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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예·조각

[천마상] '1500년전 천마상이 깨어났다'… [경주박물관]

잠용(潛蓉) 2014. 3. 5. 07:28

흙 제거하고 조각 꿰맞추자

1500년전 천마상이 깨어났다
한겨레 | 입력 2014.03.04 19:40 | 수정 2014.03.04 22:40

 

[한겨레] 천마상, 40년만의 복원 순간
40년전 발굴서 존재 확인했지만 당시 훼손 심해 수장고 보관
특별전 위해 재조사중 복구 성공

수장고에 잠자던 1500년 전 금동 투조 천마상이 깨어나며 그 발견과정과 학술적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3일 공개한 죽제 말다래에 붙어있던 금동 천마상(<한겨레> 4일치 1·6면)(사진)은 벌름거리는 코, 쭉 뻗은 갈기와 꼬리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천마의 몸은 비늘무늬, 마름모무늬, 점열무늬 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영락들이 장식되어 있다. 기존의 백화수피(자작나무껍질)로 된 말다래의 천마와 유사한 모양이다.

 

 

금동 천마상이 확인된 경주시 대릉원 천마총은 1973년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발굴에서 금관을 비롯한 총 1만1526점의 유물이 출토된 곳이다. 그 가운데 하늘로 비상하는 흰말, 즉 '천마'를 그린 백화수피제 말다래로 인해 '천마총'으로 명명되었는데, 이 말다래는 1978년 국보 제 207호로 지정됐다.당시 발굴보고서에는 백화수피제, 죽제, 칠기제 등 세 종류의 말다래가 각각 한 쌍씩 모두 6장이 부장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유기질이어서 발굴 당시 이미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칠기제 말다래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실제 말다래인지 분간키도 어려웠다. 말다래는 튀어오른 진흙이 말의 몸통에 묻는 것을 막기 위해 말 몸통 좌우에 한쌍씩 붙이는 마구의 일종이다.

 

금동 천마상이 발굴된 지 4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4월 박물관 쪽에서 천마총 특별전을 준비하면서다. 기존에 최소한의 보존처리를 하여 더이상의 훼손이 진행되지 않도록 안정시켜 보관해오던 천마총 발굴 유물을 재조사 하는 과정에서 개가를 올렸다. 죽제 말다래는 발굴 당시 말꼬리 부분이 확인되었지만 훼손이 심하고 나머지 문양이 엉클어져 그림의 전모를 확인하지 못한 채 수장고에 보관돼왔는데, 죽제 말다래 아래에서 형태가 뚜렷한 백화수피제 말다래의 천마도가 확인되면서 아예 관심사에서 멀어졌던 것이다. 두장이 겹쳐져 있던 백화수피제 말다래는, 죽제 말다래의 형체를 보존하는 과정에서 부은 접착제가 스며드는 바람에 위쪽 천마도가 훼손돼, 상태가 온전한 맨 아래쪽 말다래만 국보로 지정됐다. 이번에 죽제 가운데 한장, 남은 백화수피제 한장이 공개된 것이다.

 

이 박물관 장용진 학예연구관은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썩은 부장궤의 잔편과 흙 등 이물질을 제거한 뒤, 10여개의 청동조각들을 조각그림 맞추듯이 이어붙이니 천마상이 비로소 드러났다"고 말했다. 말그림은 맞추기 힘들지 않았지만 테두리문양은 모양이 비슷해 제자리를 찾아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천마상을 확인했지만 이를 둘러싼 장식문양의 자리를 잡고, 그동안 미공개해온 또 하나의 백화수피제 말다래의 천마도를 복구하는 시간이 걸려 공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1924년 금령총에서 발굴된 금동 투조문양이 일부만 남아 판독미상으로 분류해온 문양 역시 천마상의 일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천마총과 금령총은 모두 적석목곽총으로 6세기 초 동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마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상상의 동물 기린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박물관쪽은 '천마상'이 말다래 장식문양인 점, 신라시대에 말에 대한 신앙이 있었고 말그림이 그려진 토기와 기마인물형 토기 등이 다수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하늘을 나는 말'이라고 본다. 이번에 확인된 '금동 천마상'에 말다래로 보이는 마구가 말 몸통에 걸쳐져 있고, 엉덩이 쪽에 깃발꽂이가 표현된 것도 천마상이 말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박물관 쪽은 금동 투조 천마상 발견 경과와 연구결과를 정리해 종합보고서로 펴낼 방침이다. [임종업 기자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