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주민번호'는 세계인의 공공재? "구글만 봐도.."
머니투데이 | 입력 2014.01.29 05:22 | 수정 2014.01.29 08:59
세계 검색엔진·SNS에 퍼져 있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가능하게 바꿔야"
한국인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온라인을 타고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 국민이 적어도 5차례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해외 포털사이트인 구글과 바이두 등에서 목격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아예 주민등록번호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 발급받으면 외부로 유출·도용되더라도 결코 바꿀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29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실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사이트에서 'KSSN(Korea Social Security Number)'을 검색해보니 '한국의 성인 주민등록번호 얻는 법',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한국 주민등록번호 제공' 등의 정보를 5분 이내에 찾을 수 있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나열돼 있는 리스트 파일도 올라와 있다. 한 외국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20여명의 한국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의 이용내역 확인에 들어가 적용해보니 이름과 주민번호를 사용해 본인인증을 하는 1단계를 그대로 통과했다. 실존하는 번호라는 뜻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주민등록번호'나 '한국인 신상정보'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사이트가 300여개 넘게 뜬다. '한국사이트 가입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는 글에 판매업자가 연락처를 남긴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는 실명인증이 가능한 주민등록번호를 1개당 우리 돈으로 몇백원씩 사고 판다"고 말한다.
강기정 민주당 신용정보대량유출대책특별위원장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금융기관과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1억9283만 건에 육박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번 사건에서 1억580만건이 유출된 것까지 감안하면 전 국민의 정보가 최소한 5~6번 '털렸고' 이 정보들은 삭제되지도 않은 채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셈이다.
한 일선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전부터 있었지만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주민등록번호로 돈을 벌 수 있는 통로가 그만큼 많아져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에는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 등 정보가 담겨 있는데 번호를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코드체계가 인터넷에 유포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체계를 임의번호로 변경하고 법원의 허가를 통한 번호 변경 허용 절차를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정책 개선이 수립·시행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선 운전면허증, 여권, 학생증, 공무원증 등 신분증명 같은 뚜렷한 목적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하려다가 인권침해 등 여론의 반대로 실패했다. 미국에선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부여하지만 개인이 원하면 번호를 바꿀 수 있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기업들이 수집하지도 않는다.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주민등록번호는 한 번 받으면 전혀 바꿀 수 없어 분명 문제가 있다"며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번호를 쓰긴 써야 하는데 당장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원하거나 10년씩 주기적으로 번호를 바꿀 수 있게 해주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기자 gorgon@]
1월 29일 한겨레 그림판 '21세기 노예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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