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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예·조각

[조각] 로뎅의 지옥문(地獄門)

잠용(潛蓉) 2013. 11. 14. 15:58


"이 문을 들어서는 자에게, 모든 희망은 사라지리니" (단테,신곡, 지옥편)
로댕의 조각 <지옥문 1880~189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희 망>

 

우리는 지옥문의 문구를
반어적으로 받어들여야 한다
즉 ‘희망이 없는 세상’이 지옥(地獄)이라고.

이 지옥문은
처음 파리의 장식미술관 입구용으로 제작되었다
상단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시인,혹은 베르길리우스)은
우울한 자세로 ‘저주받은 인간’의 고통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한데

아이러니는 지옥이 지옥문을 들어가서 있지 않고
지옥문 그 자체가 지옥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옥문이 지옥이다.
그리고 원래 계획했던 미술관은 그후로 영영 건립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지옥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밀턴,실락원)

이 문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희망에서 두려움으로 바뀜을 드러낸다
두려움은 지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죽는다
그러므로 문 반대편에는
다음 글이 적혀 있어야 한다
"희망이 있는 한 삶은 계속된다"

지상에서의 삶이 원천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지상에서의 삶이 매력적이다.
행복은 바라는 것에 있지 완성된 상태에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만 작동할 뿐이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는 온갖 질병과 근심이 들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몇 안 되는 좋은 것 가운데 딱 한 가지가 남았는데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희망이 없는 삶은 지옥이며 두려움이 없는 지옥은
그저 시장 골목이나 서커스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일 뿐이다.

희망은
에우리피데스 말처럼 참혹한 환상인가,
아니면 다른 모든 것을 감당하기 위해서 필요한 유일한 전제조건인가?

나는 에우리피데스의 저서를 조금 읽었다.
비관주의자이며 비극 작가인 그는 제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물고기는 입질만 하고 달아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직업적인 심리학자들은
에우리피데스 같은 사람을 옵티컬 렉티투스(optical rectitus)라고

알려진 증상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곤 한다.

이 증상은 눈으로 이어지는 신경증으로
인생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게 한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사람들에게 함께 놀자고 청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라는 라틴어는

"숨을 쉬고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말로부터 희망은

생명력의 맨 앞과 중앙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 바울은 희망을 믿음과 자비 곁에 나란히 놓았다.
이스라엘 국가에 나오는 '하티크바'라는 단어는 '희망'을 뜻한다.
알렉산더 포프는 "희망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솟아난다"라는 글을 썼다.


[출처: 쉽게 단순하게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