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고향길' /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깊은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고향길/ 신경림 | 영상/ 박맹호]
'시·문학·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영상시] '가을 산은' - 이해인 수녀 작 (0) | 2015.10.14 |
---|---|
[가을의 영상시] '목마와 숙녀' (1955) - 박인환 작, 박인희 낭송 (0) | 2015.10.14 |
[가을의 시] '가을 편지' - 이해인 수녀 작 (0) | 2015.10.10 |
[가을의 영상시] '가을 바람' - 이해인 수녀 작 (0) | 2015.10.09 |
[영상시] '꽃' - 김춘수 작 (0) | 2015.09.04 |