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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념

[부산대 총장] 갑질 교육부의 간선제 협박부터 교수 자살까지

잠용(潛蓉) 2015. 8. 18. 11:41

부산대 교수회 "교육부 협박이 교수 투신사태까지.."
"부산대 총장도 속마음은 직선제였다"

노컷뉴스 | CBS 박재홍의 뉴스쇼  | 입력 2015.08.18. 10:22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차정인 (부산대학교 교수회 부회장)


교육부의 간선제 협박 문서 수북히 쌓여
MB정부 때 간선제로 변경, 동기는 납득 어려워
투신에 동의 못하지만, 고인 뜻 받들어야

◇ 박재홍> 어제 오후 부산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총장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부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부산대 교수회 차정인 부회장을 연결하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 차정인> 네, 차정인입니다.

◇ 박재홍> 먼저 고인이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이유에 대해서 초점이 모여지고 있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뭐였습니까?

◆ 차정인> 약 3년 반 정도의 경과가 있는데요. 2012년 1월에 교육부에서 국립대학교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그 내용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정적 불이익이라는 것은 당연히 교수들에게 지원해야 할 연구 활동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 전국 38개의 국립대학이 그런 압력에 굴복해서 폐지를 했고요. 부산대학만...

◇ 박재홍> 네.

◆ 차정인> 부산대학교도 압력에 굴복해서 총장이 (직선제를) 폐지했지만 즉시 거대한 반발에 부딪쳐서 총장께서 다시 교수회 안과 대학 본부안을 투표에 부쳐서 투표 결과에 따라 다시 바로잡겠다라는 약속을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부산대학은 이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뭐냐면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총장선출제도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총장 선출제도를 결정하는 권한은 해당 대학교원, 즉 부산대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법률조문은 헌법이 정한 대학 자율권을 구체화한 조문이기 때문에 중요한 조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가 법률상 헌법상 대학교원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런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해서 불법적인, 초법적인 강압을 해 온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교육부 입장은 총장선출은 대학 자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압력이 있었다, 이런 말씀인가요?

◆ 차정인> 교육부가 만약에 총장직선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명백한 거짓말이고요. 그에 대한 근거자료를 바로 낼 수가 있습니다. 각 국립대학에 보면 교육부가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문서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 박재홍> 말씀하셨듯이 이명박 정부 당시 대학 선진화 정책에 따라서 총장 선출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기로 한 것인데 교수회는 왜 이렇게 바꿨다고 보십니까?

◆ 차정인> 교육부가 그렇게 한 동기가 사실 정확히 설득이 안 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왜 직선제가 안 되고 왜 간선제가 좋은 제도인지 아무래도 설득이 되지 않고요. 직선제에서도 약간의 문제점이 나타난 건 사실입니다. 금권선거, 파벌조장 이런 식으로 좀 과도하게 얘기하는 것이 있는데요.

◇ 박재홍> 혼탁선거 조장한다는 논리였죠?

◆ 차정인> 그런 논리를 계속 유지를 하는데요. 우리 대학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대학 교수들이 지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보잘 것 없는 건 아니거든요. 다 생각이 있고. 그렇지만 직선제가 후보자를 깊이 검증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가장 좋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된다는 생각으로 직선제를 요구해 왔었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 차정인> 사실은 금권선거의 문제는 사실 선거제도 자체에 기인한 본질적인 문제이지 직선제의 문제만은 아니거든요.

 


◇ 박재홍> 그런데 올해 6월 24일이었죠. 대법원에서 총장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바꾼 학칙개정은 유효하다면서 부산대 대학본부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게 중심이 대학본부로 기운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대법원의 이런 판단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차정인> 대법원의 판단은 인정을 합니다. 안 하면 안 되고요. 다만 부산고등법원에서는 2012년도에 우리 총장이 직선제 학칙을, 단독으로, 교수회 동의 없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했는데. 부산고등법원에서는 이 총장선출제도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고요. 그것을 대법원에서 파기를 했는데, 우리 국립대학사회는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종 판단이니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판단은 2012년도에 총장학칙 개정이 절차적으로 위법한지 그것만 판단하는 것이지 그것이 정당한지 아닌지까지 판단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그것과 관계없이 우리 대학에서는 다시 우리 대학 구성원 총의가 무엇인지 물어서, 무엇이 정당한 제도인지를 투표에 부쳐서 결정하겠다는 합의를 했었기 때문에 그 합의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요. 그 합의는 또 여전히 유효하고요. 대법원 판결도 이 총장선출제도의 결정이 해당 대학의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라는 것은 동의하고, 똑같은 취지로 판결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런 상황에서 어제 국문과 교수님이 투신자살을 하신 건데. 참 비극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자살까지 했어야 했을까, 또 이런 의문을 갖는 분이 많거든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하셨던 이유는 뭘까요?

◆ 차정인> 그래서 그 방식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를 할 수가 없고요. 그러나 우리 교수님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제 유서를 쓰셔서 뿌리고 돌아가셨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우리가 방식은 동의할 수 없지만 유지를 받드는 것은 꼭 해야 된다, 이런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고요.

◇ 박재홍> 어떤 유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직선제를 해야 된다?

◆ 차정인> 네. 우리 대학 민주화의 퇴보가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의 퇴보와 같이 연관돼 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지금 민주화의 퇴보에 대해서 제대로 깊이 고민하고 말하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에 대해서 매우 고심을 하시면서 내가 여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함에 대해서 나의 희생이 필요하면 하겠다, 이런 취지의, 굉장히 무거운 말씀이 담겨 있어가지고. 그래서 그것은 우리 대학 민주화의 문제, 우리가 대학에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나 그 유지는 받들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어제 김기섭 총장이 사퇴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장 선출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이런 방침을 밝혔는데요. 교수협의회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 차정인> 김기섭 총장은 사실은, 우리 교수회와 총장간의 다툼이 아니고요. 근본적으로는 김기섭 총장도 교육부의 압력 때문에 교수들의 총의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교육부의 압력이 아마 거셌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그래서 그동안에 굴복을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을 표하면서 사퇴를 표시했고요. 다만 총장님께서 사퇴를 하시기 때문에 그 다음 절차는, 이제 모든 논의를 바로잡아야 되는 것입니다. 교육부의 압력은 불법적인 압력이기 때문에 그것은 없는 것으로 치고 법률과 우리 대학의 합의에 따라서 정해나갈 계획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총장도 마음속으로는 대학을 위해서 직선제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교육부의 압력이 있었다, 이런 말씀인가요?

◆ 차정인> 어제 사퇴의 변에서, 우리 전체 교수들 앞에 선 자리에서 ‘나의 소신도 총장직선제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분명히 말씀했어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 차정인> 그 말은 그간 압력 때문에 못해 왔다는 말입니다.

◇ 박재홍>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차정인> 네.

◇ 박재홍> 부산대 교수회의 차정인 부회장이었습니다. [CBS 박재홍의 뉴스쇼]

 

직선제 폐지 반발 투신 사망한 부산대교수 유서 [전문]
뉴스1 | 윤소희 기자  | 입력 2015.08.17. 17:55 | 수정 2015.08.17. 23:38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권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 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가진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 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들이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 간선제 수순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오늘 12일째다. 그런데도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총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충격요법밖에 없다. 메일을 통해 전체 교수들에게 그 뜻을 전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수끼리 보는 방법으로 이미 전체교수 투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상황에서 별 소용이 없다. 늘 그랬다.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시국선언 등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도 그동안 이를 위해 시국선언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지만, 개선된 것을 보고 듣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8,90년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방식으로 유인물을 뿌리는 게 보다 오히려 새롭게 관심을 끌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지난 날 민주화 투쟁의 방식이 충격요법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그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근래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내 자신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그래도 그 희생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몫을 감당하겠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할을 부산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이 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질 것이다. [부산ㆍ경남 윤소희 기자 girl@]

 

[침몰하는 한국대학 ⑦]
교육부 갑질에 투신한 교수를 위한 진혼곡

"누가 고현철 교수를 죽였을까?"
오마이뉴스 | 하지율  | 입력 2015.08.19. 10:40

 

[오마이뉴스 하지율 기자] "쿵" 지난 17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산대 본관 1층 현관 앞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자리에는 교수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구급차가 긴급출동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이미 뛰지 않았다. 고인은 국어국문학과 고현철 교수(54). 그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하며 본관 4층 국기게양대에서 몸을 던진 배경은 이렇다.

 

비극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정권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총장 직선제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총장 직선제는 평교수들의 손으로 총장을 뽑는 직접·비밀·평등 선거제도다. 폐지 명분은 직선제가 교수들의 정치화를 불러 교육·연구 분위기를 해친다는 주장이었다. 교수들은 반발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직선제는 과거 민주화 시기, 대학이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얻게 된 상징처럼 여겨온 자부심이었기 때문이다.

 

▲ 고 교수가 투신한 자리에는 추모의 의미가 담긴 꽃과 촛불들이 놓여져 있다 ⓒ 부산대 총학생회

 

그러자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 등의 평가지표에 직선제 폐지를 반영시켜버렸다. 그리고 평가 하위 15% 대학은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해, 학과 통폐합 등을 유도하려고 했다. 결국 9월 5곳(강원대·부산교대·충북대 등) 지방대가 하위대로 지정됐다. 주된 이유는 황당하게도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아서'였다. 평가 배점이 100점 중 5점이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국공립대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립대 대부분은 2012년 4월 교육부의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를 앞두고 직선제를 폐지했다. 여전히 다수의 대학 교수들이 거세게 교육부와 대학본부의 압력에 버텼지만, 국립대 32곳 중 6곳(부산대·경북대·전남대·전북대·목포대·한국방송통신대)만이 직선제로 남았다. 그리고 이들마저 다시 9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지정'을 앞두고 모두 직선제를 폐지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9월 하위 대학 지정을 하지 않았다. 결국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목적이 직선제 폐지에 있었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박근혜 정권이 역시 직선제 폐지 압력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2013년 10월 전국 국립대에 보낸 공문에서 총장 선출에 관한 학칙 등의 제·개정 완료 여부 등을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각종 재정사업 지원에 변함없이 직선제 폐지가 평가지표로 반영됐다. 그리고 교육부 입맛대로 총장을 간선제로 뽑기 시작한 대학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총장 임명제청 거부 갑질

경북대, 공주대, 방통대 등은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올렸다. 그런데 교육부는 정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제청을 거부해 버렸다. 거부당한 후보자들 일부는 교육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류수노 교수는 그중 한 명이다. 검정고시 출신에 방송대 학사학위를 받고, 이후 총장 후보까지 된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는 곧 산산조각났다. 교육부가 사유도 밝히지 않은 제청거부 공문 몇 줄을 딸랑 보냈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답답했다. 여러 번 사유를 알려달라 요청했지만 묵살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건, MB때 딱 한 번 민주주의 퇴보를 우려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밖에 없었다. 그는 교육부와 소송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1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고 떳떳하다.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대학의 자율권을 위해 싸워 이름을 남기는 게 낫지 않느냐"고 답했다.

 

 
▲ 부산대학교 본부 전경 ⓒ 윤성효

 

부산대 교수들도 직선제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농성 중이었다. 교수회장은 단식 농성 중에 쓰러졌고, 직선제 회복을 약속한 총장은 교육부의 지속된 압력에 결국 간선제 수순을 밟기로 했다. 총장도 내심 직선제를 원했던 또 한 명의 을(乙)이었던 셈이다. 고 교수의 투신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교육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후보를 임용하지 않"아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국정원 사건부터 …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 상황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 있다"고 절규했다.

 

또한 그는 "시국선언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개선된 것을 보고 듣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을 마다치 않은 지난날 민주화 투쟁의 방식이 충격요법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고 결심을 굳혔다.

 

그에 따르면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다. 그리고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다. 그리고 유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고 끝맺는다. 그가 몸을 던진 곳은 부산대 본관 앞이었지만, 균열이 간 것은 대학사회 전체였다. 부산대 교수회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이 문제를 대학사회 전반의 문제로 보고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부산대 본관 1층에는 분향소가 차려졌고, 부산대 총학생회는 긴급 회의를 열고 사안을 논의 중이다. 김기섭 총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교육부(황우여 장관)는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송사리처럼 시류를 거슬러 도전하고 싶었던 시인 

 


▲ 모대학 교정을 한 교수가 거닐고 있다 ⓒ 하지율

 

고인은 국어국문학과 교수였다. 그는 평론 활동으로 주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2013년 <평사리 송사리>라는 시집을 발표해 놓지 않은 시인으로서의 꿈을 보인 바 있다. 이 시집의 대표시 격인 '평사리 송사리'에는 주관이 뚜렷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자 했던 고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사리 송사리"  / 고 현 철

마음도 머리도
아주 무게를 더할 때
혼자 찾은
고향 같은 하동 평사리.


내가 발 딛고 있는, 토지
서희는 어떻게 견뎌왔던가.
힘든 세월
비틀어진 나무를 본다.


바람 찬 겨울일수록
잔잔한 개울
흑싸리 홍싸리 화투패처럼
쉽사리 휩쓸리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살얼음 얼음물 속
흙자갈 속을
자갈자갈 헤치며 떠다니는
평사리 송사리 같은 것.

내 어찌 여기서 끊겠는가.


그동안 어렵사리 길들여 온
지겨운 이 길을
흙먼지 날리는 이 길을

헤엄쳐 가지 않겠는가.

 

물론 총장 직선제가 반드시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교수들만의 직선제는 한계가 있으며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의 대표자를 뽑는 총장 선거는 학생과 사무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전반적 직선제로 개선이 이루어짐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이해관계에 조정 당하는 간선제는 이에 훨씬 역행하는 셈이다. 나는 대학 기사를 써온 대학생 시민기자다. 많은 교수들을 알고 있고, 그들 역시 사람이며 때로는 욕심과 추한 모습에 내심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울분을 느낄 줄 알며, 부조리한 현실의 굴레를 넘어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한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은 없다. 탐욕 때문에 그러했다면, 그 탐욕을 부리는 사람이 살아있을 것이 이미 전제되기 때문이다. 자기보존 욕구를 거스를 정도로 무언가에 몸을 내던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민주적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울분이다. 이 점에서 고 교수는 울분을 느끼고, 살얼음의 시류를 용기있게 거스른 송사리였다. 비록 방법은 비극적이지만, 그는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가 우리에게 과제를 남겼다. 바로 우리가 삶 속에서 우리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므로써 존재한다." ―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