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 정태춘
어디 숨어 뭣들 하는고?
껄껄껄~ 나~ 하아~
허어~허어~ 어~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 뚝~
앞산 하늘은 보재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
막걸리집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잔 어딜 갔나?
마하반야 바라밀다 아아함~
옴 마니마니 마니 오오홈~
밥때 놓쳐 후줄한데
공양여분이 없으랴만
요사채 굴뚝이란 놈이 잘 가거라~
이따구로 살다 죽을래?
낄낄낄~ 나~ 하아~
허어~허어~ 어~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재재재, 새소리에도 후두둑 꽃잎 털고
줄포만 황해 밀물 소금 바람도 잊아뿌리고
도회지 한가운데서 재미나게끔 사시는데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아함~
옴 두루두루 두루 오오홈~
7천 원 짜리 동백 한 그루
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낙화하시고
느닷없는 죽비소리로 게으르구나~
옴 마니마니 마니오오홈~
옴 두루두루 두루 오오홈~
선운사에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서울로 모셔다가 오래보자 하였더니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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