 아니하여 부처님들의 보호하고 생각하심이 되며, 모든 장애의 산을 깨뜨리고 중생들의 의지할 곳이 되려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네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평등한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여러가지 행을 구족하고 중생을 널리 교화하되, 모든 가진 것을 능히 버리고, 부처님의 끝까지 청정한 계율의 경계에 머물며, 참는 법을 구족하여 부처님들의 법 지혜[法忍]의 광명을 얻으며, 큰 정진으로 온갖 지혜에 나아가 저 지혜의 언덕에 이르며, 선정을 닦아 넓은 문의 삼매를 얻으며, 깨끗한 지혜가 원만하여 지혜의 해[慧日]로 모든 법을 밝히 비추며, 장애 없는 눈을 얻어 부처님 바다를 보고 모든 진실한 법의 성품에 깨달아 들어가며, 모든 세간의 보는 이들이 환희하여 실제와 같은 법문을 닦나니, 이것이 보살의 다섯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여래의 가문에 나서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여래의 가문에 나서 부처님들을 따라 머물며, 모든 깊고 깊은 법문을 성취하고 삼세 부처님들의 청정한 큰 서원을 갖추며, 모든 부처님과 같은 선근을 얻어 모든 여래와 자체의 성품이 같으며, 세상에서 벗어나는 행과 희고 깨끗한 법을 갖추어 광대한 공덕의 법문에 편안히 머물며, 모든 삼매에 들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보며, 교화할 이를 따라 중생들을 청정하게 하며, 묻는대로 대답해 변재가 다함이 없나니, 이것이 보살의 여섯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부처님 힘의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부처님 힘에 깊이 들어가 여러 부처님의 세계에 노닐어도 물러가는 생각이 없으며, 보살 대중을 공양하며 받들어 섬겨도 고달프지 아니하며, 모든 법이 눈어리처럼 일어난 줄을 알며, 모든 세간이 꿈과 같음을 알며, 눈에 보이는 모든 형상[色]이 빛과 같으며, 신통으로 짓는 일이 모두 변화함과 같으며, 모든 태어나는 것이 그림자와 같으며, 부처님의 말씀하는 법이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알고, 법계를 열어 보여 다 필경에 이르게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일곱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넓은 지혜의 문을 관찰하여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동진(童眞)의 지위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지혜를 관찰하고, 낱낱 지혜의 문에서 한량없는 겁이 다하도록 모든 보살의 행을 연설하며, 모든 보살의 깊은 삼매에 마음이 자재하여지고, 잠깐잠깐마다 시방세계의 여래가 계신 데 태어나며, 차별이 있는 경계에서 차별이 없는 선정에 들어가고, 차별이 없는 법에 차별이 있는 지혜를 나타내며, 한량없는 경계에서 경계가 없음을 알고, 적은 경계에서 한량없는 경계에 들어가며, 법의 성품이 광대하여 짬이 없음을 통달하고, 모든 세간이 다 거짓 시설이어서 모든 것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생긴 줄을 아니니, 이것이 보살의 여덟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장엄을 널리 나투어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를 여러 가지로 장엄하며, 모든 중생과 부처님들의 몸을 널리 변화하여 나타내되 두려움이 없으며, 청정한 법을 연설하여 법계에 두루 다니되 걸림이 없으며, 그들의 마음에 좋아하는 대로 모두 알고 보게 하고, 가지가지로 보리의 행을 이루는 것을 나타내어 보리에 걸림이 없는 온갖 지혜의 길을 내게 하며, 이렇게 하는 일이 때를 놓치지 아니하면서 항상 삼매와 비로자나 지혜의 장에 있나니, 이것이 보살의 아홉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어찌하여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 태어나는 장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삼세 여래의 처소에서 정수리에 물 붓는 법[灌頂法]을 받고 모든 경계의 차례를 두루 아느니라. 이른바 모든 중생이 앞 세상과 뒷 세상에서 죽고 나는 차례와 모든 보살의 수행하는 차례와 모든 중생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차례와 삼세 여래의 성불하는 차례와 교묘한 방편으로 법문 말씀하는 차례를 알며, 앞 세상과 뒷 세상의 모든 겁이 이룩되고 망그러지는 이름의 차례도 알고,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을 따라서 도를 이루는 공덕과 장엄을 나타내며, 신통으로 법을 말하고 방편으로 조복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열 번째 태어나는 장이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열 가지 법을 닦아 익히고 증장하며 원만하게 성취하면, 능히 한 가지 장엄 속에 갖가지 장엄을 나타내며, 이렇게 모든 국토를 장엄하며, 모든 중생을 인도하고 깨우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쉬지 아니하며, 모든 부처님 법 바다를 연설하며, 여러가지 경계를 여러가지로 성숙하여 한량없는 법을 차츰차츰 전하여 오며,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힘을 나타내어 모든 허공과 법계에 가득하며, 중생의 마음으로 행하는 바다에서 법륜을 굴리며, 모든 세계에서 성불함을 나타내되 항상 사이가 끊이지 아니하며, 말할 수 없이 청정한 음성으로 모든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곳에 머무르되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며, 온갖 법으로 도량을 장엄하고, 중생의 욕망과 이해하는 차별을 따라 성불함을 나타내고, 한량없는 깊은 법장을 열어 모든 세간을 교화하고 성취하느니라.”


이 때 람비니 숲 맡은 신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으로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가장 높고 때 없이 청정한 마음
부처님들 뵈옵기 싫은 줄 몰라
오는 세월 끝나도록 공양하고자
이는 지혜 밝은 이 태어나는 장.

 

삼세의 수없는 국토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과 여러 부처님
제도하고 받드옵기 항상 원하니
부사의한 이들의 태어나는 장.

 

법 듣기 싫지 않고 관찰 좋아해
삼세에 두루하여 걸림없으며
몸과 마음 깨끗하기 허공 같나니
이는 명망 있는 이들의 태어나는 장.

 

마음은 자비 바다 항상 머물고
굳기로는 금강과 보배산 같아
온갖 가지 지혜문을 통달했으니
이는 가장 높은 이의 태어나는 장.

 

인자함이 모든 것에 두루 덮이고
묘한 행은 바라밀을 항상 더하여
법의 광명 삼라만상 두루 비추니
이는 용맹한 이의 태어나는 장.

 

법의 성품 통달하여 걸림이 없고
삼세 부처님들 가문에 나서
시방의 법계 바다 널리 드나니
이는 슬기 있는 이의 태어나는 장.

 

법의 몸 깨끗하고 마음 트이어
시방의 모든 국토 두루 나아가
부처님의 모든 힘 다 이루나니
헤아릴 수 없는 이 태어나는 장.

 

깊은 지혜 들어가 자재하였고
여러가지 삼매도 다 끝났으며
온갖 지혜 진실한 문 다 보았으니
이는 참 몸 가진 생각 태어나는 장.

 

부처님의 모든 국토 잘 다스리고
중생 교화하는 법 닦아 이루어
여래의 자재한 힘 나타내나니
큰 이름 떨친 이가 태어나는 장.

 

오래부터 살바야 닦아 행하고
여래의 높은 지위 빨리 들어가
법계를 밝게 알아 걸림없나니
이는 여러 불자들이 태어나는 장.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갖추고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면 모든 세간의 청정한 광명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이 오랜 겁으로부터 이 자재하게 태어나는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는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하오니까?”
신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먼저 발원하기를 '모든 보살이 태어날 적마다 다 친근하게 하여지이다. 비로자나 여래의 한량없이 태어나는 바다에 들어가지이다' 하였고, 이런 서원의 힘으로 이 세계의 염부제에 있는 람비니 숲 동산에 나서 '보살이 언제나 내려 오실는가' 하고 생각하였노라.


백 년을 지난 뒤에 세존이 도솔타천(兜率陀天)으로부터 내려오시는데, 그 때 이 숲 속에는 열 가지 상서가 나타났으니, 무엇이 열인가? 첫 번째는 이 동산의 땅이 홀연히 평탄해지고 구렁[坑坎]이나 등성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금강으로 땅이 되어 모든 보배로 장엄하고, 자갈과 가시덤불과 말뚝들이 없어졌다. 세 번째는 보배로 된 다라(多羅)나무가 줄을 지어 둘러서고 그 뿌리가 깊이 들어가 물 있는 짬[水際]에까지 이르렀다. 네 번째는 모든 향의 움이 돋고 향의 광[香藏]이 나타났으며, 보배 향으로 된 나무가 수부룩하게 무성하여 모든 향기가 천상의 향기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다섯 번째는 여러 묘한 화만과 보배 장엄거리가 줄지어 퍼져서 곳곳마다 가득하였다. 여섯 번째는 동산 안에 있는 나무에는 모두 마니보배 꽃이 저절로 피었다. 일곱 번째는 연못 속에는 자연히 꽃이 나는데, 땅 속에서 솟아올라서 물 위에 두루 덮였다. 여덟 번째는 이 숲 속에는 사바세계의 욕심 세계와 형상 세계에 있는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의 왕들이 모두 모여 와서 합장하고 있었다. 아홉 번째는 이 세계에 있는 하늘 여자와 내지 마후라가의 여자들이 모두 환희하여 여러가지 공양거리를 받들고 필락차(畢洛叉)나무를 향하여 공경하고 서 있었다. 열 번째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 배꼽에서 '보살이 태어나는 자재한 등불[菩薩受生自在燈]이란 광명을 놓아 이 숲에 비추고, 낱낱 광명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나고 탄생하는 신통 변화와 보살들이 태어나는 공덕을 나타내었고, 또 여러 부처님의 가지가지 음성을 내었다. 이것이 이 숲 속의 열 가지 상서였다.

 
이 상서가 나타날 때에 모든 천왕들은 보살이 내려오실 줄을 알았고, 나는 이 상서를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선남자여, 마야부인(摩耶夫人)이 가비라성(迦毘羅城)에서 나와 이 숲에 들어올 때도, 열 가지 광명의 상서가 있어 중생들에게 법의 광명을 얻게 하였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모든 보배꽃 광 광명, 보배향 광 광명, 보배 연꽃이 피어 진실하고 묘한 음성을 연설하는 광명, 시방 보살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는 광명, 모든 보살이 여러 지위에 들어가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광명, 모든 보살이 바라밀의 원만한 지혜를 닦는 광명, 모든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 지혜의 광명, 모든 보살이 법계를 증득하는 진실한 지혜의 광명,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자재하심을 얻어 태어나고 출가하여 정각을 이루는 광명이니, 이 열 가지 광명이 한량없는 중생들의 마음을 두루 비추느니라.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필락차나무 아래 앉을 적에 다시 보살이 탄생하려는 열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선남자여, 보살이 탄생하시려는 때에 욕심 세계[欲界]의 하늘· 천자· 천녀와 형상 세계[色界]의 모든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와 그 권속들이 공양하기 위하여 구름같이 모여 왔고, 마야부인은 위엄과 덕이 썩 훌륭하여 여러 털구멍에서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막히는 데가 없었으며, 다른 광명들은 모두 나타나지 못하였고, 모든 중생의 번뇌와 나쁜 길의 고통을 말하였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첫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그 때에 마야부인의 복중에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형상을 나타내었는데, 백억 염부제 안에 각각 나라가 있고 각각 숲 동산이 있어 이름이 같지 아니하였으며, 다 마야부인이 그 가운데 계시거든, 하늘 대중이 둘러 모셨으니, 보살이 장차 태어나시려 할 때의 부사의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려는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두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모든 털구멍마다 여래께서 옛날 보살의 도를 수행할 적에 모든 부처님께 공경하고 공양하던 일과 부처님들의 법문 말씀하는 음성을 듣던 일을 나타내었느니라. 마치 밝은 거울이나 물 속에 허공과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우레의 모양을 나타내듯이, 마야부인의 털구멍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지난 세상 인연을 능히 나타내었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세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털구멍에는 여래께서 지난 세상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계시던 세계와 도시와 마을과 산과 숲과 강과 바다와 중생과 겁의 수효를 나타냈으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신 일과 깨끗한 국토에 들어가서 태어나는 일과 수명이 길고 짧음과 선지식을 의지하여 착한 법을 닦던 일과 모든 세계에서 태어날 적마다 마야부인이 어머니가 되시던 온갖 일이 모두 털구멍에 나타났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네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낱낱 털구멍마다 여래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이 행을 닦으실 적에 나셨던 곳과 모습[色相]과 형상[形貌]이 나타났으며, 의복과 음식과 괴롭고 즐거운 일이 낱낱이 나타나서 분명하게 볼 수 있었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다섯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털구멍마다 세존께서 지난 세상 보시하는 행을 닦을 적에 버리기 어려운 머리· 눈· 귀· 코· 입술· 혀· 치아· 몸· 손· 발· 피· 살· 힘줄· 뼈와 아들· 딸· 아내· 첩· 도시· 궁전· 의복· 영락· 금· 은· 보화 따위의 안팎으로 모든 것을 버리던 일을 나타내었으며, 또 받는 이의 형상과 음성과 처소까지 보였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여섯 번째의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이 동산에 들어올 적에 이 숲에는 지난 세상의 부처님들이 모태에 드실 때의 국토· 동산· 의복· 화만· 바르는 향· 가루향· 번기· 당기· 깃발· 일산과 모든 보배로 장엄한 것이 모두 나타났고, 풍류와 노래와 아름다운 음성을 모든 중생들이 다 듣고 보게 되었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때의 일곱 번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이 동산에 들어올 적에 그 몸으로부터 보살이 거주하는 마니보배로 된 궁전과 누각을 내었는데, 모든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나 사람 왕의 거처하는 데보다 뛰어났으며, 보배 그물을 위에 덮고 묘한 향기가 두루 풍기며, 여러 보배로 장엄하여 안팎이 청정하고 제각기 달라서 서로 섞이지 않고 람비니 동산에 두루 가득하였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때의 여덟 번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이 동산에 들어올 적에 그 몸에서 열 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보살을 내었는데, 그 보살들의 형상과 용모와 잘생긴 모습과 광명과 나아가고 멈추는 위의와 신통과 권속들이 모두 비로자나보살과 다르지 않았으며, 다 한꺼번에 여래를 찬탄하였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때의 아홉 번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보살을 탄생하려 할 때에, 문득 그 앞에 금강의 짬[際]으로부터 큰 연꽃이 솟아났으니, 이름은 온갖 보배로 장엄한 광[一切寶莊嚴藏]이며,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여러 보배로 꽃술이 되고 여의 보배로 꽃판이 되었다. 열 세계의 티끌 수 잎은 모두 마니로 되었고 보배 그물· 보배 일산이 위에 덮였는데, 모든 천왕들이 함께 받들었고, 모든 용왕은 향비[香雨]를 내리고, 모든 야차왕은 공경하며 둘러싸고 하늘 꽃을 흩고, 모든 건달바왕은 아름다운 음성으로 지난 세상에 보살이 부처님께 공양하던 공덕을 찬탄하고, 모든 아수라왕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머리를 조아려 경례하고, 모든 가루라왕은 보배 번기를 드리워 허공에 가득하고, 모든 긴나라왕은 환희하여 앙모하면서 보살의 공덕을 노래하며 찬탄하고, 모든 마후라가왕은 모두 환희하여 노래하고 찬탄하며 모든 보배 장엄 구름을 비내렸으니, 이것이 보살의 탄생하시려는 때의 열 번째 신통 변화니라.


선남자여, 람비니 동산에서 이 열 가지 모양이 나타난 뒤에 보살의 몸이 탄생하시니, 마치 공중에 찬란한 해가 뜨는 듯, 높은 산 위에서 좋은 구름이 일어나는 듯, 여러 겹 쌓인 구름 속에 번개가 비치는 듯, 어두운 밤에 횃불을 밝히는 듯이, 보살이 어머니의 옆구리로 나시는 모습과 광명도 그와 같았다. 선남자여, 보살이 그 때에 비록 처음으로 나심을 나타내었지만 모든 법이 꿈과 같고 눈어리 같고 그림자 같고 영상과 같아서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것임을 이미 통달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부처님이 이 사천하의 염부제에 있는 람비니 동산에서 처음으로 탄생하시면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내가 보는 동시에, 여래께서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에 있는 람비니 동산에서 처음으로 탄생하시면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도 보았고, 또 삼천대천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있는 한량없는 세계에서도 그러함을 보았고, 또 백 부처님 세계, 천 부처님 세계와, 내지 시방 모든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있는 한량없는 세계에서와 같이, 모든 부처님 세계에도 다 여래께서 탄생하시면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나니, 이와 같이 잠깐잠깐도 항상 끊어지지 아니하였느니라.”

 

이 때 선재동자는 저 신에게 말하였다.

“큰 천신께서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였나이까?”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일억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내고, 또 그만한 겁 전에 세계가 있었으니 이름이 두루한 보배[普寶]요, 겁의 이름은 즐거움[悅樂]이었는데, 80나유타 부처님이 그 속에서 나시었느니라. 첫 부처님의 이름은 자재공덕당(自在功德幢)으로서 열 가지 호가 구족하였고, 그 세계에 묘한 빛 장엄[妙光莊嚴]이란 사천하가 있었느니라.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수미장엄당(須彌莊嚴幢)이요, 그 나라의 왕은 이름이 보배 불꽃 눈[寶眼]이며, 그 왕의 부인은 기쁜 빛[喜光]이었느니라. 선남자여, 이 세계에서는 마야부인이 비로자나여래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저 세계에서는 기쁜 빛 부인이 첫 부처님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기쁜 빛 부인이 보살을 탄생하려는 때에 20억 나유타 채녀(采女)들과 함께 금꽃 동산에 나아갔는데, 동산에 누각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보배 봉우리’[妙寶峰]요, 그 곁에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온갖 것 보시’[一切施]라, 기쁜 빛 부인이 그 나뭇가지를 더위잡고 보살을 낳으니, 여러 천왕들이 향수로써 목욕시켰다. 그 때 ‘깨끗한 빛’[淨光]이란 유모가 그 곁에 있었는데, 천왕들이 보살을 목욕을 시키고는 유모에게 주었고, 유모는 보살을 받들고 매우 기뻐하면서 보살의 넓은 눈 삼매[菩薩普眼三昧]를 얻었다. 이 삼매를 얻고는 시방의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다시 보살이 여러 곳에서 일부러 태어나는 자재한 해탈을 얻었는데, 처음 태(胎)에 드는 의식[識]이 걸림없이 빠른 것같이 하였고, 이 해탈을 얻은 연고로 모든 부처님들이 본래 서원한 힘으로 자재하게 태어나는 것을 보기도 그와 같이 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유모는 다른 이가 아니라, 내 몸이었느니라. 나는 그 때부터 잠깐잠깐마다 비로자나불이 보살로 태어나는 바다와 중생을 조복하는 자재한 신통을 보았으며, 비로자나불이 본래의 서원한 힘으로 잠깐잠깐마다 이 삼천대천세계와 내지 시방 모든 세계의 티끌 속에서 보살로 태어나면서 신통 변화를 나타냄을 보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도 그와 같이 보고, 공경하고 받자와 섬기면서 공양하고, 말씀하시는 법을 듣고 말씀하신 대로 수행하였노라.”


이 때 람비니숲 신이 이 해탈의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들어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불자여, 그대가 물은
부처님의 깊은 경지를
내가 이제 그 인연 말하리니
그대여, 자세히 들으라.

 

일억 세계 티끌 수 겁 전에
즐거움이란 겁이 있으니
팔십 나유타 여래께서
그 세상에 나시었는데

 

그 첫 부처님이
자재공덕당이시니
나는 금꽃 동산에서
그가 탄생하심을 보았소.

 

나는 그 때 유모로서
지혜 있고 총명했는데
천왕들이 금빛 보살을
나에게 주었소.

 

나는 빨리 받잡고
살폈으나 정수리는 볼 수 없고
잘생긴 모습 모두 원만하여

낱낱이 끝 닿은 데 없었소.

 

때 없이 깨끗한 몸
거룩한 모습으로 장엄했으니
마치 보배로 된 형상처럼
보고 스스로 기뻐하였소.

 

그 공덕 생각하니
모든 복 바다 빨리 더할 듯
이 신통한 일을 보고
큰 보리심 내어

 

부처의 공덕 구하고
큰 서원 넓히었으며
모든 세계 깨끗이 장엄
삼악도를 없애 제(除)했소.

 

시방의 모든 국토에서
수없는 부처님 공양하며
본래의 서원 닦아 행하여
중생들의 고통 건져 주려고

 

나는 그 부처님에게
법문 듣고 해탈 얻어
일억 세계의 티끌 수처럼
한량없는 겁에 행을 닦았소.

 

그런 겁 동안 많은 부처님
나는 모두 공양하고       
그의 바른 법 보호하여
이 해탈 바다 깨끗이 하고

 

나는 잠깐 동안에
세계의 티끌 속에 계시는
낱낱 여래께서 깨끗케 한
세계 바다를 보니

 

그 세계마다 부처님 계셔
동산에서 탄생하시며
부사의하고 광대한
신통을 제각기 나투었소.

 

어떤 헤아릴 수 없는
억만 세계의 여러 보살들
천궁에 계시면서
부처의 보리 증득하려고

 

한량없는 세계 바다에서
부처님들 탄생하시고
대중에 둘러싸여 설법하심을
여기서 모두 보았소.

 

나는 잠깐 동안에
억만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
출가하여 도량에서
부처님 경계 나타냄을 보고

 

나는 또 세계의 티끌 속에서

한량없는 부처님 성도하시고
여러가지 방편으로
괴로운 중생을 건지심 보고

 

모든 티끌 속에서
부처님들 법륜 굴리며
그지없는 음성으로
감로법을 비내리며

 

티끌 수 같은 억천 겁
낱낱 세계의 티끌 속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드심을
나는 또 모두 보았소.

 

이렇게 한량없는 세계에
여래께서 탄생하는 대로
나는 몸을 나누어
그 앞에 공양하였고

 

부사의한 세계 바다
한량없는 길 각각 다른데
나는 그 앞에 나타나
큰 법 비를 내렸소.

 

불자여, 나는
이 부사의한 해탈문을
한량없는 겁에 말하여도
다하지 못할 줄을 알고있소.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한량없는 겁, 모든 곳에서 가득히 태어나는 자재한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능히 잠깐 동안으로 여러 겁을 삼으며 온갖 법을 관찰하고, 좋은 방편으로 일부러 태어나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모든 불법을 끝까지 통달하고 모든 길에 태어나서 여러 부처님 앞에서 연꽃 자리에 앉으며, 중생을 제도할 시기를 알고는 일부러 태어나서 방편으로 조복하며, 여러 세계에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되 그림자와 같이 그 앞에 나타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가비라성(迦毘羅城) 중에 석가 아씨가 있으니 이름이 구파(瞿波)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나고 죽는 속에서 중생을 교화하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41) 석가녀(釋迦女) 구파(瞿波)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가비라성(迦毗羅城)을 향하면서 태어나는 해탈을 생각하고 닦아 더 늘게 하며 광대하게 하여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점점 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범한 강당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신이 있으니 이름이 ‘근심 없는 덕’이었고, 궁전을 맡은 1만 신들과 함께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도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큰 용맹이 있어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재한 해탈을 닦으며, 마음에는 광대한 서원을 항상 버리지 않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법의 성에 편안히 있으면서 한량없는 방편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였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들을 잘 조복하며,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따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그들이 기뻐서 부처님 도로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건대 당신은 묘한 행을 닦는 마음이 잠깐도 게으르지 않으며, 동작하는 위의가 모두 청정하니, 당신은 오래지 않아서 여래의 청정하게 장엄한 위없는 삼업(三業)을 얻을 것이며, 여러가지 잘생긴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고, 십력(十力)의 지혜로 마음을 훌륭하게 장식하여 모든 세간에 다니리이다.

 

또 보니 당신은 용맹하게 정진함이 비길 데 없으니, 오래지 않아서 삼세의 부처님들을 보고 그의 법을 들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낙을 얻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여러 부처님 여래의 깊은 해탈에 들어갈 것이외다. 왜냐 하면 선지식을 보면 친근하게 공양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고는 기억하고 닦아 행하며, 게으르지 않고 물러가지 않고 근심이 없고 뉘우침이 없고 장애가 없으며, 마(魔)와 마의 백성들이 저해하지 못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과를 이를 연고외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것을 내가 모두 얻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쉬며 나쁜 업을 여의고, 안락한 곳에 나서 깨끗한 행을 닦기로 내가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지어 악취(惡趣)에 떨어져서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살이 보면 걱정하고 괴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외다.


거룩하신 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지극히 사랑하는 외아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아들의 몸을 할퀴고 찢는 것을 보면 아픈 가슴을 참을 수 없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번뇌로 업을 짓고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세 가지 착한 업을 짓고 천상이나 인간에 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보살이 매우 즐거워 할 것이외다.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은 자기를 위하여서 온갖 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일과 모든 욕락을 탐하지 않으며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소견과 뒤바뀐 마음과, 얽매임과, 따라다니며 잠자게 하는[隨眠] 것과, 애착하고[愛] 억측하는[見] 힘을 따라 옮겨지지 않으며, 중생들의 여러가지 즐기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여러 선정의 즐거움에 맛들이지도 않고, 장애가 되거나 고달프거나 물러가서 생사에 머물지도 아니하나이다. 다만 중생들이 모든 존재[有]에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큰 서원의 힘으로 두루 거두어주며, 자비와 서원의 힘으로 보살의 행을 닦나니,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여래의 온갖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넓고 큰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욕락과 그의 몸과 마음으로 행하는 일을 깨끗이 다스리기 위하여, 나고 죽는 속에서 고달픈 줄을 모르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에게 장엄이 되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부귀의 낙(樂)을 내게 하는 연고며, 부모가 되나니 그를 위하여 보리심을 잘 정돈하는 연고며, 양육함이 되나니 그의 보살의 도를 성취케 하는 연고며, 호위함이 되나니, 삼악도(三惡道)를 여의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이 되나니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연고며, 의지할 데가 되나니 마와 번뇌의 공포를 버리게 하는 연고며, 끝단 데가 되나니 서늘한 낙(樂)을 영원히 얻게 하는 연고며, 나루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이나이다.

 
길잡이가 되나니 온갖 법 보배가 있는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묘한 꽃이 되나니 부처들의 공덕의 마음을 피게 하는 연고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덕과 지혜의 빛을 놓는 연고며, 좋아할 것이 되나니 무릇 하는 일이 모두 단정한 연고며, 존경할 만하니 모든 나쁜 업을 멀리 여의는 연고며, 보현보살이 되나니 단정하고 엄숙한 몸을 갖춘 연고며, 크게 밝음이 되나니 항상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놓는 연고며, 큰 구름이 되나니 모든 감로의 법을 비내리는 연고이나이다. 거룩한 이여, 보살이 이렇게 수행할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여 법의 즐거움을 구족케 하나이다.”


이 때 선재동자가 법당에 오르려 하매, 근심 없는 덕과 여러 신들이 천상의 것보다 더 좋은 화만·바르는 향·가루향과 여러가지 장엄거리로 선재에게 흩으며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세간을 뛰어나
세상의 큰 등불이 되고
모든 중생을 두루 위하여
위없는 깨달음 부지런히 구하니

 

한량없는 억천 겁에
당신을 뵈올 수 없어
공덕의 햇빛 하늘에 떠서
세간의 어둠 없애고

 

당신은 모든 중생들이
번뇌에 덮임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스승 없는 도를 증득하려고

 

당신은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 구하여
선지식 받들어 섬기며
몸과 목숨 아끼지 않아.

 

당신은 모든 세간에
의지도 없고 애착도 없고
넓은 마음 걸림없이
깨끗하기 허공 같으며

 

당신은 보리의 행을 닦아
공덕이 모두 원만하고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모든 세간 널리 비추며

 

당신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세간에 집착하지도 않아
걸림없이 세간에 다니기
바람이 허공에 다니는 듯

 

마치 화재가 일어날 적에
무엇으로도 끌 수 없듯이
당신이 보리를 닦는
정진의 불 그와 같네.

 

용맹하고 크게 정진함
견고하여 동할 수 없으며
금강 같은 지혜의 사자
어디 다녀도 두려움 없듯

 

모든 법계에 있는
여러 세계 바다에
당신이 모두 나아가
선지식을 친근히 모시네.

 

그 때 근심 없는 덕 신[無憂德神]이 이 게송을 말하고 법을 좋아하는 연고로 선재동자를 따라다니며 항상 떠나지 않았다. 이 때 선재동자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석씨녀(釋氏女)를 두루 찾다가, 강당 안에서 보배연꽃 사자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팔만 사천의 시녀[采女]들이 둘러 모시었는데, 그 시녀들도 모두 왕의 가문에서 났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근을 함께 심고 보시와 좋은 말로 중생들을 거두어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경계를 분명히 보았고, 부처님의 보리의 행을 함께 닦았으며, 바른 선정에 항상 머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데 항상 노닐며,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주기를 외아들같이 하고, 인자한 마음을 갖추고 권속이 청정하였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교묘한 방편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구족하고 모든 집착을 여의어 생사를 좋아하지 않으며, 비록 번뇌와 업이 있는 데 다니어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며, 온갖 지혜의 도를 항상 관찰하여 장애의 그물을 떠나 집착하는 데서 뛰어났으며, 법의 몸으로부터 나툰 몸[化形]을 보이며, 보현의 행을 내고 보살의 힘을 자라게 하며, 지혜의 해와 슬기의 등불이 이미 원만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석녀(釋女) 구파(瞿波)에게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 중에서 생사의 걱정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성품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지 않으며, 부처의 법을 구족하고도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간에서 초월하고도 세간에 태어나며, 법의 몸을 성취하고도 그지없는 여러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형상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형상을 나타내며, 법은 말할 것 없음을 알고도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음을 알면서도 여러가지 착한 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그 때 구파녀(瞿波女)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이 행하는 법을 묻는구나.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는 이라야 능히 이렇게 묻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리라.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는 연고며, 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는 연고며, 청정한 욕망을 얻는 연고며,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는 연고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는 연고며,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모든 보살의 행과 같은 연고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며, 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 다 청정한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니, 이것이 열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의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느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다함이 없는 부처의 법을 닦아서 내느니라. 불자여,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즐거워하는 도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한 줄을 알며, 모든 지혜와 서원을 영원히 퇴타하여 버리지 않으며, 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며, 마음에는 모든 존재의 바다를 항상 떠나며, 법이 공함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 바퀴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어기지 말라.”


그 때 석가(釋迦) 구파녀(瞿波女)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보살이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바른 생각 선지식을 친히 섬기며
부처같이 공경하고 게으름 없어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좋은 이해[勝解] 넓고 크기 허공 같아서
이 가운데 삼세가 모두 들었고
국토· 중생· 부처님도 그러하나니
이것은 넓은 지혜 광명행이며

 

즐거운 맘 허공같이 끝닿는 데 없고
번뇌는 아주 끊고 때를 여의고
모든 부처 계신 데서 공덕 닦으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몸 구름의 행

 

보살이 온갖 지혜 닦아 익히고

헤아릴 수가 없는 공덕 바다에
모든 복덕 지혜의 몸 깨끗이 하니
이 세상에 물들지 아니하는 행

 

모든 세계 부처님 여래에게서
그 법문 들어 받기 싫은 줄 몰라
실상의 지혜 등불 능히 내나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두루 비춘 행

 

시방의 부처님들 한량이 없어
한 생각에 모든 것에 다 들어가며
마음에는 여래를 버리지 않나니
보리를 향해 가는 큰 서원의 행

 

부처님의 여러 대중 모인 회상과
수없는 보살들의 삼매 바다와
서원 바다·방편 바다 다 들어가니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모든 부처님들의 가피를 입어
그지없이 오는 세월 끝날 때까지
간 데마다 보현의 도 닦아 행하니
이것은 보살들의 몸 나투는 행

 

중생들의 많은 고통 받음을 보고
대자대비한 맘으로 세간에 나서
법의 광명 연설하여 어둠 없애니
이런 것은 보살의 지혜 해의 행


중생들 여러 길에 있음을 보고
그지없는 묘한 법륜 위해 모아서
그들의 생사 흐름 끊게 하나니
이것은 보현행을 수행하는 것

 

보살이 이 방편을 닦아 행하고
중생의 마음 따라 몸을 나투어
모든 세계 좋고 나쁜 여러 길에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오며

 

대자대비 여러가지 방편으로써
세간에 두루하게 몸을 나투고
중생들의 욕망 따라 법을 말하여
모두들 보리도로 향하게 하네.

 

이 때 석가녀 구파(瞿波)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구파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여러 길[趣]에서 헤매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일과, 선을 짓고 악을 지어 모든 과보를 받는 일과, 벗어나기를 구하는 이와 구하지 않는 이와, 바르게 결정된 것· 잘못 결정된 것· 결정되지 못한 것과, 번뇌 있는 선근· 번뇌 없는 선근과, 구족한 선근· 구족하지 못한 선근과, 착하지 못한 뿌리에 잡히는 선근과, 선근에 잡히는 착하지 못한 뿌리와, 이렇게 모은 선한 법· 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다 알고 보노라.

 

또 저 겁 동안에 계시던 부처님의 이름과 차례를 내가 다 알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처음 발심하던 것과 방편으로 온갖 지혜를 구하던 것과, 여러가지 큰 서원 바다를 내고 부처님들께 공양하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큰 신통을 나투어 중생들을 제도하던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들의 대중이 제각기 다를 것을 알며, 그 모인 가운데 중생들이 성문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성문 대중이 과거에 모든 선근을 닦던 일과 그들이 얻은 여러가지 지혜를 내가 다 아노라. 어떤 중생은 독각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독각들의 가진 선근과 얻은 보리와 고요하게 해탈하고 신통 변화로 중생을 성숙하며 열반에 드는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의 보살 대중과 그 보살들이 처음 발심하여 선근을 닦아 익히고, 한량없는 원과 행을 내고 모든 바라밀을 만족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는 것을 아노라. 자유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지위를 관찰하고 보살의 지위를 깨끗이 함과, 보살 지위의 모양· 보살 지위의 지혜· 보살에 소속한 지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 보살이 세워 놓는 지혜· 보살의 광대한 행의 경계· 보살의 신통· 보살의 삼매 바다· 보살의 방편과 보살이 잠깐 동안에 들어가는 삼매 바다· 얻은 온갖 지혜의 광명· 얻은 온갖 지혜의 번개빛 구름· 얻은 실상의 법 지혜· 통달한 온갖 지혜· 머무는 세계 바다· 들어간 법 바다· 아는 중생 바다· 머무는 방편· 내는 서원· 나투는 신통을 내가 다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의 겁 바다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함을 내가 다 아노라.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안에 있는 티끌수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 안에 있는 온갖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밖으로 시방에 사이가 없이[無間]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세계종(世界種)에 소속한 세계도 알고, 또 비로자나 세존의 화장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소속한 세계들도 다 아노라.

 

이른바 세계의 넓기· 세계의 정돈됨· 세계의 바퀴· 세계의 도량· 세계의 차별· 세계의 옮김· 세계의 연화· 세계의 수미산· 세계의 이름과, 이 세계해의 끝까지 모든 세계가 비로자나 세존의 본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내가 다 알고 능히 기억하노라. 또 여래께서 옛날에 있었던 바다도 기억하노니, 이른바 모든 승(乘)의 방편을 닦아 모으며,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의 행에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며, 부처님을 받자와 섬기고 있을 곳을 마련했으며, 법문 말씀함을 듣고 삼매를 얻어 자재하여지며, 단(檀)바라밀을 닦아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며, 계율을 지니고 고행하며, 여러가지 참음을 갖추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원만하며, 여러 곳에 일부러 태어나며, 보현의 행과 원을 모두 청정히 하며, 여러 세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널리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두루 거두어 가지는 것이다.


또 여래의 큰 지혜의 광명을 얻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품을 증득하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과, 그 대중 가운데 중생들이 옛적부터 심은 선근과 처음 발심할 적부터 중생을 성숙하며, 수행하는 방편이 잠깐잠깐마다 증장하여 여러 삼매와 신통과 해탈을 얻은 따위의 모든 일을 내가 분명히 아노라. 왜냐 하면 나의 이 해탈은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동과 모든 중생의 닦아 행한 선근과 모든 중생의 물들고 청정함과 모든 중생의 갖가지 차별을 능히 알며, 모든 성문의 여러 삼매문과 모든 연각의 고요한 삼매· 신통· 해탈과 모든 보살· 모든 여래의 해탈과 광명을 모두 분명히 아는 연고니라.”

 

선재동자는 구파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난 옛적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썩 좋은 행[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두려움 없음[無畏]이며, 그 세계에 안은(安隱)이란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나무[高勝樹]인데, 80개의 서울 중에 가장 첫째이며, 그 나라의 임금은 재물 주인[財主]이니라. 그 왕에게 6만 시녀와 5백 대신과 5백 왕자가 있는데, 그 왕자들이 모두 용맹하고 건장하여 대적을 항복 받았느니라.


그 왕의 태자는 이름이 위덕주(威德主)이니, 단정하고 특출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발바닥은 판판하며 수레바퀴 모양이 구족하고, 발등은 불룩하고, 손과 발가락 사이에는 그물 같은 막이 있고, 발꿈치는 가지런하고 손발이 보드랍고, 이니야(伊尼耶) 사슴의 장딴지 같고, 일곱 군데가 원만하고, 남근(男根)은 으슥하게 숨어 있고, 몸의 윗부분은 사자왕 같고, 두 어깨는 평평하고, 두 팔은 통통하며 길고, 몸이 곧고, 목에 세 줄 무늬가 있고, 치아는 40개인데 가지런하며 빽빽하고, 어금니 4개가 유난이 희고, 혀가 길고 넓고, 범천의 음성을 내고, 눈이 검푸르고 속눈썹이 소와 같고, 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정수리에는 살상투[肉髻]가 있고, 살결은 보드랍고 연하여 진금빛이요, 몸에 솜털이 위로 쓸리고, 머리카락이 제청(帝靑) 구슬빛 같고, 몸이 원만하기가 니구타(尼拘陀)나무와 같았다.

 
그 때 태자는 부왕의 명령을 받고 십천 시녀와 함께 향아원(香芽園)에 가서 구경하며 즐겼다. 태자는 이 때 보배 수레를 탔는데, 수레에는 여러가지 장엄을 갖추었고, 큰 마니 사자좌를 놓고 그 위에 앉았으며, 5백 시녀는 보배 줄을 잡고 수레를 끌고 가는데, 나아가고 멈춤이 법도가 있어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았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받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당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번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천만 사람은 유명한 향을 사르고, 백천만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흩으며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평탄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여러가지 보배 꽃을 위에 깔았으며, 보배 나무는 줄을 짓고 보배 그물이 가득히 덮였으며, 여러가지 누각이 그 사이에 뻗었는데, 그 누각에는 갖가지 보물을 쌓아두기도 하고 모든 장엄거리를 벌여놓기도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기도 하고 갖가지 의복을 걸어놓기도 하였으며,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품을 저축하며, 얌전한 여인들과 많은 하인들을 있게도 하고서 요구하는 대로 보시하였다.


그 때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처녀 딸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具足妙德]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점잖으며, 몸과 키가 알맞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며, 소리는 범천의 음성 같고 모든 기술을 통달하고 변론에 능하며,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고 인자하고 사랑하여 남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예모를 잘 알고 온화하고 질직하며, 어리석지 않고 탐욕이 없으며, 아첨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는데, 보배 수레를 타고 시녀들께 호위되어 어머니와 더불어 서울에서 나와 태자보다 앞서서 가다가 태자의 음성과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마음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을 섬기고자 합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나이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이 일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저 태자는 전륜왕의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으니 후일에 왕의 대를 이어 전륜왕이 되며, 보녀(寶女)가 생겨서 허공으로 자재하게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일은 가망이 없으니,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0라.”


그 때 향아원 옆에 법구름 광명이란 도량이 있었고, 그 도량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승일신(勝日身)이요, 십호(十號)가 구족하였으며, 세상에 나신 지 이레가 되었다. 그 때 처녀가 잠깐 졸다가 꿈에 그 부처님을 뵈옵고 깨어나니, 공중에서 천인이 말하였다.


“승일신여래께서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이레가 되었는데,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었고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와, 범천과 내지 색구경천과, 지신· 풍신· 불 맡은 신· 물 맡은 신· 강 맡은 신· 바다 맡은 신· 산 맡은 신· 나무 맡은 신· 동산 맡은 신· 약 맡은 신· 땅 맡은 신들이 부처님을 뵈오려 모여왔다.”


이 때 묘한 덕 갖춘 처녀는 꿈에 여래를 뵙기도 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들었던 연고로 마음이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어서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내 몸은 가장 단정해

소문이 시방에 퍼지고
지혜는 짝할 이 없으며
모든 기술을 모두 잘 알아

 

한량없는 백천 무리들
나를 보고 욕심 내지만
나는 그들에게
조금도 애욕이 없어

 

성내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며
싫어하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광대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익하려네.

 

내가 지금 태자를 보니
모든 공덕의 모습 갖추고
마음은 기쁘고 경행하며
여러 감관이 모두 화평해

 

살갗은 빛난 보배 같고
고운 머리카락 오른쪽으로 돌고
넓은 이마에 눈썹 가늘어
나는 당신을 섬기려 하오.

 

태자의 몸을 보니
순금으로 부은 동상 같고
큰 보배 산과도 같고
거룩한 모습 맑고 빛나며


눈은 길고 검푸른 빛
얼굴은 보름달, 사자의 뺨
화평한 면모, 고운 음성
나의 소원 받아 주소서.

 

넓고 길고 아름다운 혀
붉은 구릿빛 같고
범천의 음성, 긴나라 목소리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입은 방정해 들리지[蹇縮] 않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말하거나 웃을 적에는
보는 이가 즐거워하며

 

때 없고 깨끗한 몸
삼십이 거룩한 모습
당신은 반드시 이 세계에서
전륜왕이 되오리다.

 

태자는 그 처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누구의 딸이며, 누구의 보호를 받는가? 만일 허락한 데가 있다면 나는 사랑하는 마음을 낼 수가 없소.”
그 때 태자는 게송으로 물었다.

 

그대의 몸 매우 청정하고
공덕의 모습 갖추었네.
내 지금 묻노니
그대는 어디 있으며

 

부모는 누구고
누구에게 매여 있는가?
이미 매인 데 있으면
그 사람이 너를 지배하리라.

 

그대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가?
남을 해치려는 마음 없는가?
삿된 음행 하지 않는가?
어떤 말을 의지해 머무는가?

 

남의 나쁜 일을 말하지 않는가?
남의 친한 이를 헐뜯지 않는가?
다른 이의 경계를 침노하지 않는가?
남에게 성내지 않는가?

 

잘못된 소견을 내지 않는가?
어그러지는 업을 짓지 않는가?
아첨하거나 잘못된 힘과
방편으로 세상을 속이지 않는가?

 

부모를 존중하는가?
선지식을 공경하는가?
가난하고 곤궁한 이에게
거두어 줄 생각을 내는가?

 

만일 선지식이
법을 말하여 주면
견고한 마음을 내어
끝까지 존중하겠는가?

 

부처님을 사랑하는가?
보살을 잘 아는가?
스님들의 공덕 바다를
능히 공경하겠는가?

 

법을 능히 아는가?
중생을 청정케 할 수 있는가?
법에서 살겠는가?
법 아닌 데서 살겠는가?

 

외로운 이들을 보면
인자한 마음을 내겠는가?
나쁜 길에 있는 중생에게
가엾은 마음을 낼 수 있는가?

 

다른 이의 잘 되는 것을 보고
환희한 마음을 내겠는가?
누가 당신을 핍박하여도
성을 내지 않겠는가?

 

그대는 보리심을 내어
중생을 깨우쳐 주겠는가?
끝없는 세월에 수행하여도
게으른 생각이 없겠는가?  (계속)

 


Anugama - ‘Eternal Traveller’ (영원한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