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하지 않은 일을 교황이 하셨다"
경향신문 | 박홍두·박순봉·조형국 기자 | 입력 2014.08.16 11:09 | 수정 2014.08.16 15:01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시복미사에 앞서 직접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자 누리꾼들과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교황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카 퍼레이드를 하던 도중에 직접 차에서 내려 걸어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났다. 유가족 중에서도 34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47)의 손을 두 손을 내밀어 잡았다. 김씨는 손을 잡자 마자 교황의 손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애써달라"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간청한 뒤 미리 써 둔 편지를 전했다. 교황은 편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3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장에 나온 시민 김지민씨(47)는 "너무 감동적인 장면이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유가족들이 이제서야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 선모씨는 "대통령이 가서 해야할 일을 교황이 하고 있는 구나"라고 말했다. 엄모씨도 "고통받는 자들 앞에서 손내미는 교황님"이라며 "오늘 우리 지도자와 정치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 박모씨(61)는 "세월호 참사 문제가 참 시끄럽다. 국내 문제인데 정부에서 제대로 처리를 못한 탓이 크다"며 "사실 교황님한테까지 말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잘 처리를 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신자 박모씨(28)는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교황의 모습이다. 종교를 떠나서 약자들의 편에 서야한다. 그런 모습을 잘보여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문고뉴스 제공 < 박홍두·박순봉·조형국 기자 phd@kyunghyang.com >
약속 지킨 교황, '단식중' 유민 아빠 두손 꼭 잡고... (종합)
노컷뉴스 | 입력 2014.08.16 11:30 | 수정 2014.08.16 16:09
이례적으로 카퍼레이드 중 내려… 3일째 세월호 유가족과 만나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례적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단식 중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교황이 방한 기간 카퍼레이드 중 차를 멈춰 세우는 일은 많았다. 아이에게 축복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적은 없었다. 교황은 1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 모인 100만 명 정도의 신도와 시민들 사이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9시 30분께 광화문 광장 왼편을 돌던 교황은 갑자기 차를 멈춰세우고 내려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시복식을 집전하기 위해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의 발길이 멈춘 곳에는 김영오 씨가 서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34일째 단식 중인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이다. 교황이 전날인 15일 만난 세월호 유족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교황은 세월호 유족 10명을 따로 만났다. 그때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중 하나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영오 씨를 안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식적인 끄덕임이 아니었다. 교황은 유족들의 부탁대로 김영오 씨의 손을 잡은 채 약 1분간 함께했다. 짧다고 느낄 수 없는 1분이었다. 큰 미사를 앞두고 쪼갠 1분은 그 어떤 1분보다 길었다. 김영오 씨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교황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통역을 통해 말을 전달받은 교황은 김영오 씨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유족들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며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의 제의 왼쪽 가슴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노란색 리본 모양을 한 배지가 달려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겠다는 의미의 배지다. 전날 만난 세월호 유족들에게 전달받은 선물이다. 김영오 씨는 교황에 가슴에 달린 배지가 누워져 있자 바로 세워주기도 했다. 김영오 씨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리고는 "잊어버리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다시 당부했다.
편지에는 "당신께선 가난하고 미약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을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면서 "세월호 유가족은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니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도와주시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씨는 교황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교황을 만난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주려 한다"면서 "교황께 너무나도 고맙다"고 답했다.
↑ 세월호 유족들의 텐트 위에는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부터 셋째 날인 오늘까지 세 차례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교황 방한이 결정된 뒤 150여 단체가 교황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는 것은 선택했다. 첫째 날 공항 환영 행사 때 세월호 유가족 4명에게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위로를 전했다. 둘째 날 대전에서 유가족과 생존학생 등 10명을 만난 자리에서는 그들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하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전날 유가족들의 당부대로 김영오 씨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교황과 유가족의 만남은 넷째 날인 17일에도 이어진다. 17일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하기 전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들 승현 군을 잃은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할 예정이다. 이 씨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나무 십자가를 지고 38일간 전국을 걷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대통령이 책임져라" 청와대 향한 10만의 함성
[노컷뉴스] 2014-08-15 17:27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에 참석한 시민들이 '수사권, 기소권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1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추모객,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 100여 대를 타고 올라온 시민 등 3만여 명이 참석했다.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손에 '대통령이 책임져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노란 피켓을 손에 들었다.
33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유민 아빠 김영오 씨도 부쩍 수척해진 얼굴로 연단에 올라 "한 달 넘게 굶고 있지만 전혀 배고프지 않은 이유는 모두 국민들 때문"이라며 "반드시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여러 참사가 발생했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냐"며 비통해했다.
▲ 15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또 "정부가 경제 활성화 얘기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교묘히 묻으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참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민들을 호도하는 비겁한 행동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시민들은 "유민 아빠 제발 힘내세요"를 합창하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조사할 수 있도록 또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지팡이를 짚고 연단을 내려갔다.
앞서 연단에 오른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부위원장도 "지난 4월 16일 304명의 우리 가족들이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혀 스러져갈 때 우리는 그냥 지켜만 봤다"며 "우리 가족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알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을 탈출하려고만 하고 있다"며 "이제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호소에 대통령이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식 농성에 동참 중인 가수 김장훈 씨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실질적인 진상규명이 가능한 진정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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