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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성평등

[양성평등] '한 부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양성평등' 실천교육

잠용(潛蓉) 2014. 8. 13. 07:05

한부모 가정 울리는 '양성평등 체험' 과제
국민일보 | 김유나 기자 | 입력 2014.08.13 00:44


'아빠와 요리하기' 등 양성평등교육 체험 과제가 한부모가정 자녀들을 울리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아빠·엄마로 이뤄진 '양부모 가정'을 전제로 양성평등교육이 이뤄져 한부모·조손가정 자녀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지난 6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가족 숙제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자녀가 다니는 B초등학교는 '양성평등 실천 시범학교'로 지정돼 매달 아버지가 요리나 가사에 참여하는 활동을 사진으로 찍어 과제물로 제출토록 했다. 이때마다 A씨의 자녀는 외삼촌과 이모부가 아버지인 것처럼 속여 과제를 했다. A씨는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하는 과제를 할 때마다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 것이) 부끄러울 것 없다. 당당하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매번 과제 활동 때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양성평등 실천 시범학교를 운영 중이다. 강원도 서원주초, 경남 김해신안초, 전남 영광중앙초, 전북 교암초등학교(가나다순)가 시범학교로 선정돼 양성평등 집중 교육을 하고 있다. 이 학교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이론 교육이나 양성평등 체험활동 교육을 진행한다.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 성역할을 없애기 위해 이뤄지는 아빠와 요리하기 등의 성역할 전환 교육이 양부모 가정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B초등학교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양성평등 연구수업' 과제들을 살펴보면 아버지와 요리·설거지 등을 한 뒤 사진을 찍은 일기 등이 대부분이다. 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은 "양부모로 구성된 가정을 '정상'이라고 가정하고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한부모가정 부모들이 체험 과제에 대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 한부모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실수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교는 해명을 거부했다.

 

이주여성 한부모가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베트남 여성 C씨의 자녀는 아예 부모와 함께하는 과제를 C씨에게 알리지 않고 제출하지도 않는다. C씨의 한국 생활을 돕는 코디네이터 황선영씨는 "이주여성들은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이런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교육부는 지난달 6월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에게 일선 학교에서 한부모가정에 대해 세심히 배려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